2010 BMW Innonationday 이틀째 날 워크샵은 2013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BMW의 전용 전기차 MCV(Mega City Vehicle)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사전 시장 조사와 실증실험의 임무 수행을 마친 미니 E와 116쿠페를 베이스로 한 액티브E는 개조 전기차인데 반해 MCV는 전기차를 위한 별도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BMW만의 전용 파워트레인을 채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것은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차체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BMW의 미래형 전기차 MCV의 전모를 살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행사 현장에서 BMW는 2020년경 전기차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5~15%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의 5~10%보다 조금 더 긍정적인 전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하이브리드카 등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파워트레인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토요타측이 하이브리드카만의 시장 점유율 20%를 전망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금도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시각이 갈린다. 닛산 등은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임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반면 아직은 시간이 걸린다, 또는 궁극적인 대안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업체들도 많다. 또한 전기차는 대체 에너지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거쳐야 할 단계로 보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위한 별도의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는 개조차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카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도 시장에 따라 강화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총량 연비 규제를 받는 시장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로 그 수치를 낮추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는 전기차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다는 자세를 표명하고 있다. 첫 날 행사 내용을 통해 언급했듯이 미니E를 통한 실증 실험과 전 세계 대도시에서 실시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전기차의 필요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원유문제, 대도시화, 배기가스 규제강화 등 정치적인 문제,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 등 전기차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중량이 무겁고 에너지 밀도도 만족스럽지 않고 항속거리 문제 등 한계는 있다. BMW는 전기차가 기적의 기술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대도시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것이 BMW의 생각이고 그래서 프로젝트-i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2013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차명도 MCV(Mega City Vehicle)로 명명했다.

BMW는 개조 전기차인 미니E를 통해 실제 사용하는데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를 확인했다. 그를 바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실증 실험을 BMW 116쿠페를 베이스로 개도한 액티브E가 수행하게 된다. 미니 E를 통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전기차를 사용하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리어 시트에 배터리를 탑재해 공간을 침해하고 배터리 중량으로 인한 운동 성능의 변화 등 과제도 확인해 주었다. 개조차로 했을 경우 250~350kg 정도의 중량 증가가 필연적이고 리어 시트와 트렁크 공간의 침해등 실용성면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액티브 E는 BMW가 개발을 진행 중인 전기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실내공간과 트렁크 공간의 침해도 최소화해 실증 실험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실증실험의 데이터와 함께 BMW가 개발 중인 각종 신기술을 결합해 MCV가 만들어지게 된다.

중량 저감을 위해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차체 채용

BMW는 어떤 차종을 만들더라도 운동성능의 저하와 타협하지 않는다. 전기차에 대한 프로젝트에도 그런 자세는 그대로 반영된다. 미니E를 통해 확인된 것은 중량의 증가와 전기파워트레인 탑재로 인한 차체 거동의 변화였다. 실제 워크샵 중 잠깐 운전해 본 미니E는 발진시 토크 스티어가 강하고 전기모터의 강한 토크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전기모터의 회전을 감속기를 통해 휠에 전달하는데 발진과 동시에 100%의 토크를 발생하므로 그것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감속기가 한다. 일부 업체에서는 통상적인 자동변속기를 채용하기도 한다.

중량 저감을 위해 BMW는 스틸과 알루미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차체를 카본파이버 강화 플라스틱( CFRP : Cabon Fiber Reinforced Plastic)으로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CFRP는 이미 시판용 차체의 루프 등 일부에 사용되고 있으며 모터사이클과 포뮬러 원 머신의 차체에도 실용화가 되어 있다.

CFRP는 강도는 높지만 밀도는 강철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중량도 강철보다는 50%, 알루미늄보다는 30% 가볍다. 심한 온도변화에도 형태 변화가 거의 없다. 포뮬러 원 머신을 통해 충격흡수력이 좋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있다. 또한 내부식성이 강해 수명이 길다. 유지보수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경량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설계 측면에서는 맞춤형 부품 제작이 가능해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 설계 방식은 전통적인 접착방식과 중공 프로파일 방식, 하이브리드 방식 등이 있다.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계속된 적극적인 소재와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노력 덕분에 BMW 그룹은 CFRP에 맞는 생산 공정, 효율적인 툴 솔루션, 최적화된 주기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이미 2003년에 BMW 그룹은 주기가 매우 짧은 최첨단 최신 CFRP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로서는 실차 적용과 비용 저감 문제에 도전하고 있다.

