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32는 필자의 드림카중 하나이다.

3세대 골프 VR6를 소유하고 있는 필자에서 R32가 특별한 이유는 폭스바겐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R버전이라는 점과 순수 폭스바겐 기술로 만들어진 명기중에 명기 VR6의 개량형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R32는 2002년 선을 보였으며 4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골프의 최강버젼은 GTI여야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매니어들이 유럽에는 많지만 개인적으로 R32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으로서 GTI와 R32는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지만 서있는 위치는 분명히 틀리다.

4세대 GTI는 운전자가 만들어서 타라고 메이커에서 별다른 노력을 안한 것처럼 철저히 튜너와 드라이버의 몫이 큰 차량이라면 R32는 메이커에서 정한 컨셉과 차가 출고되어 고객에게 인도되는 순간 요구되는 기초 수준이 세팅의 묘미로 인해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자 그럼 R32를 겉에서 맴도는 멘트가 아닌 진정한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R32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뜨겁고, 기존 폭스바겐의 차만들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만들어져있다.





Volkswagen Racing department는 R32로 인해 갑자기 만들어진 부서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R32가 등장하기 전에는 뉴비틀 RSi(VR6 3.2 220마력 4모션)를 만든 것 말고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R32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18인치 휠 타이어를 기본으로 순정으로 애프터마켓에서나 볼 수 있는 H&R스프링에 빌슈타인 댐퍼가 장착되어 있다.

음향을 연구하는 부서에서는 폭스바겐 VR6엔진의 독특한 음색의 핵심만 뽑아 레무스사의 듀얼 머플러로 표현했다.





도어를 열어보면 쾨니히제 버킷 시트는 헬멧을 착용하는 것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고, 240마력의 VR6엔진에는 할덱스 클러치 방식의 풀타임 4륜 구동방식이 결합되어 있다.

이 엔진은 페이톤 V6 3.2와 투아렉 V6 3.2엔진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엔진이다.





이 방식은 아우디 TT 콰트로에 장착된 시스템과 동일한 시스템이지만 경험상 TT의 세팅보다 훨씬 스티어링 반응성을 높인 세팅이 적용되어 있다.

시동을 걸면 VR6 혈통을 느낄 수 있는 익숙한 배기음이 들려온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폭스바겐 엔진중에서 가장 음색이 아름답고 독특한 음색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는 엔진이 VR6엔진이기 때문에 유독 애착이 강한 편이다.





기어를 1단에 집어넣으면서 역시 일반 GTI모델들과 비교해 변속기의 치합 느낌도 훨씬 타이트하고 절도있게 느껴짐을 알 수 있다.

출발을 할 때 이미 폭스바겐 기존 모델들과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점은 가속패달이 상당히 예민하다는 점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가속패달의 초기 민감도를 역사상 한번도 이처럼 예민하게 만든적이 없었다.

이 대목은 벌써 앞으로 주행을 하면서 겪게 될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R32의 움직임에 대한 복선인지도 모르겠다.





R32의 시승은 사실 이번이 3번째 시승이고, 이번 시승은 주로 고속주행 위주로 구성해보았다.

2단 3단 4단 단수를 올리면서 클러치를 떼고 가속패달을 밟을 때 반응느낌이 제차 삼차 느끼지만 폭스바겐의 일반 모델들과는 확연히 틀리다.





가속패달의 초기 반응이 빠른 것뿐 아니라 스티어링 휠을 꺽을 때의 반응속도나 예민함이 4세대 GTI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4세대 GTI와 R32가 외모만 같지 완전히 다른차라고 말해도 수긍이 갈 정도로 예민하다 못해 때론 날카로워 잘못 다루면 폭스바겐답지 않게 난폭하게도 느껴진다.





2단으로 90km/h, 3단 130km/h, 4단 178km/h, 5단 220km/h는 각단 6800rpm(레드존은 6500rpm에서 시작됨)에서 뽑을 수 있는 최고속이고, 6단 6200rpm에서 260km/h를 마크한다.





약한 오르막에서 6단 245km/h- 250km/h를 마크할 정도로 5000-6500rpm까지의 영역에서 엔진이 최선을 다한 보람을 느끼게 변속기의 기어비가 최고속을 내기 편안하게 구성되어 있다.





200km/h가 넘어가도 240km/h까지는 상당히 뚜렷하고 재빨리 점령하고 평지에서 250km/h도 전혀 어렵지 않다.

