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C클래스는 성공적인 원가절감의 다양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엔지니어링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있는차라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작년 C클래스의 한국내 성적을 살펴보면 4650만원에 책정된 C200K 1600대가 팔려 벤츠에서는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며, 1290대가 팔린 BMW 320i를 판매면에서는 가볍게 제압했다.

좋은 가격에 벤츠의 새로운 마스크는 밸런스가 좋고 상위클래스 차량에도 잘 어울린다.


한숨이 나오게 되는 실내의 조악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일반소비자들은 큰 불만없이 벤츠의 오너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잘 만들어진 차대와 파워트레인이 만족도를 높인다.


이번에 시승한 차종은 국내에는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는 C300 Sport모델로 228마력의 V6 3.0엔진을 가지고 있다.

벤츠는 배기량이 크면클수록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라고 생각될 정도로 큰 엔진을 만드는 기교가 특별히 대단하다.


AMG
전용 괴물 엔진들은 정말 멋지고 대단히 파워풀하다.

V6엔진도 압축이 좋은 느낌을 주는데다가 4밸브 엔진 컨셉의 숙성도도 뛰어나다. 이노베이션이라할 만한 대단한 기술이 소개되진 않지만 왠지 복잡한 BMW엔진보다는 잔고장이 적을 것 같고, 실제로 오래된 엔진들은 벤츠의 고장률이 적다고들 말한다. 기계는 견고한 설계를 떠나서 부품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장빈도가 높아진다.


벤츠는 배기량을 크게 해서 엔진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쓸데없이 높은 회전수로 구동되게 하는 것을 지양하고, 철저히 내구성 위주의 설계개념을 도입하는 브랜드이다.


짜릿한 주행의 쾌감을 주기보다는 점잖은 주행감각에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리고, 오래 타도 한결 같은 엔진성능을 중요시 생각하는 브랜드인 것이다.


C63 AMG
를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신형 C차대가 견디는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인지 C300 228마력은 차대가 가진 능력과 비교하면 겸손한 출력으로 보였다.


엔진은 눈에 전혀 띄지 않는 우등생과 같은 느낌이다. 배기음이나 음색 모두 평범하고 특별한 색깔이 안보인다.

자기 잘났다고 설치는 엔터테이너가 아닌 조용한 성격이지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그러면서 아파서 학교 결석하는 일 없는 착실한 학생 이미지가 바로 C300의 느낌이다.


2
단 출발하는 벤츠 특유의 변속기 로직은 2단으로 출발하는 것을 처음에는 쉽게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힘차게 출발한다.


6500rpm
까지 돌릴 수 있는 엔진은 특별한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플랫한 느낌으로 돌고, 조용한 느낌 때문에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계기판상 215km/h에서 제한기가 작동하는데 이 영역까지 아주 쉽게 도달한다.


벤츠는 후륜구동형 레이아웃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본으로 그 혜택이 승차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모델이다.

둔덕을 넘을 때 사뿐히 넘어가는데다가 적당한 속도로 코너를 돌 때 밸런스가 대단히 좋게 느껴진다.


시승차가 스포츠 모델로 스포츠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상당히 단단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큰 충격에 대한 흡수가 아주 세련되어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의 C300 Sport는 일단 풍절음이 크다는 점이 A4 3시리즈보다 떨어지는 점이다.

스티어링의 중심은 그리 민감하진 않지만 조타를 가할 때는 Lock to Lock이 아주 작은차와 같이 움직인다.

좌우 기복이 있는 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면서 차선을 추종할 때 수정이 필요없을만큼 잘 달려주지만 코너에서 바운스를 할 때 좌우로 뒤우뚱하는 정도는 좀 심한 편이다.


아주 완만한 고속코너에서 바운스를 먹었을 때 차가 떠올랐다가 떨어질 때 좌우가 동시에 땅에 착지하는 느낌이 아니라 코너 바깥쪽이 착지한 후 심하게 눌렸다가 펴지는 과정에서 기우뚱하는 것이다.

스테빌라이져의 용량이 한국의 고속화도로의 도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좀 작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 C63 AMG는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안정감을 준다.


풍절음은 200km/h가 넘어가면 왠만한 볼륨으로 라디오를 듣기 힘들 정도다. 구형 바디와 비교하면 언더바디의 소음 즉 타이어 소음억제는 좋아졌지만 풍절음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어 보인다.


자동 에어컨의 온도조절 다이얼을 손으로 잡는 순간 겉다이얼이 헐렁헐렁하고 손으로 잡고 움직여보면 다이얼이 꼭 빠질 것만 같이 다이얼 외경의 느낌이 견고하지 못하다.


트렁크 내장을 만져봐도 두께가 얇고 흐느적거리는 재질인데다가 우측 덮개를 열고 닫아보면 고품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시가지 주행과 고속화도로를 반반씩 탔을 때의 연비는 리터당 6.5km정도가 나왔다.

중간에 최고속을 달린 것과 테스트를 목적으로하는 시승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라면 3리터급 차로서는 나쁘지 않은 연비였고, 테스트 주행이 아닌 평범한 주행으로 운전하면 시가지 연비 7km/리터 정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C300 Sport
를 처음 받아서 서너시간을 운전하면서는 이차의 장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거슬렸지만 하루가 지나고 운전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차의 기본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져 그 이외의 불만들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접한 질감이 주는 거부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한 느낌의 파워트레인과 밸런스가 좋은 하체 그리고 환상적인 제동력, 소리가 좋은 오디오들로 인해 나쁜 인상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한국 수입차 시장의 변화를 보면 A6, 5시리즈, E클래스와 A8, 7시리즈, S클래스,페이톤의 어퍼세그먼트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A4, 3시리즈, C클래스, 파사트가 포지션 되어 있는 미드 세그먼트와 그 이하의 골프 사이즈 세그먼트가 팽창하고 있다.


때문에 독일차 입장에서 B세그먼트로 구분하는 C클래스 영역의 싸움이 점차 치열해질 전망인 것이다.

가장 메리트가 있는 가격대는 역시 4000만원대 초 중반의 포지션이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타겟이 된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차가 가진 상품성과 경쟁력보다는 가격 메리트에 의해 구매가 좌우되는 경향이 보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갈수록 가격파괴를 통한 반짝 세일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결국은 상품성과 Value for money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브랜드가 장기 롱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C클래스는 이런 싸움에서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은 위치에 있다.


관건은 해가 갈수록 어떤 패키징으로 변화를 줄 것인가와 주변의 워낙 잘난 경쟁차들 사이에서 어떤 부분을 부각 시킬 것인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벤츠가 가진 고민일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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