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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성능 브랜드들이 출시한 최신형 고성능 모델에 습관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는 "마지막 내연기관"이라는 타이틀이다.

전동화 바람에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장르의 자동차가 대형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모델들이며, 이 모델들은 각 브랜드를 대표했던 차량들이었기 때문에 개발에 참여했던 인원들의 허탈함은 시간이 흐를 수록 이루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 짐작된다.

캐딜락은 V모델에 자사 최강의 엔진인 V8 6.2리터 수퍼차져 엔진을 CTS-V에 탑재해왔고, 이번에 CT-5에 블랙윙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677마력이나 되는 파워를 4륜이 아닌 후륜에 연결시켰다.

타이어 입장에서 블랙윙의 뒷타이어가 될 운명이야말로 최단명의 불쌍한 운명을 타고났다 할 만큼 최근 디자인 추세에 다소 협소해 보이는 19인치 타이어는 비록 305미리 폭을 과시하지만 91.9kg의 최대토크 때문에 타이어가 가진 접지력을 과시할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한다.

구형 CTS-V에 적용되었던 LS엔진은 수치적으로 보여지는 캐릭터에 비해 상당히 다루기 쉽고 아이러니하게도 부드러운 특성을 가진 엔진이었다.

가속패달로 엔진을 다스릴 때 말랑말랑한 느낌을 주는데,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특성을 억눌러 일반적인 주행에서 다루기 쉽게 하겠다는 너무 너그러운 세팅이라할 정도로 과격함과는 실제로 거리가 멀었다.

물론 가속을 할 때의 맹렬함이나 수치상 보여주는 실력은 600마력에 가까웠던 최대 출력을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지만 마초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진 못했었다.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의 특성을 감안했다손치더라도 비슷한 형식의 벤츠 W211 E55에 실렸던 M113K 5.5리터 수퍼차져 엔진의 폭력적인 특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했다.

블랙윙은 미국 현지에서 수동으로도 선택이 가능한 모델로 M이나 AMG 혹은 RS모델들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왔으나 엄밀히 말하면 독일제 고성능 모델들과 주행특성에서 완전히 다른 차별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독일 3사가 모두 4륜구동을 가진것과 비교해 후륜구동만을 굴리는 구동방식에서부터 독일에서는 이제 사용하지 않는 수퍼차져로 과급을 하는 방식에서 이미 주행의 캐릭터는 결정된 것이다.

시동을 걸고 다소 복잡한 Drive mode를 스포츠에 위치시키면서 대략 어떤 기능들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배기 사운드는 스포츠와 트랙모드때 달라지는데 배기음만 따로 조절도 가능하게 했다.

V8의 진짜 낮고, 메탈릭하면서 고회전으로 가도 사운드가 죽지 않고 회전수에 비례해서 상승하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운전의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최신 가솔린 엔진이 사운드면에서 불리한 또 하나의 이유는 GPF(Gasolin Particle Filter)때문인데 이 무거운 필터가 엔진의 사운드를 엄청나게 필터링하기 때문에 터보 차져를 장착한 최신 가솔린 엔진들의 사운드는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것과 다를바가 없이 소리가 답답하기 그지 없다.

블랙윙은 최소한 터빈 날개에 부딪쳐 배기사운드가 망가지는 과정을 덜 거쳤으니 좀 더 V8다운 비트가 살아있고, 더불어 독일차들의 밋밋한 배기음과 격이 다른 미제 V8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아주 정성껏 다듬어진 사운드를 발휘한다.

가속패달을 밟으면 뒷타이어는 그저 허무맹랑하게 미끄러진다.
바닥까지 밟기도 전에 차는 꼬리가 한쪽으로 틀어진 상태에서 가속하는데 트랙션 컨트롤이 제어를 한다해도 이렇게 폭발적인 토크를 처음부터 제어하기 어려워 일단 미끄러 진다고 생각하고 운전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뒷타이어가 휠스핀을 하는 상황은 3단에 물려 있어도 여전히 전개되는데, 신형 수퍼차져 엔진이 주는 직선적인 리스폰스가 구형과 비교해 확실히 좋아졌고, 폭력적인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 구형과의 확실한 차별성이다.
이 직선적인 리스폰스가 수퍼차져의 캐릭터인데, 터보 차져 엔진이 주지 못하는 초반 폭력성은 뒷타이어를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 정도의 찰라의 순간토크를 보여준다.

10단 자동변속기는 급가속하면서 속도가 붙을 때 변속될 때마다 머플러가 아주 좋은 사운드를 보여주기 때문에 토크컨버터 변속기가 전해주는 늘어지는 듯한 느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변속 박자에 맞춰 엔진이 파워를 일시적으로 죽였다가 재개할 때 아주 좋은 소리를 내게 도와준다.

CT6나 ATS-V에도 적용된 마그네틱 서스펜션은 견고한 바디와 맞물려 상당히 빠른 댐핑스피드를 보여주기 때문에 고속에서 아주 높은 적응력을 발휘한다.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카마로나 CT6로는 최고속에 가까운 속도를 경험했으나 블랙윙은 워낙 짧은 시승시간으로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다.

