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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가 제법 당당한 모습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쉐나 페라리 안타본 모델들보다 제네시스 쿠페를 더 타보고 싶었던 것은 현대에서 처녀작으로 만든 후륜구동 쿠페가 어떠할 것이라는 배경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증이 더해갔었다.


시승차는 3.8 수동변속기 사양이었고, 303마력/6300rpm, 최대토크 36.8kgm/4700rpm의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사양이다.


많은 차를 시승하면서 국산차의 출력의 숫자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이유는 숫자만큼 달려주었던 국산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랜져 TG(3.3)가 나오면서부터 이런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했고, 파워트레인 전체의 효율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생각을 가질 때 제네시스 3.8 시승때 느낀 가속감이 530i를 가뿐하게 앞서는 것을 보고 현대가 만든 파워트레인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져가기 시작했다.


일단 시내에서 30분 정도 몰아보며 감을 잡기 위한 가벼운 주행을 시도했다.

시트에 앉고 1분 안에 느낀 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체인지레버의 위치가 너무 뒤로 와있다.(시트를 앞으로 당겨 앉는 포지션에선 6단을 넣을 때 체인지레버가 너무 뒤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전체적으로 국내 평균신장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 큰 사람에게 편안한 위치설정이다)


2.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한박자 느리고 내려올 때도 역시 한박자 늦게 떨어진다.


3.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퀵시프트를 하기 상당히 힘들다.(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음) 단 체인지레버의 작동거리가 짧고 변속감촉도 좋은 편이다.


4.      
엔진음색이 좋고 4000rpm이 넘어가면서 가변흡기가 열리는지 흡기음이 달라진다.


5.      
앞뒤 브렘보를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제동 느낌이 다른 현대차와 다르지 않다.(강한 제동이 아닌 평상 제동때의 제동느낌)


6.      
스티어링이 여느 현대차와 다르게 묵직하다.


7.      
VDC를 끄고 번아웃을 유도하면 2~3초정도 되었을 때 파워가 차단된다.(즉 드리프트를 불가하게 만들었고, ABS연결 컨넥터를 제거하더라도 5000rpm이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파워 드리프트를 하는 것이 힘들다)

       
             8.    엔진음색이 상당히 스포티하고, 배기사운드도 세련되었다.
 


노면에 대한 반응도 정직한 편이고, 승차감도 이런 차급에서는 좋은 편이었다.

19인치와 서스의 매칭에 큰 부작용이 감지되지 않았고, 자연스런 주행이 가능했다.


약간 느린 엔진반응은 빠른 손동작을 약간 맥빠지게 하는 경향이 있지만 3단 이후에는 이내용으로 인한 불편함은 현저히 줄어든다.


고속주행시 4인 승차하고 평평한 직선에서 240km/h는 쉽게 마크했고, 0->100km/h를 계측기로 측정했을 때 6.4초가 나왔다.


1
단에서 2단으로 퀵시프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 즉 1단에서 2단으로 급하게 꽂아 넣고 싶어도 변속기가 따라와주지 않는 악조건에서 낸 기록치고는 만족스러웠다.


변속시간 로스로 최소 0.2초 이상을 낭비했다고 봐도 무방하니 실측으로 6초대 초반은 전혀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3,4,5
단 가속 역시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6단에 들어가는 230km/h부근에서도 충분한 토크로 밀어부치는데, 나는 경험을 못했지만 250km/h가 되면 리미터가 작동한다고 들었다.(GPS속도 245km/h)

엔진에서 제법 좋은 소리가 난다는 점과 정속주행때 배기음이 은은하고 부밍음이 전혀 없었다.

나름대로 사운드 튜닝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고속에서의 핸들링은 스티어링을 꺽으면 머리가 안쪽으로 급격하게 꽂히려는 특성을 보이는 전형적인 스포츠 지향 핸들링인데, 이 한계점이 얼마나 될 지 테스트해보기는 사실 좀 무서웠다.


티뷰론과 투스카니에 익숙한 오너들은 제네시스 쿠페의 몸놀림에 역시 후륜구동이라는 감동을 줄 소지가 충분하고 분명 전륜구동과 구분되는 스티어링 감각이 돋보인다.


독일차를 많이 타던 사람들 입장에서 제네시스의 고속에서의 핸들링 동작은 좀 심하게 조작했을 때 뒤가 흘러버릴 것 같은 위화감을 줄 소지도 충분히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충분하기 때문에 고속바운스에 차가 심한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는 것인데, 처녀작치고는 고속 안정성면에서 상당한 수준에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브렘보는 초기 감각이 다른 현대차나 일본차와 다르지 않고 반발력이 약한 특성이 약간 실망이긴 하지만 강하게 밟았을 때 일정하게 제동압력이 증가하는 것은 기존 국산차에서 감히 이룰 수 없었던 혜택이다.

뒷좌석에도 앉아봤는데, 레그룸이 G37쿠페보다 넓은 편이지만 지붕이 낮고 머리가 위치하는 곳이 뒷유리 상단 부분이라 차가 덜컹이면 머리를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인슬라이딩 선루프가 있는 경우 뒷좌석 머리공간이 더욱 더 답답하다.

시트는 잘 생겼고, 편안했다.


차의 구석구석을 보면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적정한 가격에 이 정도의 감성품질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최소한 미쓰비시 란서와 비교할 가치도 없이 내부 감성품질은 눈에 띄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이 보인다.

여러가지 제어장치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드리프트에 제약이 따르고 그토록 염원하는 터보엔진의 칩튜닝이나 터보차져 업그레이드등의 튜닝이 현재로선 막막한 상태이다.


당연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튜닝에 대한 가능성은 분명 열릴 것이다. 튜닝이 완전 제한된다면 이차가 시장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보증수리 부분에 대한 부담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에 걸어둔 제어장치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보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도 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네시스 쿠페는 국내에서 마땅한 direct competitor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시장이 이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파급효과는 저렴한 가격대의 수입 스포츠 모델에 미치게 될 수도 있다.


투스카니가 출시될 때와 비교해보면 시장이 이차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과 최대 170마력 남짓한 전륜구동 준스포츠 모델을 만들던 브랜드가 중간단계도 거치지 않고 300마력 오버 후륜구동을 출시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는 누가 뭐래도 어느 수준에 도달한 성숙한 자동차 브랜드이다. 한편으로 제네시스 쿠페를 타면서 놀란 것은 해외모터스포츠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물론 특별히 차에 대한 애정 내지 문화에 대한 철학이 전혀 없는 현대가 이런 수준의 차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현대의 출중한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한국 시장에 제대로 된 후륜 구동 쿠페가 상당히 좋은 가격과 성능으로 출시했다는 점 자체에 마니아들 모두 쌍수를 들고 반길 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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