비용은 재질 가격부터 시작해 기술비, 부품비용, 생산비, 공정비, 투자비 등 종합적인 계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계량화가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재질 가격보다는 그 이후의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이에 대해 BMW는 현재로서는 산업화 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화가 관건이라는 얘기이다.

CFRP 생산의 시작점은 양모 직물에서도 발견되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 (polyacrylonitrile) 섬유이다. 0.007mm의 직경으로 머리카락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약 5만 개의 가는 실이 풍력 발전 터빈용 대형 로터 블레이드에도 사용되는 로우빙 (roving)으로 묶여진다. 다음으로 섬유 묶음이 특수 부직포로 처리된다. 직물을 엮는 과정을 통해 섬유를 비틀고 섬유의 특별한 속성으로부터 분리시킨다. 동일한 판에 섬유를 배열하는 작업은 CFRP 소재의 최적의 특징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경량화와 라이프 드라이브 컨셉 도입

BMW가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개발하고자 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도심형 전기차의 필요성, 큰 배터리 용량, 전기차만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성, 인구의 60% 이상이 대도시에 거주함으로써 주행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대도시에서는 개인의 이동성이 중시되며 그로 인해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BMW는 미니E의 실증실험을 통해 앞바퀴 굴림방식보다는 뒷바퀴 굴림방식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배터리의 부피와 용량으로 인한 한계 극복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라이프 드라이브 아키텍처다. 오늘날 생산되는 자동차들의 경우 차체 타입을 바꾸는데도 비용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3시리즈 세단을 쿠페로 만들 경우 패널의 80%를 바꾸어야 한다.

MCV는 그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전기차를 위한 기능적이고 효과적인 차체 구조를 채용하게 된다. BMW는 그 것을 ‘라이프드라이브 (LifeDrive) 컨셉이라고 정의했다. 차량의 용도와 사용분야에 꼭 들어맞으면서 자재의 혁신적인 사용을 제공하는 컨셉이다.

프레임 주위로 구축되는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라이프드라이브 컨셉은 드라이브와 라이프 모듈 등 2개의 수평으로 분리된 독립적인 모듈로 구성된다. 드라이브 모듈 (섀시)은 차량의 토대를 형성하고 배터리, 구동시스템, 구조적이고 기본적인 충돌 기능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시킨다. 라이프 모듈은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CFRP: carbon fibre-reinforced plastic)으로 만들어진 고강도 초경량 탑승자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 컨셉을 통해 BMW 그룹은 경량 디자인, 차량 아키텍처, 충돌 안전 분야에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려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CFRP차체의 채용과 더불어 250~350kg의 경량화를 실현하면서 BMW의 DNA인 Dynamic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조 전기차의 경우 300~400kg의 중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에너지 효율성 추구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BMW는 카본-파이버 생산을 위해서 유럽 최대의 카본 제조사 SGL 카본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BMW는 MCV를 위한 카본-파이버 생산을 위해 독일과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 북미 공장에는 1억 달러가 투자되고 본격적인 생산은 2012년 말로 잡혀 있다. 다임러도 BMW에 이어 카본-파이버 생산에 뛰어들었다. 토레이와 손잡고 2013년부터 자동차용 카본-파이버를 생산한다.

MCV의 파워 트레인 구성

그렇다면 BMW가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를 위한 파워트레인은 어떤 내용일까? 이미 언급했듯이 BMW는 Efficient Dynamics라는 큰 주제 아래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 엔진차 등의 분야로 나누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EU 지역 메이커들의 이산화탄소 저감은 25%. BMW는 같은 기간 29%의 저감을 달성해 내연기관의 효율성 추구에서도 앞선 행보를 해왔다. 하이브리드 분야도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액티브 하이브리드 X6와 7을 내놓았다.

