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사만큼 오프로더를 자신감을 가지고 만드는 메이커도 없을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작 레인지로버는 오프로드의 롤스로이스란 별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엄청난 개선을 거친 최신형 레인지로버 바로 이전 모델까지의 온로드 주행성능을 살펴보면 조정성을 포함한 온로드 주행성능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모델이었다.



예전 디스커버리를 통해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랜드로버에서 만든 차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충분히 경험했었다.



디스커버리의 앞부분이 1.5m 뒷바퀴가 70cm나 뛸 정도의 점프를 연속으로 5번을 넘게 했는데도 끄떡 없었던 디스커버리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랜드로버 차량들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얼마전 만난 프리랜더는 랜드로버에서 내놓은 온로드 주행 성격을 많이 가미시킨 도심형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올 겨울 눈 덮인 산악지를 프리랜드 2.5 가솔린 사양으로 달려보면서 물만난 듯 날쌔게 움직여주던 녀석 대신 이번에는 4기통 2.0 디젤 엔진 111마력 사양을 시승하였다.

겉모습을 본다면 쟁쟁한 형님들인 레인지로버나 디스커버리에 비하면 그저 귀엽고 앙증맞다.



어미사자 주변에서 재롱을 부리는 아기사자의 모습이 귀엽지만 앞으로 컸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저 귀여운 새끼 사자에서 그치지 않는 것처럼 프리랜더가 가지는 강성과 견고함에 대한 믿음은 사실 형님들의 덕을 많이 보는 것이 사실이다.



실내는 아기자기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공간효율은 좋아 뒷좌석 발놓는 공간이 크고, 앞좌석에서의 시야도 좋다.



전자제어 4륜 구동은 90km/h가 넘으면 전륜에 걸려있던 동력이 모두 뒤로 넘어와 후륜구동으로 바뀐다.



즉 고속주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동계통의 저항을 최대한 줄인다는 의도의 세팅이다.

2005년부터 수입이 전면적으로 허용될 디젤엔진 승용차에 대한 관심이 개인적으로 큰 상태에서 영국제 디젤엔진의 성능이 궁금했다.



고압분사 방식의 프리랜더에 탑재된 2리터 디젤엔진은 차를 제법 가볍게 움직이고, 도심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5단 변속기와 어울려 발진과 가속은 조금 묵직하지면 160km/h까지는 손쉽게 올려주고, 탄력으로 170km/h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고속주행도 가능하다.

쿵쾅거리는 특유의 디젤 소음의 실내 유입은 제법 잘 차단되어 있지만 세미 오프로드용 타이어의 저, 중속에서 구르는 소리의 유입은 좀 거슬린다.



80km/h가 넘어가면 투박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타이어 구르는 소리는 조용해지기 때문에 평소에 신경을 쓰지 않고 고속으로 달리다가 속도가 줄었을 때 탑승자가 쉽게 타이어 구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차의 이미지도 좋지만 선택사양으로라도 온로드용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오프로드를 달려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4륜 구동 오프로더로서의 능력 검증을 완전히 배재시킨 상태에서의 평가라 차의 50%도 느껴보지 못한 정도를 가지고 차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러한 것을 최대한 감안한 상태에서 온로드 핸들링을 언급하자면 구형 레인지로버나 디스커버리에 비해 몸놀림이 가볍고, 턱인에 대한 앵글이 작아 운전이 쉬운 편이다.



결정적으로 차전체에 발생하는 롤의 양이 크다는 것으로 코너에서 속도를 올리다보면 몸이 기울어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부분은 독일제 오프로더와 조금 다른 컨셉에서 비롯된다.



대체적으로 독일제 오프로더들이 일단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절대 포기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프리랜더는 오프로드 주파능력만큼은 절대로 포기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SUV 고객의 97%가 오프로드 주행을 하지 않거나 기피한다는 자료만 보더라도 오프로드 주파능력에 고객에게 전해줄 수 있는 benefits는 많지 않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브랜드의 자존심과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늘 높이사고 싶다.



랜드로버가 BMW의 파워트레인을 레인지로버에 탑재하면서 온로드 주행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차대의 강성과 언제든 준비된 오프로더 본연의 모습에 대한 의심없이 앞으로도 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보다 더 빨리 변하는 차만들기의 유행과 경향에 맞서 자신을 그 위치에 올려놓았던 명성의 근본을 무슨일이 있더라도 지키겠다는 의지의 원천은 랜드로버가 이룩한 역사에서 비롯된다.



디젤엔진의 프리랜더는 life style을 강조하면서 상당히 실용적인 장점을 많이 가진 차종이다.



랜드로버의 아이덴티티를 가진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클 것이며, 언제일지 모르는 화끈한 오프로드 주행을 상상할 수 있으니 차가 가진 강인함에 매료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비슷한 가격군에 포진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제 오프로더와 프리랜더를 수평에서 비교하는 우를 소비자들이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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