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J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단중 하나이다.
신형으로 갈수록 시대와 타협하는 노력이 가미된 것은 눈치챌 수 있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다. 좁디 좁은 트렁크 공간 또한 여전하다.

라인업에 디젤이 추가된 것은 XJ와 같이 우아한 이미지를 강점으로 하는 모델에는 언듯 어색해보일 소지도 없진 않지만 추가된 파워트레인이 워낙 출중한 성능과 정숙성을 가진만큼 실리를 따지는 오너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204마력의 V6 2.7터보 디젤엔진은 푸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엔진으로 그동안 독일제 6기통 디젤엔진과 비교해보고픈 욕구가 강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자면 배기량이 독일제 6기통 엔진보다 작은 것으로 인해 약간 낮은 토크를 제외하고 완성도나 회전질감 그리고 진동억제 능력으로 보아 독일제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상의 완성도를 갖춘 엔진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알미늄 바디의 XJ는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가뿐하게 순발력을 발휘하고 속도계가 220km/h를 넘어갈 때까지 탄력이 죽지 않는다.
부드럽고 조용하며 한마디로 제법 매끈한 감성을 뽑아내는데다가 XJ에 맞춰넣기 위해 fine tuning을 한 노력이 돋보인다.

에어댐퍼가 승차감과 노면 기복에 대응하는 성능적 측면 역시 상당히 진보한 모습(승차감 측면에서)이고, 장착된 수평유지 기능 덕분에 코너에서 차가 기울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눌린쪽 댐퍼에 공기가 순간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롤억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중속코너까지의 영역에서 머리의 움직임과 승차감의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만족스런 바디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최근에 나온 XJ모델이 같은 바디의 2년전의 그것과 비교하면 제동느낌이 훨씬 정직해졌다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이다.

구형 재규어 모델들은 제동 느낌이 부정확하고 스폰지 영역이 워낙 큰데다가 제동이 듣기 시작하는 시점은 너무 끈적거려 오른발이 피곤했었는데, 최근에 이 약점이 크게 개선된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동도 제동파워가 아니라 결국은 감성으로 초점이 맞춰지는만큼 제동감촉 역시 부단히 개선되고 가장 호평을 받는 모델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에어서스펜션을 포함한 서스펜션 세팅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자.
언급했듯이 밸런스가 좋은 바디에 강한 파워트레인과 질감이 좋은 6속 변속기는 아주 훌륭한 조합이다.

에어서스펜션의 능력이 페이톤과 A8, S클래스가 보여주는 롤억제 능력과 비교하면 좀 더 개입이 적극적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XJ가 가진 세팅의 한계는 180km/h가 넘어서면 좀 심하게 흐터러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고속으로 가면갈수록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 액티브 서스펜션의 세팅은 바운딩 속도 즉 상하로 수축되었다가 펼쳐지는 반응속도를 약간 늦추는 것이 안정성을 높이고 급격한 바디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

XJ의 에어서스펜션 역시 지나치게 예민해져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로직이 개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고속에서 액셀 오프시 발생하는 턱인과 고속코너에서 미세한 고속바운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점이 보였다.

드라이빙 스킬이 좋은 운전자에게 이런 현상은 몸에 배어있는 감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운전할 수 있지만 일반 운전자에게 대형세단은 고속으로 갈수록 off throttle oversteer를 철저히 지양해야함에도 XJ는 이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직선으로 내달릴 때나 얌전한 칼질에는 떡벌어진 넓직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일부러 테스트를 위해 연출한 조건에서는 요잉(yawing)이 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XJ가 독일제 최고급 세단과 비교해 혁신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Heritage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전히 재규어 매니어들은 전세계에 넓게 퍼져 광신도와 같은 추종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XF가 제법 과감한 변신과 가격에 5시리즈와 E클래스 A6와 경쟁하게 포지셔닝 시켰을 때 우려도 많았지만 유럽에서 상당히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재규어가 여전히 저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제 자본이 바뀌었고, 포드에서 완전히 독립했으니 그동안 제품의 기술적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은만큼 XJ도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길 바라는 바이다.

포드산하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건진 품질향상이 앞으로 재규어의 미래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기술투자가 있어야할 것 같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