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Ci와의 두번째 만남은 안산서킷에서 이루어졌다.
서킷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듯 약간은 콧대 쌔고 거만한 몸놀림을 보일 것 같지만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서킷에서도 상당히 잘 달려주었고, 기본기가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던 시승이었다.

650Ci는 개인적으로 잘만들어진 차임에도 BMW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아 한번 타본 후 다시 찾아서 타고 싶은 차가 아니었다.
잘만든 4.8리터 367마력 엔진은 레스폰스도 좋고 파워나 밸런스도 훌륭하지만 가속패달과 엔진의 거리가 수십미터는 되는 듯 뭔가 중간에 단절감이 강했고, BMW나름의 스포티함이 표현되지 못한 어쩌면 7시리즈 전용으로 사용되어야할 엔진이 아무런 감성 튜닝없이 6시리즈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하는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

육중한 무게의 컨버터블이었지만 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쿠페에 버금가는 강성이 갖춰져서가 아니라 정작 필요한 곳을 강하게 보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픈 상태로 서킷에 들어갔는데도 바디의 변형으로 인한 접지의 불안이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에 제동을 걸기전 노면이 솟아 올라가는 지점에서 살짝 점프한 후 급제동을 걸어도 밸런스 회복하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
이는 BMW의 주특기이기도 하다.

코너에서 파워를 걸어도 DTC off 상태인 경우 파워 오버스티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확실히 제어가 되고 코너 진입때 브레이크를 끌고 들어가는 패턴으로 운전해도 뒤가 밖으로 쉽게 나르지 않는다.

대단한 안정성은 367마력을 후륜에 걸어도 무섭거나 위화감이 전혀 없다.
제동시 느껴지는 강인한 밸런스 회복력과 더불어 패달이 주는 아주 리니어한 감각도 일품이고 어떠한 상황에서의 제동이라도 정교한 컨트롤이 쉽다.

이렇게 잘만들어진 차이지만 너무 5시리즈스럽거나 7시리즈스럽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6시리즈가 환생했을 때 과연 문짝 네개 달린 5시리즈와 7시리즈의 중간 성격의 세단필보다는 좀 더 감성적이고 스포티함을 기대했었다.

막상 타보니 E39 5시리즈보다도 덜 스포티하고 주행감성이 철저히 도로와의 차단이라는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액티브 스티어링 휠은 편리한 기능이지만 절대 핸들링을 돕는 도구가 아니며 스티어링 피드백만 둔하게 만드는 장비로 밖에 여겨지지 않아 5,7시리즈에는 고집스럽게 고수해도 좋을 장비이지만 6시리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신형 8기통 엔진은 대단한 완성도를 가졌지만 6시리즈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잃었다.
좀 더 8기통스러운 음색이 터져줘야 8기통 럭셔리 쿠페를 모는 맘가짐이 달라질 것이다.

대단히 잘만들었지만 두번 세번 찾아서 시승하고 싶지는 않은차.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대단한 미인이고,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콧대인데도 데이트 이상의 욕정이 생기지 않는 여인..

650은 벤츠의 SL을 의식했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개성이 없다.
SL이 가진 감성이나 박력이 650의 그것을 압도하기에 충분하고 대단한 핸들링을 가졌음에도 물러터진 렉서스의 SC430보다 공도에서 그리 재미나지도 않는다.

직렬 6기통을 가졌던 635CSi의 감성은 M 모터를 가진 M6로도 재현이 안되는 듯 보인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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