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2를 타고 아우토반을 통해 드레스덴에서 볼프스부르그로 가던중 멀리서 달려오는 R8에게 1차선을 양보하고 한동안 뒤따라갔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LED는 낮에도 HID를 켠 것과 같이 눈매가 또렷하고 헤드램프의 넓은 좌우폭을 통해 얼마나 납작하게 자세를 웅크리고 있는지 가늠이 된다.

R8은 폭스바겐 그룹산하 아우디 브랜드 그룹 디비젼에서 관리하는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 변속기를 포함해 많은 부품을 공유한다.
하루에 15대를 생산하며 5000개의 부품을 직접 손으로 조립하는 공정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RS4와 같은 V8 4.2 420마력 43.8kg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심장을 가지고 있다.

B7 RS4는 이미 시승해본 적이 있고, 이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지만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드라이섬프 방식을 사용하는 V8 4.2엔진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속기는 BMW의 SMG처럼 건식 싱글클러치를 사용하는 시퀜셜 타입이고, 토센 디퍼렌셜 대신 비스커스 커플링을 활용해 앞쪽으로 10~35%의 힘을 분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전후 44:56의 무게배분은 전형적인 미드십 구성에 종배치 V8엔진으로 1560kg의 작지 않은 중량을 가진 다부진 골격을 가지고 있다.

B7 RS4의 감성적 단점은 가속패달을 밟았다가 놓았을 때 회전수의 하강이 너무 느리다는 점이었다. 긴장감없는 운전에는 좋지만 빠른 시프트웍을 동반할 때는 엔진과 박자를 맞추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R8의 실내에 앉아 액셀링을 해보면 회전수의 상승과 하강이 RS4의 그것과는 다르다.
같은 엔진이지만 감성튜닝에서 분명 차이가 많다.
수동을 몰아보면 이 회전수 하강 스피드로 인해 빠른 박자로 변속과 클러칭을 할 때 스포티함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지만 한국에는 수동이 수입되지 않는다.

배기음도 RS4의 그것보다 훨씬 우렁차고 V8특유의 비트를 잘 살리지만 고속에서는 지나치게 조용하게도 들린다.
부밍음이 없는 깨끗한 배기음은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풀가속을 하면 넓게 퍼져있는 토크밴드로 인해 펀치력이 강하진 않지만 제한기가 작동하는 8100rpm까지 시원하게 뻗는다. R8의 엔진느낌은 V8의 펀치를 조금 양보하고 6기통의 회전력을 짬뽕한 하이브리드 엔진과 같다. 때문에 머슬엔진의 느낌이 전혀 없다.

RS4와 약간 다른 점은 4600rpm부근에서 가변 캠 타이밍으로 인해 토크가 힘차게 살아나는포인트가 좀 더 뚜렷하고 그 지점부터 배기음도 조금 더 굵어진다.

즉 V8엔진의 약간은 게으른 회전특성과 비교하면 R8의 그것은 상당히 부지런한 V8의 컨셉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회전수는 4600rpm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최대 리스폰스를 즐기면서 힘차게 가속시킬 수 있다.

코너링을 할 때의 움직임은 전형적인 미드 엔진차량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거친 느낌이 없기 때문에 다루기 쉽다고 느낄 수 있고, 코너를 탈출하면서 가속할 때 언더스티어를 동반하기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좀 많다는 일반적인 의견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911도 코너를 탈출할 때 스티어링 각도와 가속패달을 밟는 포인트에 따라 심각한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질량이 큰 리어를 가진 차들은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밟는 포인트와 뒷바퀴가 선회라인안에 있고 없고가 핸들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R8의 핸들링이 미드의 전형을 따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동을 약간 끌면서 코너를 진입할 때나 코너를 돌아나가는 와중에 부득이 변속을 해보면 곧바로 알 수 있다.

기존에 아우디가 만들던 그 어떤 차들과도 다르다.
아우디의 때로는 고리타분하고 너무 안정적이기만한 핸들링과 비교하면 R8은 아우디가 기존에 고수하던 핸들링 철학과는 철저히 다르다.

발놀림이 가뿐하고 머리가 팍팍 꽂아넣을 수 있는데다가 고속코너에서 변속을 하는 도중 즉 변속시 발생하는 순간적인 무게중심 이동에 선회라인이 급격히 영향을 받는다.
이때는 긴장도 되지만 확실히 짜릿하다.

