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터가 96년도 파리 오토살롱에 선보였을 때 난 바로 현장에서 복스터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
550스파이더를 모태로 한 미드십 스포츠 로드스터가 세계에 선보이는 순간을 지켜보며 이차가 쿱으로 나온다면 911의 시대는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결과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911의 시대는 끝나기는 커녕 그 위상은 그 어느때보다 강해졌다.

포르쉐 입장에서 911을 보호하기 위한 파워트래인의 디튠 및 차별화 전략으로 인해 실제로 운동신경이 더 좋은데도 불구하고 911을 맘놓고 추월할 수 없는 계급적 신분 위계질서에 복종해야만 하는 카이맨의 운명은 안타깝지만 포르쉐에서 911의 카리스마에 상처가 가해지는 그 어떠한 시도도 팩토리에서는 앞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911과 카이맨은 늘 적당한 선에서 출력의 갭을 유지할 것이고 고로 순정 상태에서 카이맨이 911보다 빠르다고 느낄 여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카이맨과 911을 태백에서 타본바로 그리고 복스터로 슬라럼을 해본바로 911보다 우월한 운동신경은 물론 훨씬 다루기 쉬운 핸들링 머신인 것은 분명하다.

911이 무거운 질량과의 싸움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무거운 질량이 후륜 액슬뒤쪽에 위치한 것으로 인해 차의 레이아웃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과 그에 맞춘 드라이빙이 갖춰졌을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여전히 조금은 까다로운 주행특성과 비교하면 복스터나 카이맨은 훨씬 이해가 수월하다.

295마력의 파워가 안산서킷에서 보여준 직선 가속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오는 속도가 워낙 아니 대단히 빠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곡선으로 감기는 안산의 직선끝에 도달하기 한참전에 220km/h를 여유있게 마크하는 모습은 3랩째를 돌 때 확인할 수 있었다.

구형 E34 M5를 포함해 300마력대의 차들을 동일한 서킷에서 몰아보면서 200km/h를 넘기는 것이 안산에서는 제법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변속기로도 직선에서 가속이 돋보였다.

포르쉐는 0-100km/h 데이터가 무의미하다 100-200km/h 이나 200km/h이상의 영역에서 가속력을 논한다면 비슷한 출력대보다는 훨씬 빠르고 한참 높은 출력을 가진 독일 세단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빠른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295마력이라는 출력에 의심이 갈 정도로 고속에서 잘달리는 카이맨에 또다른 비밀은 자동변속기이지만 수동과 거의 비슷한 탑스피드와 고속에서의 가속력을 확보하기 위해 3,4,5단을 비교적 가깝게 세팅한 노력도 고려해야 한다.

코너를 돌 때의 모습은 분명 911보다 빠르면서 난이도가 1/3밖에 안된다.
911은 제동을 강하게 걸고 제동을 풀면서 스티어링을 조작할 때 제동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잇는 상태라면 후륜을 쉽게 던질 수 있는 특성이 강한데, 카이맨은 이보다 훨씬 후륜이 덜 급격하게 움직인다.

뒤가 밖으로 흐르는 것을 알면서도 코너의 각도에 맞게 스티어링을 안쪽으로 힘차게 감아도 과도한 액셀링이 동반하지만 않으면 후륜이 상당한 끈기로 버틴다.

PSM을 켜놓고 공략을 해도 기분좋은 미세한 테일슬라이드에 전혀 동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급격한 핸들링 조작으로 PSM을 자극시키지만 않으면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머리가 꽂는데로 돌아나가는 특성도 기분이 좋지만 가속패달을 밟으면서 발생하는 Yaw 모멘트를 연출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원가를 고려한다면 복스터보다 10%는 싸야 정상이지만 늦게 나온 늦둥이 프리미엄이 붙어서인지 가격이 복스터보다 비싸다.
예전에는 그레이 임포터를 제외하면 포르쉐 수동은 구경도 못했는데 독일인 Managing director의 영향으로 정식으로 수동버젼도 구입할 수 있다.

카이맨은 911과 속도에서 경쟁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서킷과 같이 계급장 떼고 달리는 환경에서는 911을 위협할 수 있는 핸들링을 가지고 태어났다.

좋은 차가 숙성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차원에서 현재의 복스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의 두배나 강해진 바디강성으로 포르쉐는 비교적 쉽게 카이맨을 세팅했을 것이다.

카이맨이 복스터 쿱이라는 이름 대신 고유의 이름을 부여한 한데에는 분명 포르쉐의 강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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