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211 모델도 이제 제법 나이를 먹었다.
2003년 독일에 식구들과 여행을 왔을 때 일주일 동안 타고 다녔던 E220T(벤츠는 웨건형은 T모델이라고 부른다.)에 5인용 짐을 때려싣고 3000km를 달렸을 때는 아주 신났었다.

지금은 170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2.2리터 CDI엔진은 당시에 145마력으로도 210km/h이상을 쉽게 뽑아주었고, 연비도 리터당 9km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당시 주행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솔린이었으면 리터당 5킬로도 나오지 않을 주행환경이었다.

이번에 시승한 E200은 1.8리터 컴프레셔 엔진을 장착하고 엔진이 163마력에서 184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신형모델이었다.

E클래스 T모델의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너무 기능에 치우쳐 벤츠 세단의 세련된 선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W211은 W210에 비해서 디자인에 나름대로 기교를 부린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벤츠다운 럭셔리한 세련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동을 걸고 일상주행을 할 때는 컴프레셔(수퍼차져)의 작동소음으로 부터 상당히 자유롭다.
초기 컴프레셔 엔진이 보여주었던 싸구려 질감은 요즘 최신형 4기통 컴프레셔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제되었다.

다만 풀가속으로 회전수가 4500rpm을 넘어서면 고주파 '이이잉'하는 회전상승음이 나타나서 벤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동승자에게 물음표를 선사한다.
"이게 뭔 소리지...??"

아우토반에 올려놓고 달릴 때 그리 신나는 주행성능은 아니었다.
속도는 꾸준히 잘 오르지만 풀가속하는 상황에서 170마력으로 보이는 파삿 2.0TDI 바리안트에게 추월을 당하는 수모도 당했다.

200km/h이상의 영역은 풀액셀로 상당시간을 인내한 후에야 들어갈 수 있고, 내리막이 아니면 210km/h이상을 달리기 힘들다.
내리막에서 220km/h를 잠깐 밟아봤는데, 4단 215km/h일 때 레드존에 닿지 않아도 자동으로 5단으로 넘겨버린다.
최고속은 세단이 약간 더 유리할 것 같다.

수동으로 4단을 고정하려해도 이 영역에서 자동으로 5단으로 넘어가는 로직은 변하지 않는다.

속도가 130km/h이상이 되면 컴프레셔의 작동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단수가 높아져도 더디지만 속도계의 상승이 멈추지 않는 점등은 가속력을 떠나서 벤츠의 주행능력이 엔트리 모델에서도 충분함을 나타낸다.
속도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이정도의 주행성능이 중년층에는 충분히 편안하다고 본다.

W211의 독보적인 장점은 고속주행시 풍절음과 하체소음의 철저한 단절이다.
이부분은 E60 5시리즈나 C6 A6에 비해서도 벤츠가 우위에 있다.

후륜구동으로 얻을 수 있는 전후 50:50에 최대한 가까운 무게배분의 장점은 전륜이 과속방지턱과 같은 것을 넘었을 때 전륜의 하중이 적게 느껴져 전륜구동형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가뿐히 넘는다는 점이다.

고속도로의 램프에서도 도저히 돌지 못할 것 같은 코너도 실제로 집어던져 보면 잘 돌아나간다.
벤츠의 코너링 능력은 항상 과소평가 되기 쉽지만 실제로 중고속코너를 돌 수 있는 속도는 경험상 상당히 높다.

제동느낌이 좀 끈적거리는 것이 좀 불만이지만 이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중요한 것은 벤츠는 하급모델이라해도 제동용량이 아주 넉넉하다.

5시간 이상을 운전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시트의 형상 그리고 다루기 쉽고, 편안하게 가감속이 이루어진다는 점, 고속코너에서 정교한 조종보다는 좀 느긋하고 약간은 게으른 듯한 몸놀림은 긴장을 줄여주고 피로도를 낮춘다.

바로 이점이 벤츠가 과거부터 지금부터 추구해온 즉 절대적인 안정감과 긴장을 주지 않는 여유의 철학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원가절감에서도 눈부신 성과가 있었던 W211은 선대인 W210의 성공적인 디자인 도전에 힘입어 보증수표와 같은 성공을 보장받고 태어났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기술적으로 독보적이던 시대는 지났지만 E클래스 입장에서 주행의 아이덴티티는 경쟁차들보다도 오히려 강하게 느껴져 고유의 주행감성을 잘 계승하고 있다.
현행 E클래스의 벤츠다움에는 언제나 찬성하는 바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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