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한국에 돌아온 후 가장 타보고 싶었던 차종이었다.
한국차의 성장과 발전은 한국인으로서 긍지가 아닐 수 없으며, 독일차 입장에서도 한국차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우리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디자인이 아주 맘에 든다.
균형이 잘 잡혀있고, 조립단차만 놓고 봐도 외장 품질은 세계 일류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프레임레스 도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환영할만하다.

디자인은 프레임레스 도어가 좋지만 내구력이나 소음발생 가능성은 확실히 프레임이 있는 도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내의 질감이나 품질감 역시 나무랄데가 거의 없다.
버튼의 조작감이 좋고, 중앙에 있는 다이얼의 감성품질도 좋다. 다만 그 저항감이 작아 너무 가볍다고 평가할 소지는 있으나 극히 주관적인 평가항목이다.

3.8리터 292마력에 6속 변속기는 충분한 출력과 토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시장에서 주력판매 모델이 될 수 없고, 주로 3.3리터형이 주력 판매 모델이 될 것이다.
3.8리터 풀옵션에 6700만원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었던 현대의 배짱만큼은 대단하다.
치열한 독일제 C세그먼트(A6, 5series, E class)는 물론 일제 럭셔리 브랜드들과도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이다.

내가 평가하고 싶었던 것은 차의 가격을 떠나서 차의 수준이 객관적으로 어느정도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컸다.

시동을 걸자마자 급출발을 해보았다.
힘의 크기를 가늠하고 싶은 성급함과 동시에 큰 토크로 출발할 때 앞이 들리거나 뒤가 떨어지는 현상의 정도가 차의 밸런스나 샤시의 완성도를 보는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현대가 에쿠스를 기함으로 내세울 이유가 이제는 적어졌다.
기술적으로 에쿠스는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구시대 유물이 되었을 정도로 하체의 용량이 큰 출력을 소화해내기 충분할만큼 자연스럽고 세련되었다.

변속충격이 없고, 변속직후에도 힘의 전달이 젠틀하다. 주관적으로 변속시간에 대해서 언급할 소지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정도의 수준이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먹히는 완성도이다.

292마력을 의심하지 못하게 했던 계기는 0->100km/h가속에서 530i를 2대 가까이 벌릴 정도의 비교시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측치로 7.5초를 발휘한 530i에 비해 7.2초의 가속시간을 보여주어 모두들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530i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온다.
특히 200km/h가 넘어가면 그 이전의 기세와 비교해 견인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상당한 속도로 상승하는 530i에게 결국은 따라잡히고 만다.

이 부분은 이 급의 차를 고르는 사람들에게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은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속도가 높았을 때 서스펜션의 능력은 기존의 국산차 그 어떤 모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숙성도가 느껴진다.
후륜구동이라서가 절대 아니다.
내가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던 요소들을 나열해 보도록 하겠다.

바운스를 잡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제네시스 이외의 국산차들은 바운스를 먹거나 요철을 고속으로 지나갈 때 바퀴가 움직이는 속도와 움직임이 노면을 정확히 따라주지 못했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제네시스는 회복 속도가 빠르다.

고속코너를 돌 때 노면 기복에 앞뒤가 기우뚱 거리는 느낌이 적다.
이부분은 후륜구동의 좋은 앞뒤 무게배분이 많은 영향을 주지만 고속코너에서의 두려움이 기존 국산차에 비해 현격히 적다.
그리고 차가 가진 구조적 강성감도 충분히 높게 느껴진다.

아직도 미세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고속에서 왠만큼 거친 노면에 대한 반응속도는 빠른편이지만 의외로 자잘하게 거친 노면에서는 너무 여과를 무시해버리는 느낌이 가끔 들었다.

둘째로는 스티어링 컬럼 내부 축이 좌우 진동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는 점인데, 이부분은 시승차가 정규 양산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향후 얼마든지 Fine tuning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고속에서의 바람가르는 소리는 시승차의 조수석 앞도어의 불량으로 정확하게 느껴볼 수는 없었지만 운전석에서의 느낌으로는 160km/h이하에서는 독일차와 일본차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뒷좌석에 넉넉한 헤드룸과 약간 높게 설정된 뒷좌석 방석의 위치가 뒷좌석 공간을 더욱 넉넉하게 느끼게 한다.
시트가 미끄럽지 않았던 점과 전체적으로 촥촤감과 안락성에 일류 브랜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구성이 얼마나 받쳐주는지와 시트의 형상이 얼마나 오래유지되느냐는 것일 것이다.

제네시스가 일류브랜드차들과 동급에서 평가될 수준으로 보아야하는냐 말아야하느냐에 대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영원할 것 같았던 갭을 얼마나 매꾸었느냐와 상품성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경제력과 관계없이 수입차를 절대로 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많다.
직업의 특성상 그리고 정서상 그런 부류가 많다는 점에서 국산차로서 훌륭한 솔루션을 줄 수 있으면 즉시 움직일 수 있는 소비자 그룹이 분명히 많다.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세팅이나 완성도에서 큰 결함을 찾을 수 없었던 점은 확실히 현대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국내시장의 의존도가 과거 10수년전만큼 높았다면 이런 완성도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만큼 현대가 JD파워나 컨슈머 리포트를 의식하는 정도가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에서 가장 말많고,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미국인들의 초강력 선입견과 싸워야하는
late comer로서의 부담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제네시스의 등장으로 국내에 존재하는 수입차 브랜드들도 최소한 제네시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판매량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눈에 띄게 국산차의 비중이 높지만 역으로 말하면 제네시스를 구매하는 계층이 수입차로 고민없이 오게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큰 쾌거일 것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에 대한 다양한 기사속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많이 발견하는만큼 그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존재하는 요즘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타보고 느껴보고 비교해보는 것이다.
선입견을 배제한체 비교해본다면 현대가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옥의 티 아니 옥에 뭍은 똥을 구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바로 정체성을 망각한 배지이다.

디자인을 탓하는 것이 아닌 50년 100년 아니 영원히 붙일 배지가 아니라면 지금의 현대 배지가 훨씬 더 강한 아이덴티티와 존재감이 있음을 현대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외국인들이 오피러스, 에쿠스, 제네시스를 볼 때마다 어느 브랜드의 차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