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첫 시승기입니다.
2009년 한해 회원모든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일들 많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60 5
시리즈도 이제 데뷔한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뱅글표 디자인에 대한 찬반이 팽팽한 디자인을 가졌다 점에 이견을 달기 쉽지 않다.


데뷔한 후 E60 530i를 타보고 높아진 상품성에 비해 감성적으로 너무 BMW스럽지 못한 인공적인 느낌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던 기억이며, 그 선봉에는 액티브 스티어링 휠, 다이나믹 드라이브 그리고 런플랫 타이어가 BMW를 제대로 느끼는데 방해 요소였다.


BMW
처럼 스포티한 핸들링으로는 최고의 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핸들링을 높이기 위해 스테빌라이져 액튜에이터와 같은 인위적인 부속물까지 장착하는 모습은 BMW답지 못하다고 평가한 기억이 난다.

아무튼 M5도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와있고, 5시리즈는 누가 뭐래도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만족하기 좋은 패키징을 가졌고 528i가 히트를 치면서 여전히 독일제 C세그먼트에서는 강력한 존재이다.


이번에 시승한 535i BMW 코리아를 통해서는 수입이 되지 않는 모델이다.

BMW는 벤츠나 아우디와 비교하면 NA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한 독일브랜드였고, 스페셜 모델에도 예외없이 NA를 택하는 일관성이 있었다.


이런 브랜드 색깔을 고려했을 때 트윈터보를 장착한 6기통 엔진이 나왔을 때의 파장은 과히 작지 않았다.

300마력이라는 시원스런 숫자적 의미도 있지만 매니어들은 칩튜닝으로 출력을 쉽게 높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이 새 엔진이 데뷔한 직후 좋은 평가도 많았지만 초기 사양에 외장형 공냉식 오일쿨러가 없어서 미국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오일온도가 너무 상승해 엔진이 퍼지고 난리가 나면서 급히 외장형 공냉 오일쿨러가 추가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해프닝을 기사로 접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던 이유는 BMW가 만든 고성능 엔진이 서킷에서 몇바퀴 탔다고 열받아서 퍼져버리는 진풍경이 머리속으로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설계 미스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요즘 버전은 수정이 많이 되어 오일 온도에 대한 문제는 없어진 듯 보이지만 실제 335i 오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여전히 고속주행 때 오일온도가 좀 높다는 의견도 나온곤 한다.


시승차에는 7450만원 기본 가격에 300만원짜리 가죽패키지와 110만원짜리 Cold패키지가 포함되어 7860만원의 가격표를 가지고 있다.

17인치 225/50.17WR 사이즈 타이어는 반갑게도 런플랫 타이어가 아니었고, 액티브 스티어링 휠이나 다이나믹 드라이브도 없다.


접이식 사이드 미러를 가지고 있지만 전후방 파킹센서가 없고 대신 후방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었다.

차는 기본적으로 북미형이며, 때문에 계기판의 숫자가 마일을 우선하며, 공조장치의 숫자도 화씨로 표시되어 있다.


1
2일 동안의 시승을 하는 동안 전체적인 인상과 느낌은 530i(최대토크 32.1kgm, 535i : 41.4kgm)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호쾌한 가속력은 물론 북미버젼 특유의 소프트한 서스펜션이기는 하지만 런 플랫 타이어가 아닌데서 오는 정직한 충격흡수 능력에 아주 만족스러웠고, 만만치 않은 테스트 주행에도 불구하고 차량 반납전 연료를 채우면서 계산한 실측치에서 리터당 6km라는 훌륭한 연비에 대단히 만족했었다.


일단 엔진의 반응과 느낌은 터보 엔진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터보래그가 없다.

3기통당 하나씩 달려있는 터빈의 사이즈가 아주 소형이기도 하지만 BMW NA가 가진 날카로운 리스폰스를 유지하기 위해 세팅의 묘미를 발휘한 기술적 노력이 돋보였다.

회전의 상승도 날카롭지만 하강도 시원하게 떨어져주는 느낌이 스포츠 엔진으로서 안성맞춤이라 수동으로 몰면 아주 끝내줄 것 같은 기대를 주었다.


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가서 7000rpm레드존에 닿을때까지 정말 경쾌하고 시원스럽게 속도가 붙는다.

특히 풀쓰로틀로 4단 주행중 2단으로 킥다운을 했을 때의 폭발적인 가속은 같은 6기통에 343마력 E46 M3엔진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압축되었다가 폭발하는 탄력적 가속성능을 보여주었다.


톨게이트를 나와 1단부터 풀가속으로 가속하면 속도 제한기가 작동하는 5 6000rpm 250km/h까지 한큐에 점령한다.

220km/h에서 5단으로 변속되고 나서도 등을 쭈욱 밀어주는 탄력이 식지 않고 시원하게 가속된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경쾌한 가속이었다.


독일차라고 하더라도 유럽버젼과 북미형 버전은 서스펜션 세팅이 많이 다르다.

보통 고속주행의 빈도가 높은 유럽버젼이 북미버젼보다는 하드한 세팅으로 완성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535i역시 국내에 정식 수입된 차들보다는 바운딩 스트로크도 크고 약간 출렁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차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에서는 별로 손해를 안본다.


이 부분이 일제 스포츠 세단과 독일제 스포츠 세단의 결정적 차이이기도 하다.

일본차들이 고속에서 안정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고 독일차들이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고속에서의 안정성의 차이는 분명, 아니 극명한 차이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200km/h
이상의 속도에서 차를 조정할 때의 심리적 안정성은 일제 스포츠 세단과 독일제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정도이다.

535i가 아무리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을 가졌다해도 비슷한 크기의 렉서스 GS300이나 인피니티 M35와 같은 차에 비할바는 아니라는 말이다.


런플랫 타이어에 대해서 한마디 안할 수 없다.

런플랫 타이어는 기본적으로 사이드 월을 엄청나게 단단하게 만든 타이어이다. 바람이 없어도 완전히 주저앉지 않을 정도로 강한 사이드월은 충격흡수에는 잰병이다.

한국과 같이 도로가 울퉁불퉁하고 맨홀의 이음매가 거친도로에서 히스테리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나온 BMW를 탈 때마다 이놈의 런플랫 타이어 때문에 손목과 허리로 전해지는 콕콕 찌르는 듯한 충격에 서스펜션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는데 런플랫 타이어 하나만 일반형으로 달았는데도 차가 달라져 보였다.


얼마전부터 통일된 새로운 체인지레버는 처음에는 그리 편한줄 모르겠더니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그 편리성을 알 것 같았다.

특히 서있을 때 중립에 넣어두면 귀찮게 계속해서 중립에 들어있다는 뻔한 멘트와 경고음으로 피곤하게 하지만 대신 좀 오래 신호대기시에는 중립대신 체인지레버의 머리에 있는 P버튼을 눌러 대기하면 편안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차가 일정 속도 이상일 때 아무리 이 P버튼을 눌러도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으니 실수로 누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E39 5시리즈와 비교하면 혁신적으로 커진 트렁크나 편안해진 뒷자리등도 높아진 상품성의 하나이다.

272마력의 530i와 비교해 훨씬 더 강한 파워를 느끼고 훨씬 더 큰 주행의 재미를 주지만 실제 주행연비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도 535i가 가진 장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직렬엔진의 스포티한 본능에 트윈터보를 얹었으면서도 감성적으로 BMW스러운 세팅을 완성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고 이런 좋은 엔진이 1시리즈에도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끼칠 정도의 기대감이 밀려왔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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