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진화의 가장 큰 변화는 토크컨버터를 버리고 PDK라 불리는 트윈클러치 타입 변속기를 적용한 것이다.

변속기 교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마이너 체인지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카레라 S사양은 355마력에서 385마력으로 출력도 높였고, 그 뒷배경에는 MPI대신 직분사를 적용해 엔진의 최첨단화를 노렸다.


PDK
의 적용은 기존 자동변속기의 부족한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하고 높아진 동력전달 효율은 곧바로 연비와 CO2저감으로 이어져 997의 상품성을 높이는 공신이 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카브리오레는 911과 완벽한 매칭이라고 보기 힘든 구성이다.

쿠페 베이스의 911은 쿠페일 때 가장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고, 지붕을 짤라낸 카브리오레는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데다가 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996까지의 평가였다.


996
카브리오레는 직진상태에서 스티어링 컬럼으로 올라오는 기분 나쁜 진동과 강한 충격을 버티는 구조적인 버팀은 좋았지만 자잘한 충격에는 바디가 견고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이런면에서는 박스터가 월등히 앞서는 바디느낌과 밸런스를 선사했기 때문에 박스터의 쾌적함을 911 카브리오레가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거다라고 생각해왔다.


997
카브리오레는 996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바디의 느낌이 견고해졌고, 속이 꽉찬 느낌이었다.

PDK의 작동은 부드럽고 정확하며, 스포티하다. 스포츠 플러스 버튼을 눌렀을 경우 시프트업할 때 파워시프트의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내부에서 클러치가 붙을 때 전진으로 튕겨나가는 듯한 상황이 연출된다.


스포츠 플러스 조건에서는 위와 같은 세팅의 차이로 0->100km/h 가속성능이 0.2초 정도 앞선다고 한다. 이 연출이 클러치의 마찰에 의해 연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구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엔진은 부드럽기 짝이 없고 어떤 회전수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공냉식과 비교할 성질의 것은 못되지만 일반 스포츠카들의 V6엔진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평대향 엔진의 존재감은 확실히 높다.


997 GT3
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배기음에 대한 것은 좀 불만이다.

음량을 높이는 방법에 있어서 엔진자체가 만드는 음색을 강조하기 보다는 배기 시스템에서 인위적으로 가공된 듯한 음색이 911 heritage를 고려한다면 약간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부밍음이 좀 큰 편이라 엔진 회전 자체를 느끼는데 약간 방해가 된다고 느낄 수 있다.

7 PDK는 차를 미친듯이 튀어나가게 도와준다. 마치 힘이 넘치는 야수에 약물을 투여하여 그 육체적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겨울에 오픈탑으로 주행을 해보았는데, 140km/h이하로 달릴거면 그런대로 영하 1,2도 정도는 나름대로 낭만이 있다.

한국에서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오픈을 하고 달리기가 더 좋다.

후덥지근한 한국의 여름과 시가지의 나쁜 공기는 오픈탑을 꼭꼭 닫고 다니게 만든다.

반면 영상의 겨울 날씨는 머플러와 가죽장갑만 끼고도 그리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911
에 사용되는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은 이전의 비스커스 커플링 대신 할덱스 클러치 방식의 전자제어로 교체되었다.


앞뒤 100:0, 0:100으로 토크변화의 폭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는 하지만 실제 운전 상황에서 100%전륜이나 후륜구동으로 움직이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계적으로 그런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도 그런 극단적인 토크배분을 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911에서 4륜 구동의 의미는 눈이 온날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초기 세팅이 전륜보다는 후륜에 힘이 많이 실려있는 차량들은 빗길 주행시 큰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


후륜구동 911은 꼭 눈길이 아니더라도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에서 정말 쥐약일 정도로 컨트롤이 어렵다. 이런면에서 카레라 4는 확실히 큰 도움을 준다.

마른노면에서의 카레라4의 느낌은 기본적으로 카레라2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철저하게 RR의 느낌에 충실하게 세팅되어 있다.


이런 세팅은 너무도 당연한 세팅이다. 왜냐하면 풀타임 4륜 구동의 특성상 전륜에 힘을 많이 주면 줄수록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스티어링 감각은 둔해지기 때문이다.

전륜으로 힘이 많이 오면 스티어링을 꺽는 양이 많아진다. 그리고 액셀링으로 코너에서 거동변화의 범위도 줄어든다.


풀타임 4륜 구동이 전자식이건 기계식이건 초기 전후 힘의 배분은 코너에서 스티어링휠을 꺽는 순간 앞에 있던 힘이 뒤로 이동한다.

911의 기계적인 진화와 함께 고급스러워지는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승차에는 히팅 스티어링 휠까지 장착되어 있었다. 

높은 가격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포르쉐의 노력도 눈부시다. 993 997을 번갈아 타보면 10년 사이에 나온 차종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여자들도 좋아할만한 인테리어와 비즈니스에 사용하기에도 911은 그리 무리가 없는 차로 변했다.

차가 계속 커지고 무거워졌지만 달리고 도는 실력만큼은 양보와 타협이 없이 철저히 고수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치장과 호화장비가 추가되언 현재의 모습을 나무라고 싶지 않다.


포르쉐에 익숙해지면 그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과 노면을 읽고 반응하는 다이렉트한 느낌 그리고 특유의 엔진의 회전질감 때문에 포르쉐를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PDK
는 수동이 아니면 안되었던 절대적인 신념을 흔들리게 할만큼 매력적이다. 수동과 기존의 자동변속기는 선택의 고민이 될 수 조차 없었다. 자동변속기의 911은 와이프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PDK와 수동은 동일선상에서 신중한 선택을 하게할 만한 가치를 남겨준다.


그래도 수동이 사라져간다고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GT2GT3에는 수동 이외의 선택이 불가능하니 포르쉐 수동애착을 구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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