오늘의 주제인 전기차는 2009년 미니 E의 개발을 필두로 2011년의 액티브 E, 그리고 2013년 MCV의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BMW의 전기차 역사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마라톤 경주시 사용된 1602라는 납축 전지를 사용한 모델부터 시작된다. 또한 BMW E1이라고하는 획기적인 컨셉의 전기차도 있었다. 하지만 납축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실현에 한계를 겪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의 등장과 함께 전기차의 미래가 밝아졌다.

BMW가 개발하고 있는 전기 파워트레인은 세 가지 전재 조건을 갖고 있다. 우선 큰 주제인 Efficiency를 충족해야 하며 운전자에게 즐거움(Joy)를 주어야 한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도 전제되어야 한다.

Efficiency는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 제고와 유지비용 절감을 위한 경량 디자인 등이 포함된다. Joy는 다이나믹한 운동성능을 바탕으로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BMW의 DNA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Responsibility에는 환경과 지속가능한 자동차사회, 리사이클링, 배터리 기술의 발전 등이 포함된다. BMW는 배터리 기술은 보쉬와 삼성전자의 합작회사인 SB리모티브와 협력해 연구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전기 파워트레인의 효율성은 내연기관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이 BMW 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엔진은 실제 투입한 에너지가 열과 배기가스, 냉방, 마찰 등에 의해 75%가 손실되며 실제 엔진 구동에는 1/4정도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전기모터는 내연기관 대비 1/4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중 손실은 27%에 지나지 않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절대 에너지 소모가 적을 뿐 아니라 투입된 에너지 대부분을 주행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브레이크 회생 에너지 등까지 포함해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데 전기모터의 에너지 사용이 내연기관에 비해 획기적으로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량 측면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에 비해 20~25% 정도 더 무겁다. 하지만 엔진 등 구동장치 자체의 중량은 전기차가 더 가볍다. 다만 배터리의 비중이 큰 것이 사실이다. 공간도 구동장치만으로는 내연기관차가 더 많이 차지 않다. 역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기차가 더 크다. 때문에 전기차만을 위한 별도의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BMW의 생각이다. 그것이 플로어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의 방법을 고안한 라이프 드라이브 컨셉이다.

전기차의 구성 요소는 크게 배터리와 모터(Electric Traction Motor), 파워트레인 일렉트릭(컨트롤러), 감속기, 배터리의 온도 등을 종합 제어하는BMS(Battery Management System)등이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물론 배터리. 기존 배터리는 셀당 5A가 보통이어서 한 대의 전기차를 위해서는 6,000개 전후의 셀이 필요하다. 미니E의 경우는 5,881개를 사용했다. 배터리는 셀당 2.5~4볼트 사이에서 작동된다. 하지만 이로서는 충분하지 않아 직렬로 연결해 250~400V의 파워를 만들고 전체적으로 96개의 셀을 12개씩 모듈화했다. MCV의 경우 셀당 3.7V, 모듈당 44.5V, 8개의 모듈에 360V를 설정했다.

한국 코캄(Kokam)의 경우 셀당 100A짜리를 사용해 88개의 셀로 팩을 완성하고 있다. BMW는 셀당 A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론 적으로는 90A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SB리모티브와 협력을 통해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MCV의 제원은 4인승에 134마력의 전기 모터를 탑재하게 되며 최고 속도는 170km/h로 잠정 설정되어 있다.

또한 에너지 저장장치, 즉 배터리의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될 때까지는 단기적 대안이기는 하지만 소형의 내연기관 엔진을 추가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Range Extender)로의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게 되면 전기차는 공간과 비용, 복잡성, 중량 부분 등 전 분야에서 기존 내연기관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BMW 측의 주장이다. 물론 별도의 아키텍처를 사용해 가능해진 내용이다.

BMW는 MCV의 완성은 단지 한 대의 전기차에 끝나지 않고 BMW의 다른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BMW의 프로젝트-i는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에게 전기차 개발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가지 장애요인들로 망설이던 업체들도 벤치마킹을 하게 될 같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원자재의 개발과 부품생산의 규모화 등에 의해 전기차의 실용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BMW는 5~10%의 전망을 5~15%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