고속코너에서 변속시 발생하는 순간적인 선회라인의 이동은 911의 그것과 비슷한 정도의 영향이라고 봐도 되고 박스터의 그것보다는 좀 더 예민하게까지 느껴진다.

변속기의 완성도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변속의 빠르기는 아주 끝내주게 빠른 정도는 아니었고, 그저 스포츠 드라이빙에 방해가 안될 정도로 빠른 정도였지만 다운시프트가 빈틈없이 정확했고, 회전수의 보상도 연속 다운시프트시 완벽했다.

다운시프트를 했을 때 7800rpm을 넘지 않으면 무조건 허용하기 때문에 마이너스 버튼을 연신 눌러대면서 기어가 내려가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SMG와 마찬가지로 변속시 가속패달을 밟았다 떼는 동작을 겻들이면 변속이 부드럽고 충격이 사라진다. 이는 중속코너를 공략하거나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반드시 권장하는 운전법이다.

동력이 100% on, off 되는 과정속에서 발생하는 변속충격이 코너에서 자세유지나 라인에 많은 영향을 주는 R8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하는 운전법은 운전의 재미를 배로 높일 수 있다.

댐퍼세팅을 노멀로 두었을 때의 승차감은 골프 GTI보다 오히려 좋았을 정도였다.
하드한 세팅을 선택해도 승차감은 대단히 좋았고, 차체의 설계나 조립에서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A4만드는 듯한 완성도를 고성능 스포츠카에도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량생산을 하는 아우디의 강점이다.

포르쉐의 내구성이나 질감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R8의 실내가 더 견고하고 모양이 좋다.
운전석의 포지션도 미드십 차량 특성상 앞쪽 휠하우스가 실내로 침범하는 퍼센티지가 크긴 하지만 그리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편하고 고속주행을 하면서 블루투스를 통해 전화통화를 하는데 방해받지 않는다.

전륜 8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의 파워는 결코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면서도 한참 열을 받아 끈적끈적한 피렐리 피제로 로쏘를 무참히 짓눌러버릴 정도로 강하고 정확하다.

R8이 수퍼카이네 아니네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재 V8버젼이 다가 아닌데다가 곧이어 V12 TDI 500마력을 가지고 325km/h를 커버하는 6단 수동버젼은 물론 RS6에 올라가는 V10 트윈터보 580마력 버젼도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580마력 버젼이 나와도 수퍼카이네 아니네하는 논쟁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쨌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프로덕트 컨셉에서 약간 다른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이 차량이 수없이 많은 세그먼트로 쪼개져 니치마켓을 위한 모델도 부족해 니치와 니치마켓 사이에 또다른 형태의 차량이 포지션 되는 마당에 스포츠카와 수퍼카 스포츠 세단 이런 몇안되는 카테고리에 모든 차를 쑤셔박으려는 시도 자체가 미련하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와 비교하면 R8은 훨씬 편하고 기계적으로 높은 신뢰에 안심할 수 있다. 감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높은 품질과 편안한 운전이 이를 보상한다.
사실 페라리 F430도 시가지에서 운전하기 상당히 편한차였다. 997 카레라 S 수동차량도 시내에서 수동만 잘 다루면 불편함없이 오히려 짧은 차체에 운전이 손쉽다.

현재의 싱글클러치 타입의 변속기는 조만간 DSG와 같은 방식의 아우디 고유의 명칭인 S트로닉으로 바뀔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코너에서 R8을 다루는데 좀 더 쉬워지는 장점이 부여되겠지만 터프한 맛과 능숙한 운전자의 오른발 스킬과 변속을 관장하는 재미가 약간 반감될 것이다.

R8이 나오자마자 수요를 댈 수 없을만큼 많은 주문이 밀려드는 모습으로 보아 아우디는 이제 확실히 준비된 브랜드이고 그 아이덴티티가 BMW와 비교해 스포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전혀 손색이 없음이 증명되었다.

아우디가 80년대부터 스포츠 콰트로나 S2와 같은 컨셉의 차를 시작으로 초대 수퍼웨건이었던 RS2를 만든 90년대 초중반 시도와 그동안 제품 라인업에 공들인 성과를 지금에서야 톡톡히 본다고 생각한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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