고성능 세단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높아지는 출력만큼 짜릿함이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반비례하는 느낌 때문에 구형차들이 다시 부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블랙윙을 타보면 구형 미국차를 그리워할 일이 없을 정도로 차가 주는 캐릭터와 V8 초고성능 차들이 갖춰야할 소양을 아주 제대로 갖춘차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미국에 가서 살아야한다면 아마 블랙윙 수동을 계약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헐렁하고 허술한 구성과 고속주행과 거리가 멀었던 과거 미국차와 현재 캐딜락의 주행 캐릭터는 그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독일차가 산으로 가는 사이 캐딜락은 고성능 엔진과 매칭시킬 훌륭한 샤시를 갈고 닦았고, 아날로그적이지만 편안함에서 결코 손해보지 않은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블랭윙을 정리하자면 독3사의 수퍼 세단에 비해 확실히 자극적이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훌륭하다.

앞으로 내연기관이 정말 개체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간다면 배기량이 크고 소리가 좋은 차들이 소장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반항심 때문에 흘러가는 방향에 역행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이런 고성능차에서 더욱 더 자극적이고 더욱 더 반대되는 성향을 찾으려는 할 것다.

도요타가 V10 야마하 엔진을 얹은 LF-A를 출시했을 때 닛산 GT-R가격대가 아닌 2.5배나 비싼 페라리 가격대에 선을 보인 것을 두고 엄청난 욕을 했던 시절이 있다.

4억대 신차로 살 수 있었던 LF-A는 현재 10억을 더 얹어야할 수 있는 차가 되었다.
NA 10기통 사운드는 최고로 손꼽힌다는 평가가 시간이 갈수록 좀 더 두드러졌고, 듀얼클러치가 아닌 다소 거친 싱글클러치가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폭을 더 준다는 차원에서 재평가될 것이라는 예측을 불과 5년전 했던 사람이 드물었다.

전기차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사운드와 진동이라는 차원에서 소리가 좋은 엔진을 가진 차들은 그 개체수가 적다는 것 때문에라도 폭발적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블랭윙은 최근에 타본 차중에서 가장 자극적인 차라는 점에서 20년 전 독일제 고성능 세단을 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꼭 단종에 대한 막연한 실망으로 애써 너그럽게 포장하려는 자세를 배제하고라도 훌륭한 차라고 생각한다.

닷지 헬켓을 전동화시킨 모델이 나오면서 126dB를 내는 엄청난 사운드를 부여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내연기관과 비슷한 주행캐릭터로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결국은 가짜를 만들겠다는 허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카에 무거운 배터리는 이미 극악의 조건이며, 사운드는 결국 전자로 만들어낸 가짜인데 이런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에서 옆에 선 진짜를 만나면 도대체 무슨생각이 들까?
나같으면 챙피하다는 생각밖에 안들 것이다.
결국 진짜가 지나가면 스피커의 볼륨을 줄여 얌전히 지나가게 될 것이다. 

내연기관이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가 좋은 결과 즉 엄청난 파워, 멋진 사운드, 그리고 기분 좋은 진동, 이 3박자를 갖출 경우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고 싶은 충동이 든다.

엔진이 이 3가지를 만드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사운드만 스피커를 통해서 뿜어내는 것이 도대체 스포츠가 가진 목적을 생각했을 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블랙윙과 같이 자극적인 차를 만들지 못하는 독일 세단을 탓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차들은 이미 20년전에 만든 초고성능 세단에서 이미 현재 최신 모델에 못지 않은 혹은 능가하는 샤시 세팅능력을 보여주었고, 배기가스 규제가 느슨했던 시절 정말 끝장나게 재미있는 엔진들을 선보였으며,
300km/h를 너무나 안정적이게 달리는 차를 만들었었다.

당시 미국차에게 300이라는 숫자는 드래그 레이스를 하는 10초짜리 차(400미터를 10초 안에 주파하는 머신)들이 그저 몇 초를 달리는 정도에 그치던 시절이다.

어찌되었건 지난 20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어떤 요소들이 어떤 지점에서 역전이라는 것이 이루어졌고, 캐딜락에서 독일차에서 발견할 수 없는 짜릿한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높은 완성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차 매니어들만 매료시키는 한계성이 아닌 나같이 진짜 독일차 빠들까지도 빠져들게 하는 그런 샘플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나마 아직까지도 내연기관을 만들어주고 있는 브랜드들에게 감사해야할 판에 사운드니 진동이니 하는 바램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수십년이 흐른 후 자동차를 평가할 때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차는 그것이 부가티라 해도 명차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은 명품을 찾게 되어 있고, 명품차 리스트에 전기차가 올라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가티의 W16기통 8리터 엔진이 전기 모터로 대체될 때 이런 한심한 차를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사는 얼간이들이 정신을 차릴 때 쯤이면 이미 전기 수퍼카들은 똥값이 되어있고, 좋은 소리를 내는 수퍼카들은 돈이 있다고 해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수천대의 차를 테스트하고 복원하면서 몇 안되는 캐딜락에서 이런 긍정적인 영감을 받을 줄 나 역시 전혀 기대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전개될 자동차 시대가 광고처럼 그저 눈에 보이는 허상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타보기도 전에 CT-5 블랭윙이 나의 드림카 리스트 있었다는 고백을 하면서, 시승이 좀 짧았지만 드림카 리스트에 들어갔다가 튕겨져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블랙윙은 오히려 그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는 확신감으로 소개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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