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6를 처음 본 것은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였다.
명당자리를 잡고 서있는 X6의 디자인이나 컨셉은 상당히 과감한 시도로 보였고, 때문에 SUV(Sports Utility Vehicle)라는 명칭 대신 SAC(Sports Activity Coupe)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요즘 세단 시장에서도 벤츠의 CLS, 폭스바겐에서도 파사트 CC(Comfort Coupe)가 데뷔하는 것만 보아도 니치 마켓을 위한 공간과 가능성은 끝이 없음을 실감한다.

정통세단, 정통 SUV와 비교해 뭔가 다른 것을 원하는 수요자들은 같은 바디에 그냥 크고 강력한 엔진이 들어간 차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독특한 스타일을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쿠페스타일을 가진 4도어 세단이 나옴으로 4도어 쿠페라는 신종어도 생겼고, 포지셔닝은 당연히 일반 세단보다 약간 상위에 포지션시켜져있다.

X6역시 X5와 400만원의 가격차이(9390만원)를 가지고 있고, 기본적으로 같은 하드웨어를 가진 두차종이지만 표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국내 럭셔리 SUV시장이 상당히 작아진 것을 고려했을 때 X6의 타겟은 카이엔에 집중된다.
트윈터보 4.4리터 407마력 사양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필요충분 이상의 파워트레인이 확보된 셈이다.

시승차는 235마력 최대토크 53kgm(2000~2750rpm)을 발휘하는 3리터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이 탑재된 사양이었다.
X5 3.0d를 시승해본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X6의 전반적인 주행느낌은 X5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여전히 상당히 스포티하게 돌아가는 3리터 디젤엔진은 적당한 소음을 발휘하지만 디젤로서는 상당히 스포티한 감성으로 돌아간다.

3리터 가솔린 엔진보다는 3리터 디젤엔진이 SUV스타일에 훨씬 좋은 조합이자 선택이 될 것이며 이는 BMW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X5와 비교해서 추가된 하이테크는 다이나믹 퍼포먼스 컨트롤이라고 불리는 전후뿐 아니라 후륜의 좌우로도 토크분배를 하는 신형 X drive이다.

일반적으로 전후 토크배분을 담당하는 전자제어 센터디퍼렌셜기어는 유성기어세트와 스텝모터에 의해 조작되는 다판클러치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이 장치를 후륜 디퍼렌셜을 중심에 두고 좌우로 두개를 더 붙여서 만든 것이 BMW의 후륜 토크배분 장치이며, 약간의 기계적 구조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비슷한 장비를 가진 다른 브랜드에서도 흡사한 장치를 가지고 있다.

계기판중앙 하단을 통해서 토크가 바뀌는 것을 그래프를 통해서 눈으로 볼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전:후 4:6을 유지하다가 코너를 돌면서 가속을 할 때 코너바깥쪽 즉 눌린쪽 후륜에 힘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감속시에도 토크 배분이 왕성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스티어링을 꺽은체로 급감속을 하게 되면 안쪽 후륜보다는 바깥쪽 후륜에 토크가 더 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속시 토크가 많이 걸린다는 것은 역으로 엔진브레이크의 효과가 더 크다는 뜻이다.
안쪽 후륜에 엔진브레이크가 너무 많이 걸리면 제동시 머리가 지나치게 안쪽으로 향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동시에도 평형을 유지시키기 좋은 배분을 스스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 장치는 생각보다 유용했고, 저속에서 좌우로 코너쪽으로 꺽으면서 가속패달을 급격히 밟아보면 언더스티어가 현저히 줄어듬을 느낄 수 있다.
407마력의 V8 4.4 트윈터보를 시승해보면 이 기능이 훨씬 더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감한 디자인 시도로 인해 SUV가 가지는 박스형 바디로 인한 공간효율 극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루프가 낮게 느껴지고 X5보다 시트의 포지션도 약간 낮아 무릎이 올라온다.

이 모두가 특이한 차를 타는 사람이 감수해야할 불편함이지만 그래도 SUV가 가진 기능적인 것들 85%는 충실히 해낸다고 이야기해도 무방하겠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경험할 수록 괜찮은 장비라는 생각이 들고, 전자파킹 브레이크가 장착된 것도 운전의 편의성을 돕는다.(헤드업 디스플레이, 마지막에서 3번째 사진 참조)

X5와 마찬가지로 뒷좌석 승차감이 떨어지는 점은 반대로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아주 탄탄한 하체를 즐기며 제법 스포티하게 운전하는 즐거움을 준다.

X6가 아주 폭발적인 판매를 일으킬 수 있는 컨셉의 차도 아니고 시장상황이 그리 이런차를 반기는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재미있는 모델 하나를 추가시킴으로 인해 제품의 포트폴리오가 견고해지고 그로 인해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넓은 폭을 주는 것은 기쁨이자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트윈터보 사양도 시승해볼 것을 기대해본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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