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 허머를 경험했던 것은 96년도의 일이었다.
당시 운전을 해본 것은 아니고 옆좌석과 뒷좌석에 동승했었다.
V8 5.7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시속이 120km/h였던 것으로 기억하며, 시내버스와 맞먹는 차폭으로 인해 상당한 차폭감각이 필요했었다.

실내의 시내버스 좌석 비슷한 4개의 좌석과 좌우에 앉은 승객간 거리를 고려한다면 도로용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부나 구조적인 부분에서 군용에 가까운 구조였다.

H2는 근본적으로 군용의 터프한 외모를 유지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러워졌고, 실내의 구조도 최대한 승용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였다.

시승차는 2006년식 325마력/5200rpm, 53.6kgm/3600rpm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160km/h에서 제한된다.
V8 6.0리터 엔진은 2007년부터 6.2리터로 커졌고, 4단변속기에서 6단으로 변경되었다.

높은 시야와 누가봐도 한마디씩할만큼 자신감 넘치는 외모로 인해 덤프트럭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H2에서 풍긴다.
이것이 H2가 가진 최대의 세일즈 포인트일 것이다.

SUV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실내가 넓지도 트렁크가 크지도 않다. 샤시의 구조가 군용으로 설계된만큼 플로우가 높고 공간 효율이 차량의 크기에 비해 극도로 떨어진다.

3톤이나 되는 무게는 정비받을 때도 리프트를 잘 선택해야하며, 이런 차를 얼라인먼트를 보기도 쉽지 않다.

8기통 6리터 엔진은 기대했던 것보다 4000rpm이후에도 힘차게 돌아주었지만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갈 때 갑자기 기어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차에 가속할 때 묵직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160km/h까지는 생각보다 쉽게 도달했고, 안정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브레이크가 많이 밀리기 때문에 120km/h가 넘어가면 H2로 급조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엔진소리도 좋고, 특이한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H2를 몰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캐릭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차인만큼 기계적으로 숙성되고 안되고를 따질 필요는 구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차에 대한 선입견을 깰만큼 미국차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차 특유의 조금은 엉성하고 짜임새없는 차만들기의 흔적은 H2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미국차들의 technical solution들은 일단 단순한 것을 추구한다.

H2의 내부 플라스틱이나 조립상태를 보면 국산차는 커녕 이제 중국차의 그것과 비교할 수 밖에 없어진다.
질감도 나쁘고, 견고한 맛이 전혀없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실내 버튼등이 LED가 아니라 모두 꼬마전구 타입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다가 버튼 조작을 하기 위해서 버튼을 만져보면 상당히 뜨겁다.
어떤 버튼은 손을 데기가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뜨거워 오래 데고있지도 못할 정도이다.

트렁크 공간에 있는 보조의자는 소위 벌서는 자리의 용도로 보인다.
바닥이 높아 무릎이 많이 올라와 초등학교 학생이 아니면 불편해서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

미국차만 오래 타왔던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이렇게 엉성하기 짝이없는 차라도 단순한 구조로 인해 고장률이 높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된 하드웨어다보니 진상을 떠는 불가사의한 기계적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항속위주로 설계된 미제 8기통 엔진은 정속주행연비도 상당히 좋다.
H2의 오너의 말로는 고속화도로와 시가지를 번갈아가며 탈 때 리터당 5km라는 경이적인(?) 연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3톤의 무게에 6리터 엔진으로서 한국도로에서는 정말 좋은 연비가 아닐 수 없다.
300마력이 넘는 가솔린 엔진을 가진 독일제 SUV보다 훨씬 좋은 연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H2로 좀 빠르게 운전할 때 다른차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차선을 변경하려던 차들이 H2가 달려오면 움찔하거나 들어오려고 하다가도 다시 자기 라인으로 돌아가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한편으로 통쾌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H2와 도로에서 마주치는 것 자체가 위협적일 수도 있겠다.
커다란 바퀴에 스치기만해도 견적이 살벌하게 나올 것이 뻔하고 잘못 사고가 나면 H2가 상대차를 밟고 타 넘을 수도 있다.

H2는 웬만한 SUV들을 모두 어정쩡한 컨셉의 차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외적으로 당당하고, 버스의 운전석 위치와 흡사한 승차위치로 왠만한 차들을 모두 내려다보는 재미도 크다.
재미있는 컨셉의 H2에서 이제는 군용의 이미지는 찾기 어렵고 충분히 모던해졌으면서도 가벼워보이지 않는 디자인 이미지도 시대와 동떨어지지 않아 H2를 몰고 있으면 제법 흐뭇해진다.

<특이한 기능>
센터는 물론 전후 디퍼렌셜 역시 따로 잠글 수 있다.
후륜에 장착된 에어서스펜션은 후륜의 지상고를 높일 수도 있고 견인시와 같은 상황에서 후륜의 지상고가 낮아지지 않도록 지상고를 보정시켜준다.
트랙션 컨트롤 2라는 장치는 디퍼렌셜을 잠그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데 눈길이나 사막에서 탈출하기 쉽게 컨트롤해준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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