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트로포르테를 또다시 만났다.
변속기가 수동베이스의 시퀜셜 타입에서 ZF제 일반 자동변속기로 바뀐 것이 차에 있었던 변화였고, 개인적인 변화로는 지난 연말 18일간의 여행기간중 일주일 정도 이태리를 차로 여행하면서 마세라티 본사와 움베르토 파니니라는 멋진 노신사의 개인 컬렉션들을 모아놓은 세계 유일의 마세라티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것이 2년전 시승때와의 차이점이다.

차도 물론 바뀌었지만 나 개인적으로 이태리에 대한 직접 경험이 생겼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짧게나마 곁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차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또 다른 안목을 허락했다.
콰트로포르테에 대한 시승기는 전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2006년 10월 시승-로드임프레션 이전 시승기 참조)

만4일 동안 새로운 변속기를 탑재한 콰트로포르테를 몰 수 있는 특권을 누린 주말은 정말 특별했다.

과거 절친한 친구 둘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리면서 나누었던 감동과 대화는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새로 태어난 딸아이를 뒤에 태우고, 그리고 아내에게도 운전대를 맡겨보았다.
콰트로포르테는 페라리를 세단으로 표현한 가장 독특한 형태의 고급 스포츠 세단이다.
이보다 빠르고 좋은 세단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차는 본 적이 없다.

바뀐 변속기는 운전재미보다는 시가지주행의 안락성과 내구성에서 큰 혜택을 준다.
시퀜셜 타입의 변속기는 변속시 동력이 완전히 끊어졌다가 붙는 형태이기 때문에 변속충격에서 오는 거부감 내지는 동력이 끊어졌을 때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나가는 본능적인 동작에 어색한 감을 주었지만 ZF제 자동변속기는 운전에서 괴리감이 전혀 없다.

다만 다운시프트시에 회전수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점과 다운시프트시 변속을 빨리 마무리함으로 인해 스포티한 감속을 유도하고자하는 의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다운시프트를 rev. matching없이 빨리 하다보니 변속충격이 좀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풀쓰로틀할 때 역시 내부 변속 동작을 빨리 끝내고자 록업 클러치가 지나치게 일찍 개입함으로 1단에서 2단은 약간의 변속충격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존 시퀜셜 타입보다는 얌전하다.

여전히 매혹적인 배기음을 선사하고 짜릿하다못해 울부짓는 음색에 오줌을 싸버릴 것만 같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면서 자꾸 창문을 내리고 차가 굴러가는 와중에 중립에 두고 악셀링을 하는 유치한 내자신을 함부로 탓하지 못할 만큼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액셀링도 그저 멋질 뿐이다.

6000rpm에 다다르면 다시 한번 더 강한 가속력으로 견인해나간다.
터널안에서 울려퍼지는 배기음은 페라리 F360의 그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서스펜션의 능력 자체는 독일제 동급 세단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충격을 흡수하는 센스나 여유가 독일차스럽지 않아 불만을 가질 운전자들도 많다. 하지만 표현의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몰았을 때는 제법 신났다.
7시리즈나 A8보다 머리를 안쪽에 감아넣기가 한결 수월했다.
기존에 트랜스액슬방식을 버리고 엔진뒤에 변속기를 장착하느라 엔진의 위치가 약간 앞으로 이동했지만 49:51의 전후 무게배분을 실현했다.(기존 47:53)
엔진도 뒤로 상당히 밀려와서 장착되어 있다.

독일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콰트로포르테는 감흥이 약할 수도 있다. 약간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서스펜션 세팅에 대한 이질감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차나 일본차의 사려깊게 자리하고 있는 기능들을 만지다가 콰트로포트테로 옮겨와 실내의 각종 장비를 다루려다보면 그 방법이나 버튼의 위치 로직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독일차에 이골이 난 운전자는 콰트로포르테에게 깊은 애정을 줄 수 있다.
최고급 독일차에는 완벽을 추구하는 냉철함과 차가움으로 인해 감성이 뚫을 틈과 공간이 전혀 없다.

물건을 개발할 때는 상상력 즉 story build up이라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기초작업이다.
모든 물건에는 그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즉 어떤 사람이 언제 어떻게 사용하면 어울리겠다라는 상상의 그림을 밑바탕에 그려둠으로 인해 만든이의 의도를 제품에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배기음은 형체가 없는 무형이다. 하지만 콰트로포르테의 배기음은 이태리인들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틀림없다.

그들의 고도의 상상력이 동원되고 이런 소리를 기획하고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만들어진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이세상 모든 소리를 다 들어본 사람이 그 중에서 가장 멋진 음 몇가지를 조합해 만들어낸 소리같다.
소리만 놓고본다면 의외로 단순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흡입,압축,폭발,배기과정에서 만들어진 소리를 이처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기술에 예술의 혼이 섞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선율을 기억하지 악기를 기억하지 않는다.
콰트로포르테는 내 생애 최고의 배기음을 들려준 차이다. 이놈의 배기음에 심취해있다보면 내가 늘 차를 평가할 때 들이대던 나만의 잣대와 기준들이 맥을 못추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분명 결함과 지적할 부분이 보이지만 그다지 강조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지난 시승기때 나는 이차를 거실에 세워두고 차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과 원두커피를 마시며, 한창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분이 동하면 실내에서 시동을 걸어 멀리서 발걸음을 해준 지인들에게 추억의 배기음을 선사하겠다고 표현한적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경관이 좋은 와인딩로드를 달린 후 차를 시야에 넣을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자동차 잡지를 읽는 상상도 해본다.
독일차는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 싶지만 콰트로포르테는 거실 카페트 위에다가 세워두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선율을 기억하지 악기를 기억하지 않는다.
콰트로포르테를 몰면서 마세라티와 같은 모데날 출신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함께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시승차를 제공해주신 FMK 전우택 부사장님, 윤영석 본부장님, 최병수 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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