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3 AMG가 정말 좋은 가격에 한국에 상륙했다. 현재의 달러나 유로환율을 고려한다면 다른나라에서 이보다 더 좋은 가격에 C63 AMG를 소유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어 보일 정도이다.


대단히 당찬 성능 성적표를 들이미는 모습에서 엄청난 자신감이 보이고 경쟁차들을 압도할만한 사이즈의 6208cc엔진은 457마력이라는 너무나 겸손한 파워를 뿜어낸다.

61.2kg토크가 이 무식하게 큰 엔진에는 더 의미있는 숫자로 보이며, 어차피 E63 AMG CLS63 AMG의 디튠 사양이라 엔진이 가진 잠재력은 보여지는 숫자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


W202
코드의 초대 C클래스에 있었던 C43 AMG도 멋진 차종이었다.

캐나다에서 경험했던 무지막지한 토크는 300마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박력있게 달려주었다.

W203으로 바뀌면서 C32 AMG에는 V6 3.2 수퍼차져가 장착되어 354마력을 발휘했는데, 미국 서킷에서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한 적이 있었다.


동일한 엔진을 장착한 SLK 32AMG를 시승해 보면서 6기통 수퍼차져 AMG엔진에 대한 매력도 강하게 느꼈지만 V8이 가진 매력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AMG
8기통 이어야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이 내겐 존재한다.

벤츠의 8기통은 BMW나 아우디의 8기통보다 매력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좋은 소리를 만든다.

63 AMG엔진은 수퍼차져가 장착된 55 AMG 엔진을 대체한다.


55 AMG
도 끝내주는 엔진이었고, 터보 대신 수퍼차져를 장착한 것은 NA의 펀치와 직관적인 반응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정말 훌륭한 엔진이었다.

차져풀리 베어링 문제와 차져벨트의 장력이 정확하지 않거나해서 슬립이 나면 출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풀리 사이즈를 줄여 고부스트를 사용하는 엔진에 열 때문에 작은 문제 몇가지가 있었기는 하지만 차져가 구동되는 소음이 적고 과급엔진임에도 NA와 거의 같은 버러렁거리는 배기음을 연출하는 괴력의 엔진이었다.


일반적으로 과급을 하게 되면 배기음의 뭔가 굴러가는 음색이 사라지고 대신 제트엔진에서 나는 쉬이이익하는 음색이 많이 실리는 것이 보통이다.


63 AMG
엔진과 55 AMG엔진의 토크곡선과 출력곡선을 하나의 그래프로 보면 63엔진이 더 큰 피스톤을 가졌음에도 더 유연하고 최대 회전수도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무겁고 둔하게 돌아도 그러려니할 만큼 큰 피스톤을 가졌음에도 7300rpm을 돌릴 수 있는 여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C63 AMG
를 몰고 시가지를 주행할 때의 느낌은 콜벳보다 오히려 더 폭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2단으로 100km/h를 마크하는 기어비의 특성상 엔진의 넘치는 힘을 주체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타이어는 심심하면 노면을 놓치기 일수였다.


트랙션 컨트롤이 없이 이런차를 빗길에 모는 것을 상상해보면 정말 대단히 위험한 장난감 이상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파워가 창처럼 날카롭고 엄청난 무게가 실려있음에 주눅이 들어버린다.

소리는 너무도 아름답다. 독일제 V8중에서는 AMG 것만이 유일하게 머슬스러움을 제대로 표현한다.


신형 M3 RS4 C63 AMG의 그것과 비교하면 음색에 있어서만큼은 장난감 엔진에 지나지 않는다.

7단 변속기는 다운시프트를 할 때 회전수를 보상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패들을 두번 연속으로 당겼을 때 고집스럽게 꼭 한단씩밖에 내리지 않는다. 즉 속도에 맞게 기다렸다가 한번씩 쳐주어야 된다.


DSG
나 신형 M3 DCT와 같은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다운시프트할 때 우웅하면서 소리를 지를 때의 기분이 아주 좋다.


V8
은 바쁘고 정신없는 변속이 어울리지 않는 엔진이기 때문에 변속기가 좀 게을러도 이해가 된다.

250km/h 리미터는 계기판상으로 260km/h부근에서 작동한다.


7
단은 커녕 5단에서 이미 이 영역을 커버하기 때문에 기어비의 여유가 상당히 많다.

6 7단의 낮은 기어비를 고려했을 때 상당한 저속토크 때문에 단수에 관계없이 가속패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속도를 시원하게 높일 수 있다.

속도가 200km/h가 넘어가면 엔진이 좀 여유를 찾는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쓸 공간이 없어서 답답해서 미치려고하는 엔진을 시가지에서 혹사시키는 것은 다 큰 호랑이를 좁아터진 우리에 가둬두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가지의 막히는 도로에 갖힌 C63 AMG는 우리안에서 제살까지는 것도 모르고 쇠창살에 몸을 부딪치는 야수와 다를 것이 없다.


고속에서 쾌적함과 여유있는 파워를 손쉽게 조정하는 자신감을 만끽하다보면 왠만해선 긴장이 되지 않는다.

시승차는 18인치에 노멀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였고, 퍼포먼스 킷에 장착된 서스펜션은 이보다 훨씬 강한 댐핑압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시승차를 기준으로 고속으로 달리면서 느낄 수 있었던 안정성은 적당하면서도 예측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구형인 W202 W203바디와 비교하면 훨씬 타이트하게 변했다.


구형 벤츠들은 대개 상당히 느린 스티어링 반응속도 때문에 BMW매니어들이 결코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핸들링 특성을 가졌었지만 신형 C63 AMG BMW쪽으로 상당히 많이 가까워진 세팅으로 변했다.

그 민감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차이를 주지면 확실히 스티어링의 감각이 많이 달라졌다.


고속코너에 대한 적응력과 안정성 심리적으로 속도를 높여야하는지 낮춰야하는지 판단하게 하는 차의 의사소통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시승은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했는데, 오는길에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겼더니 별무리없이 가볍게 240km/h를 돌파하면서도 무섭지가 않다고 했다.


이렇게 환상적인 차에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실내의 질감이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센터패시아의 디자인은 조악하기 짝이없고 질감은 싸구려중에 싸구려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고 스페셜 모델로서 정성스럽게 오너를 위해 준비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해도 없다.

RS4나 신형 M3의 정돈되었으면서도 고급스런 감각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연비도 환상적이다.

먹어도 너무 먹는다. M3 RS4에 비해 실주행 연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E63 AMG를 타던 지인의 말로는 연비가 M5보다 훨씬 좋았다고 좋아했었는데, 디튠된 엔진이 기름을 더 먹나보다.


BMW
가 신형 M3 V8을 구겨 넣으면서도 기존 6기통 M이 가진 주행 캐릭터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주경쟁차 3대가 모두 V8을 가졌기는 하지만 공통점이 거의 없다.


C63 AMG
는 대단히 재미있는 장난감이고 아우디와 BMW이외에 다른 경쟁상대가 없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

이미 RS4는 단종된지 1년 가까이 되었으니 궁극적으로는 M3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경쟁자일 것이다.


M3
와 비교하면 아기자기한 맛이 적고 단순한 구성이라는 점과 AMG가 가진 V8의 전통적 주행감성을 철저히 계승했다는 점이 우월한 점이라 할 수 있다.


허접한 실내에 눈쌀을 찌푸렸기는 했지만 환상적인 음색에 고급스런 전통이 배어있는 배기음이 우리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것만큼은 확실하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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