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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스포츠카 라인업에서 리어엔진과 미드엔진을 구분한다는 결정을 한 것은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험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전통의 리어 엔진을 가진 911은 후차축 뒤쪽에 위치한 엔진의 질량으로 인해 안그래도 짧은 차체에서는 밸런스를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미래에 수퍼카 레벨로 진화할 것에 대한 구상이 없었던 듯 911은 폭스바겐의 국민차였던 비틀의 구성을 빌려와 설계를 시작했던 전통을 깨지 않으려는 아집에 가까운 고집에 의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냉식을 버리고 996코드 네임을 가진 911부터 수냉식으로 바뀌었고, 포르쉐는 경량 로드스터인  박스터를 996과 거의 동시에 출시했는데 996987 코드 네임을 가진 박스터는 외장을 비롯해 많은 부품을 공유하였기 때문에 수익성면에서 매우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고, 포르쉐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데 2000년대 등장한 카이엔 만큼은 아니지만 993이 팔릴 당시 포르쉐의 열악한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큰 효자 상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드 엔진을 가진 포르쉐는 911을 바라보면서 만약에 후차축 뒤에 얹혀 있는 엔진을 앞쪽으로 가져오면 911의 위상은 끝나버리는거 아닌가 할 정도로 후차축 뒤에 놓인 무거운 질량도 거의 마술에 가까운 세팅 실력으로 놀라운 핸들링을 만들어내던 포르쉐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질량을 앞쪽으로 이동시켰을 때 구현될 수 있는 핸들링의 기대치는 상상을 초월했을 정도다.

 

911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포르쉐는 박스터를 느리게 만들어야하는 시도를 해야했고, 911과 완벽하게 파워트레인을 차별화하여 911의 위상에 흠집이 나지 않게 철저히 한수 아래의 포르쉐로서의 경계를 분명히 해왔다.

 

987에서 981로 진화하면서 역시 911과는 파워면에서 차별화가 이루어졌지만 차를 모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몰아보면 운동신경이 더 뛰어난 미드 엔진의 박스터에 열광했고, 쿠페모델로 나온 카이맨은 박스터보다 무게가 가볍고 차체강성이 높아 트렉데이 카로서 인기를 높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차량은 981 카이맨 GTS로 수평대향 6기통 3.4리터 330마력을 가졌다.

카이맨에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인 PDK가 탑재된 것은 987 카이맨과 박스터의 후기형에서부터 였다. 이때 엔진의 직분사화도 같이 이루어졌는데, 때문에 987 전기형과 후기형은 파워트레인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981에서는 기본형 2.7리터 모델(265마력)3.4리터 S모델(315마력) 그리고 그위에 GTS모델을 추가했고, 나중에 3.8리터 엔진의 GT4(375마력)도 추가되었다.

 

981GT4를 비롯해 귀하디 귀한 스파이더(GT4와 파워트레인 구성이 같음)는 물론 전 모델을 골고루 많이 타본 느낌으로 981중 으뜸을 선택하자면 981 카이맨 GTS를 꼽고 싶다.

 

수동변속기의 GT4나 스파이더가 좀 더 빠르고 수동변속기가 주는 재미가 물론 크지만 종합적인 운전재미에서는 GTS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이유는 바로 사운드 때문이다.

 

요즘 차들이 터보화되면서 배기노트가 너무 부드러워졌고, 그 부드러워진 것도 아쉬운데 GPF(Gasoline Particle Filter)까지 가세하면서 폭발행정에서 생성된 배기 노트가 터보차져와 GPF를 통해 아주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체로 순둥이 상태로 배기통을 빠져나오니 야성을 많이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이 두가지가 없는 엔진이 주는 살아있는 날 것의 느낌은 가속패달을 밟는 양에 정확히 음의 깊이가 변하며, 회전수가 올라가면 그 톤의 울림이 변하기 때문에 더욱 더 특별하다.