할덱스 클러치 방식을 사용하는 R32는 후륜 디퍼렌셜을 위치시키기 위해 전통의 토션빔 액슬 대신 멀티링크를 선택했다.





즉 일반골프나 GTI와 R32의 하체가 틀린 점은 후륜이 멀티링크라는 점과 풀타임 4륜이라는 점이다. 멀티링크는 토션빔 액슬보다 세팅하는 사람이 연출할 수 있는 세팅의 자유도가 훨씬 큰 장점이 있다.

할덱스 클러치 방식의 풀타임 4륜 구동방식은 엔진이 가로배치인 경우 평상시 전후 힘의 배분이 95:5로 거의 전륜구동으로 운행하다가 전륜이 슬립하는 조건에서 후륜에 힘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는 전륜이 슬립을 하지 않더라도 스티어링휠을 꺽는 각도에 비례해서 전륜의 힘을 후륜에 보내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이다.





할덱스 클러치 시스템은 전자식이기 때문에 스티어링 앵글 센서로부터 값을 받아 전후 토크배분을 수시로 바꾼다.

R32가 아우디 TT보다 훨씬 스티어링 반응이 민감하다고 느낀 이유는 고속에서 스티어링 조타시 후륜으로 힘을 보내는 과정이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이다.





결과적으로 고속에서 엄청나게 예민한 스티어링 반응을 얻을 수 있고, 이 부분의 느낌이 GTI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예민하다.





와인딩에서의 느낌 역시 4세대 GTI의 움직임과는 완전히 다르다.

코너 진입시 스티어링을 꺽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푸시언더가 현저히 적다. 즉 머리가 안쪽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빠르다.





스티어링을 꺽을 때 이미 전륜의 힘이 후륜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후륜이 민감하고 민첩하게 느껴진다.

4세대 GTI보다 훨씬 짧은 숏기어 세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왠만한 와인딩에서는 3단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크다.





반응성이 높은 액셀링은 토크가 실려있기 때문에 3단으로 과감하게 돌아나가는 코너에서 액셀링으로 차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





R32의 예민함은 좋게 이야기하면 스티어링 반응속도가 빠른 것이기는 하지만 운전자가 급작스럽게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급조작을 했을 때나 운전실력이 떨어지는 운전자가 고속코너를 돌 때는 차를 다스릴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부담감도 수반한다고 볼 수 있다.





튜닝된 GTI가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R32는 GTI가 보여줄 수 있는 안정성과 만만한 근성 대신 예민하고 까다로운 대신 화끈함을 택했다.

R32의 팩토리 세팅은 그동안 숨겨졌던 폭스바겐 Racing department에 있는 엔지니어들이맘먹고 밤새도록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고 싶었던 차를 만든 그들의 작품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만든이의 의도를 눈치채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전투적인 몸놀림을 보여준다.

고속에서의 차선변경이 그 어떤 폭스바겐 모델보다 빠르다.

민감하다와 조정이 어렵거나 까다롭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종이한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은 R32를 개발할 때 폭스바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정도로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R버전이 앞으로 선보일 모델들이 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GTI가 골프의 스페셜 버전임을 부정할 이는 없지만 GTI는 일반 골프의 운전느낌에 비해 좀 더 스포티하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었다면 R32는 GTI가 추구하는 방향보다 두,세단계 aggressive한 방향으로 세팅되어 있다.





팩토리 세팅에 대한 이해없이 하체를 튜닝하는 것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을 만큼 팩토리 세팅이 서킷과 공도스포츠 주행에 아주 좋은 구성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GTI 튜닝하듯 하체 튜닝을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팩토리 성능도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R32는 운전자의 감성을 120%자극하는 모델이다.

R32는 몸이 닿고 손이 닿아서 만지는 부분 차를 조작하는 모든 과정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고, 주행에 있어서 안정성을 위한 타협보단 뜨겁고 긴장감 넘치는 주행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냥 역대 최강의 파워트레인, 큰휠과 쌍머플러, 사제 서스펜션 그리고 버킷 시트만으로 스페셜 버전이라고 외치는 어리석음이 아닌 R32가 골프의 스포츠성을 GTI와는 전혀 다른 각도와 방향에서 재해석하고 극대화시켰다는 것이 R32에 대한 나의 마지막 총평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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