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6 M3는 M3 계보에서 3대째에 해당되는 차량이다.
1세대(E30)는 4기통 독립쓰로틀을 가진 경량 스포츠 쿠페였다면, 2,3세대는 1세대보다 스파르탄한 면은 떨어지지만 6기통으로 성능을 키우고 2세대(E36)후반모델인 3.2리터 사양은 321마력을 발휘하는 걸출한 성능을 확보하였다.


고속크루징을 하기에 적합한 6기통 엔진은 7600rpm을 돌릴 수 있었고, E46으로 넘어오면서 M3는 343마력과 8000rpm을 돌리는 유연성과 경쟁상대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밸런스를 무기로 데뷔했다.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3.2리터 엔진은 선대엔진보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초기 모델들의 경우 고회전시 크랭크 저널 베어링에 오일유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엔진의 Bottom end가 완전히 작살이 나는 경우가 빈번하여 암암리에 엔진을 교체해주거나 비공식적 리콜을 진행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고, 이뿐만 아니라 BMW의 고질적인 더블바노스의 내구성 문제는 M을 오래 소유했던 오너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진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계적인 내구성에서 독일차 특유의 터프한 면에 있어서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핸들링과 주행성능만큼은 동급차종을 압도하며, 수많은 매니어들에게 드림카로서 군림하기에 필요충분 이상의 운동능력을 갖춘차이다.


여기에 CSL이라는 모델은 17마력 높아진 360마력 엔진과 하부 서스펜션이 알미늄으로 거기에 카본 파이버 루프를 통해 루프의 질량을 혁신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알미늄 본넷과 알미늄 트렁크를 장착하고 버킷 시트를 장착한 정도로 일반 M3의 1.6배나 높은 가격은 변별력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CSL을 시승한 후 먼저 내린 결론은 E46 M3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CSL은 그 존재가치가 가격차를 떠나서 너무도 분명했고, 그냥 M3를 너무 평범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CSL은 내공이 강한 차였다.


시승을 위해 CSL을 몰고 시가지를 주행할 때는 등받이가 조정이 안되는 앞좌석 시트를 제외하고는 일반 M3와 주행감각에서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다.
SMG2는 시내에서 일반 오토매틱만큼 부드럽지 않지만 구조를 이해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속도가 올라가 적극적인 변속을 하자 첫번째로 일반 M3와 SMG와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노말 M3는 다운시프트를 할 때 SMG가 회전수를 보상하는 능력(가속패달을 놓은 상태)이 완전치 않지만 CSL은 뉴 M5의 SMG3처럼 완벽하게 회전수를 보상시킨다.


추가적으로 오너가 옆에서 Sport 버튼을 눌러주면서 Sport버튼의 기능을 설명해준다.
이 버튼을 누르면 흡기필터 앞에 커다란 플랩이 완전히 열려 흡기음색이 달라짐은 물론 출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Sport버튼을 눌른 상태에서 들리는 흡기음은 일반 M3보다 훨씬 더 건조하고 racy한 음색을 보여주는데, 두개의 파장을 가진 음이 절묘하게 부딪치면서 귓가에 닿을 때의 느낌이 철저히 연출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정도다.


각단 8000rpm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정복하는 박자에 맞춰 스티어링 뒷면에 붙은 시프트 패들을 통해서 변속하는 재미는 수동보다는 못하지만 스페셜한 엔진이 한결 더 스페셜해졌다는 신념으로 운전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냥 CSL만 운전해서는 17마력이 늘어났다는 것을 거의 느끼기 힘들지만 노말 M3와 고속에서 롤링 스타트를 하보면 확연히 벌어지는 모습으로 실제의 주행능력의 차이가 17마력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벼운 루프나 경량화되어 있는 차체등으로 줄인 130kg정도 줄어든 몸무게는 주행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며, CSL에 BMW M디비젼에 의해 완성된 서스펜션 세팅 노하우는 CSL의 주행을 이해하는 사람이 봤을 때 상당히 값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필자는 순정은 물론 15차례 이상 각기 다른 모습으로 튜닝된 E46 M3를 시승해보았고, 그중에는 서스펜션을 튜닝한 차종도 많았다.
CSL로 특정 구간을 테스트해본 후 내릴 수 있었던 결론은 필자가 국내에서 시승했던 그 어떤 서스 튜닝된 M3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주행감각과 능력을 보여주었다.


조절식 서스펜션은 주행기술과 세팅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여러 차례 정밀한 테스트를 통해서 운전자의 기량에 맞는 세팅이 가해지기 전에는 절대로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조절식 코일오버 서스펜션으로 연출할 수 있는 변화의 가지수는 무궁무진하지만 그중 정답을 찾는 노력은 주행법과 서스세팅의 노하우없이 절대로 얻을 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철저히 서킷 주행을 고려해서 만든 CSL의 서스펜션 세팅이 M디비젼의 날고 기는 엔지니어들에 의해 맘먹고 개입했다면 말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종합해보면 CSL의 순정 세팅을 공도 스포츠주행 이나 서킷주행에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계기판 270km/h에서 리미트가 작동하는데 네비게이션에 찍힌 실속도는 253km/h였다.
너무 빨리 정복해버리는 영역이기 때문에 솔직히 한참 뻗다가 맥이 끊기는 것 같아 리미트를 풀고 타고 싶은 맘이 간절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를 달릴 수 있다는 것만이 CSL의 매력은 아닌 것을 잘 알기에 더 이상 이차에 속도에 대한 바램은 없다.


절묘한 흡기음과 더욱 더 카랑카랑한 배기음은 일반적으로 배기음이 너무 큰 차량들이 소리의 대부분이 뒤에서 다가와서 정작 엔진의 작동음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철저히 배제한 세팅이기 때문에 더욱 더 의미가 있다.


CSL과의 화끈한 데이트를 통해서 M 디비젼에서 이차의 개발에 참여했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엔지니어들에게 엎드려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의 존경심이 발동하는 이유는 그만큼 철저히 고객을 가리는 한이 있더라도 E30 M3가 과거에 보여주었던 스파르탄한 모습을 최대한 세련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등받이가 조절이 안되는 앞좌석 시트에 조금 새침하고 까탈스런 여자친구를 조수석에 앉혀놓으면 자연스럽게 양손을 무릎위에 올리고 다소곳이 앉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맘먹고 자세를 흐트리고 싶어도 CSL의 버킷 시트는 정자세 이외에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며, 운전자가 CSL을 능숙히 다룰 수 있다는 조건하에서 옆에 앉은 동반자를 확실히 길들일 수 있을 만큼 CSL은 배경지식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무시무시한 차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식가들을 위한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 질적인 수준에 따라 엄청난 노하우를 토대로 해서 많은 재료가 투입된다.
투입된 재료에 비해서 정작 최상의 컨디션으로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미식가의 감탄사를 위한 이러한 노력과 정성의 가치는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최상의 식탁을 차리기 위해 투입되고 남은 음식들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럴듯한 식단을 짜거나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미식가를 위한 음식으로 승화될 수는 없어도 말이다.
CSL과 일반 M3의 차이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표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CSL에 투여된 노력과 기술 M 디비젼의 열정은 반드시 제대로 평가되어져야한다는 필자의 의지만큼은 분명히하고 싶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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