718에도 결국 나의 예상대로 6기통 4리터 엔진을 탑재했지만 GPF때문인지 과거의 사운드 감동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NA엔진은 흡기공명음이 배기사운드와 함께 섞여서 들리기 때문에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배기톤이 계속변하는데다가 가속패달을 놓았을 때 연출되는 팝콘 사운드 역시 아무것도 걸러지지 않고 그냥 스테레이트 파이프를 통해서 밖으로 배출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GT43.8리터도 충분히 훌륭한 사운드를 내지만 3.4리터 엔진의 GTS와의 차이는 3.8리터 엔진은 사운드가 조금 무겁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실린더가 작은 GTS는 소리가 조금 더 가볍고 높은 음색을 소화해내는 차이점이 있다.

 

스포츠 배기를 갖춘 GTS의 경우 요즘 기준으로도 음량이 제법 크고 쩌렁쩌렁하기 때문에 존재감에서 어떤 스포츠카와 붙어도 꿀리지 않는다.

 

이런 엔진의 특성이 완성도와 내구성을 높인 PDK와 맞물렸기 때문에 그 사운드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시프트업 때 Sport Plus모드가 아니면 파워시프팅을 하지 않고 풀가속중에 시프트 업할 때도 부드럽게 변속이 마무리되는데, 이때 파워가 순간적으로 끊겼다가 붙으면서 발생하는

버벅하는 사운드는 마약과도 같다.

 

오히려 수동변속기에서는 연출이 안되는 사운드이기 때문에 이 음색을 듣기 위해서 그 사운드가 극대화되는 5000rpm이상의 회전수를 자꾸 사용하게 된다.

 

이런 수준의 운전의 재미에 감동을 하고 나면 엔진이 실제적으로 발휘하는 진짜 출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우리가 진정한 스포츠카의 본질에 출력을 항상 1순위에 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981 GTS는 결코 느리지 않다. 0->100km/h 4.7초에 PDK기준 최고속도 279km/h(수동변속기의 경우 281km/h)이면 스포츠카에서는 충분히 빠른 속도이다.

 

7600rpm까지 돌릴 수 있는 엔진의 특성은 회전계가 7000rpm을 지나고도 한뼘을 더 돌릴 수 있다는 여유 때문에 실제로 공도에서 레드존까지 붙이지 않고 운전해도 심리적으로 회전수에 대해 상당한 여유를 느끼면서 운전하게 된다.

 

여기에 본드와 같은 그립을 주는 높은 접지력은 이차가 공도에서 얼마나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지를 깨닫는다면 다시한번 마술과도 같은 세팅이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981 GTS는 일반적인 운전상황에서 매우 편하다. 심지어 스포츠카로서 승차감이 아주 좋다고 할만큼 거친노면에서도 히스테리가 거의 없다.

 

이렇게 유연한 서스펜션은 코너를 향해 돌진할 때 아주 부드럽게 엉덩이를 눌려서 후륜 타이어를 안정감있게 땅에 하중을 전달하기 때문에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 때의 두려움을 없애준다.

 

희안하게도 리바운스가 그리 빠르지 않아 아래위로 쉴세없이 우당탕탕하는 느낌이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911보다 작은 출력과 전후륜의 무게배분에서 유리한 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급가속시 머리가 지나치게 가벼워지는 911과 비교해 전륜의 접지력이 풍부하게 느껴진다는 느낌이다. 가속하면서 조향을 할 때 911은 전륜이 많이 가벼워져 조타각이 많이 커지고 감속할 때는 반대로 뒤가 나르는 것을 대비 하면서 운전해야 하지만 카이맨은 이 복잡한 운전공학적 단계가 훨씬 단순하고 쉽다.

 

요즘 차들의 어마어마한 출력을 감안하면 만만한 출력이라는 점을 생각해야하고, 더불어 극강의 접지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엔진의 힘을 모두 사용해서 달리면서도 위험하다거나 브레이킹을 조금 더 늦추기 위해 좀 더 빠른 속도로 코너에 오버스피드와 같은 느낌으로 들어가도 제어가 너무나 정교하다. 예측이 가능한 모션, 그것이 포르쉐가 981을 통해서 보여주는 진짜 프로들의 결과물이다.

