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리즈가 뭔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시장에 등장했다.

구형은 디자인 혁신을 통해서, 그리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의 개념을 도입한다는 취지의 이노베이션적인 측면에서는 동등한 접근으로 보이지만 신형에 적용된 디자인과 내용이 훨씬 돋보인다.


디자인은 구형이 나왔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호응이 높고, 차분해진 바디라인과 진화된 세련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7시리즈에 가장 큰 이노베이션이라면 바로 driver assistant에 대한 투자였다.

최근 자동차 만들기의 가장 굵은 트랜드는 CO2저감을 위한 연비향상이라는 큰 주제와 함께 운전자 지원시스템의 다양화로 들 수 있다.


Driver assistant
시스템으로 불리는 안정장비들은 대부분 Active safety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데, 기존에 Passive(수동적) safety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자주 활용할 수 있느냐는 점과 얼마나 직관적인 개념의 장비이냐는 것이다.


Passive safety
의 대표적인 에어백을 예로 들자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장비의 혜택을 경험하지 못한다.

ABS 역시 과도한 제동상황이 아니고서는 ABS의 고마움을 매일 경험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BMW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나이트 비젼, 사이드 카매라와 같은 장비들은 운전을 하는 동안 내내 도움을 받고 운전자가 이 장비에 항상 의존하는 높은 의존도를 발휘한다는 차원에서 sales talk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좀 더 쉽게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할 수 있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즉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하더라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 효과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반감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별 것 아닌 기술이지만 시각적인 표현이 가미가 된다면 그 가치나 고객이 느끼는 혜택(benefit)이 돋보이게 된다.


7시리즈의 가장 큰 innovation은 바로 위에 언급한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젼, 사이드 카매라등의 주요 Active safety 장비들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서 완성되었다.


여기에 4.4리터 트윈 터보 V8엔진과 국내 미적용된 4WS(4 wheel steering)등의 장비들도 새롭게 7시리즈에 선보인 장비들이다.


407
마력을 발휘하는 4.4 트윈터보 엔진은 기존의 5리터 NA엔진을 대체하는데, 출력과 성능에서 앞선다.

배기량을 줄이고 과급장치를 장착하는 이유는 차급에 따라 출력의 차별을 두는 제어가 손쉽고 정속주행할 때의 연비를 향상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대형 NA엔진이 웅장한 느낌을 주고 묵직한 액셀링 뒤에 큰 토크가 꿈틀거리는 듯한 여유가 장기라면 정속주행 연비에서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동일한 출력을 내는 조건에서는 배기량이 적은 쪽이 정속주행과 같은 저부하에서 효율이 높고 BMW도 이미 X6를 통해서 성능을 입증한 4.4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주저없이 750Li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61kg
의 토크가 1750~4500rpm에 걸쳐 플랫하게 뿜어나오는 여유로운 토크로 100km/h까지의 가속은 5.3초면 충분하다.

이 엔진은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던 엔진인데, 파워나 가속감을 제외한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그리 BMW스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약간 실망이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배기를 아무리 틀어막았다고는 해도 엔진이 돌아가는 느낌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박력이 없다.

그냥 빠른 엔진이라는 느낌 이외에 BMW스러운 다이나믹함을 전혀 전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터보 엔진이라 래그는 거의 없는 엔진이지만 단수를 높여나갈 때마다 용수철처럼 탄력있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그래도 E38까지 사용되었던 NA4.4 리터 엔진의 감성과 스포티한 느낌이 정말 그리웠다.

샤시는 운전자가 Sport+, Sport, Normal, Soft를 선택할 수 있는데, 어떤 세팅에 두어도 기본적으로 잔충격과 노면의 거친 부분에서 통통거리는 느낌이 그다지 세련되지 못했다.


차의 전장을 고려했을 때 BMW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제동밸런스와 완벽하게 무게중심의 급격한 전후이동을 억제하는 토탈 밸런스가 전부이다.


서스펜션의 fine tuning은 분명히 앞으로 큰 개선이 되어야할 부분으로 보이는데 런플랫 타이어가 이렇게 통통 거리는 느낌을 주는데 한 몫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구형과 비교해보면 차의 주행능력이나 느낌에서 완전히 풀모델 체인지된 완전히 다른차라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완전히 다른 디자인과 패키징을 가지고 있지만 하드웨어적인 느낌은 구형의 느낌이 그만큼 많이 묻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의 독일차들은 안전성과 주행 안정성면에서 혁신적인 개선을 시킬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큰 차이로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힘든 샤시나 플랫폼의 개선보다는 위에 언급한 소비자들이 쉽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장비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찌되었건 완전히 다른 차이기는 하지만 주행성과 안락성에서 한세대를 앞서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영역이 지금 당장 가야할 정도로 절실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오해해서는 안되는 부분은 일반 고객들은 7시리즈를 타면서 구형보다 BMW의 주행 아이덴티티가 떨어진 것에 불만을 가질 고객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고로 7시리즈의 주행 감성이 떨어진 것이 차의 상품성을 평가하는데 고려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미 7시리즈는 선대가 등장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에 나타났으며, 단정한 고급 수트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확보하게 만들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3가지 색깔로 표시되는데 정말 유용하고 좋은 장비라는데 이견이 없다.

빠르게 달릴 때는 계기판의 속도계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안전운전에 위배될 정도로 짧은 순간이라도 전방 시야를 떼는 찰라 자체가 위험하다.


이밖에 한글로 표현되는 각종 디스플레이 역시 친절하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고, 시각적으로 화려하기 때문에 뭔가 첨단 자동차의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장착된 타이어의 생산년과 주까지 화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의 9.2인치 모니터의 위치도 헤드레스트가 아닌 등받이쪽에 장착되어 있어 훨씬 보기 편하다.

7시리즈는 독일사람들이 자기 고집과 철학이라는 명분보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로 그 차를 만드는데 엄청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BMW스럽기 보다는 렉서스스럽게 변질된 부분도 보이는데다가 엔진의 감성이 독일스럽지 못한 점은 BMW 매니어의 한사람으로서 좀 아쉽기도 하다.

BMW S클래스를 능가하는 차를 만들기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고, 그냥 떡대만 커다란 차를 만든 것이 아닌 시장과 고객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분석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7
시리즈에서 BMW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여전히 BMW에는 재미나고 BMW스러운 차들이 차고 넘친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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