 

997 GT3를 공도에서 타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서 놀라고 코너를 진입할 때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가야 위험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면 981은 코너를 빠져나올 때 두려움을 뒤로 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나오는 그런 느낌이다.

 

코너에서 제동을 하게 되더라도 모션의 변화가 적고 항상 접지력이 충분한 그런 느낌이다.

 

이렇게 한참을 신나게 정신없이 달려도 연비가 너무 좋다. 정속으로 달리면 리터당 12km이상을 낼 수 있으며 제법 신나게 와인딩을 다녀와도 평균연비가 8km를 넘는다.

 

전동화될 후속 카이맨과 박스터로 이렇게 재미있는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다. 무거운 무게와 더불어 회생제동이라는 숙제를 머리속에 두고 어떻게 스포츠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가속패달을 깊이 밟으면 확확 떨어지는 Range를 눈으로 보면서 가속패달을 비비면서 달려야하는 코너들도 결국은 가속패달 놓게 되고 더불어 충전을 어디서 언제 해야하는지 걱정을 하다보면 운전의 재미는 커녕 집에 온전히 돌아갈 걱정부터 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카의 태생적 본질과 전동화는 전혀 맞지 않는 미스매칭이며, 몇 년전부터 예견했듯이 결국은 스포츠카와 수퍼카 그리고 하이퍼카의 영역은 다시 내연기관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잠시 잠깐 타이칸에 열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쌓여가는 제고 물량은 물론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격하락도 급격해지는 모습을 보면 아이오닉 5,6와 같은 급의 전기차 이상의 금액대나 성능은 전기차로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아니 고급차를 포함해 8000만원이 넘는 금액대의 전기차는 그 매력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타이칸의 인기가 식은 이유는 타이칸이 나빠서가 아니라 전기차와 스포츠카가 섞일 수 없는 DNA문제로 해석해야 한다.

 

다시 981 GTS로 돌아와 이 시대에 이런 멋진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신차 가격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좋은 금액으로 잘 만들어진 981을 탈 수 있다면 최신형 포르쉐를 뛰어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요즘과 같이 포르쉐를 운전할 때 행복했던 적이 없다. 아마 최신 포르쉐를 만드는 많은 엔지니어들도 981을 포르쉐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포르쉐로 평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도 드라이빙 머신의 상징과도 같은 997 GT3와 오랜 시간을 같이 했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운전의 재미로 981 GTS를 더 높게 쳐주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981 GTSGT3와 같은 극강의 드라이빙 머신은 아니지만 내가 차를 지배한다는 자신감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GT3는 차가 운전자를 가리는 경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준비가 안된 운전자가 몰면 매우 위험한 차이다. 사실 그것이 GT3의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이지만 997까지가 마지막으로 엔진의 위치가 후차축 뒤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잘 이용할 줄 모르면 결코 빠르게 몰기 어려운 차가 GT3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전동화는 엄청난 착시를 가져오지만 운전의 재미와 스포츠카의 본질은 전동화가 진행되는 정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시간이 갈수록 견고해질 것이다.

 

최근 2년 사이 엄청난 숫자의 차량들이 러시아로 수출되었다. 이중에서 상당수의 차량들은 스포츠카와 수퍼카들이며, 고성능 세단들 역시 그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자연적으로 폐차 혹은 수명을 다하는 차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올바르게 탈 수 있는 진짜 스포츠카의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스포츠카를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면 신차급으로 정통 포르쉐 스포츠카를 탈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981 GTS를 몰고 빗길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는 헤어나올 수 없는 마약중독과도 같은 중증일 것이다.

 

침수가 될지도 모르는 이런 폭우에 나와 차를 위한다면 귀가해서 지하주차장에 981 GTS가 서있는 위치를 일부러 피해서 잽싸게 주차한 후 현관문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와 밤에 드라이브 핑계로 기어나가지 못하도록 일단 맥주 한캔을 투샷으로 들이켜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주차장에 서있는 981 GTS를 마주치면 달리고 싶다는 충동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포르쉐 바이러스는 실존하는 살아있는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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