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에 M모터스포츠가 있듯 벤츠에는 AMG가 있다.
AMG는 벤츠의 이름을 더욱 값지게 하는 이름일 것이다.
벤츠의 양산 튜닝카를 생산하는 AMG는 벤츠의 새차 개발에 아주 깊숙이 관계하며, 메르세데스의 자회사나 다름없는 메이커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 하는 벤츠는 성공과 권위의 상징으로 그 뿌리가 워낙 튼튼하기 때문에 세계 자동차의 어떠한 물결에도 요동치지 않는 유일한 메이커이기도 하다.
장인들이 만드는 차를 탄다는 특권은 성공에 대한 욕망을 부채질 할만큼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가뜩이나 딱딱한 독일어로 발음되는 벤츠는 유독 속이 꽉찬 듯, 그리고 메탈릭한 사운드에서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는 100년의 역사 속에서 늘 한결같은 신뢰를 느끼게 만든다.
상품으로서 벤츠만큼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고, 차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벤츠가 좋은 차라는 것을 알 정도로 구석구석 깊숙이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퍼져있다.
AMG마크는 벤츠의 강한 이미지만큼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각인된 상표는 아니다.
벤츠가 만약 AMG라는 로고가 광범위하게 알려지는 것을 바랬다면 아마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일부 매니어들에게 알려져 있는 AMG라는 로고를 추종해 선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나름의 욕구충족이 어쩌면 더 재미있고, 소중한 것일지 모른다.




이번에 시승한 C43은 일년에 오직 500대만 3년 동안 생산된 차종이다.
고품질의 한정생산 모델을 생산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런 모델은 돈을 벌기 위해 출시하는 모델이 아니다.
오직 자사의 명예를 내걸고, 소수 한정된 소비자들을 위해 정성껏 조립된 C43 AMG는 그 희소성으로 차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책정된 $53000가 그리 비싸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독일의 자동차만들기를 살펴보면, 미국사람들 못지 않게 대 배기량을 선호한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세금과 기름값이 북미처럼 싸지 않은 관계로 소형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긴 하지만 여전히 고성능을 내는 차량들은 대개 큰 배기량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만들기의 특징은 작은 배기량으로 얻는 엔진의 경량화와 최고출력을 상당히 높은 회전에서 뿜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아주 화려한 데이터를 냄과 동시에, 경량엔진은 차량의 전 후 밸런스에 아주 유리하다.
이와 비교해 독일차들이 차의 크기에 걸맞지 않게 큰 배기량의 엔진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무거운 엔진으로 인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세팅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골프 GTi VR6는 소형 해치백이지만 6기통 2.8리터엔진으로 전륜을 구동하며, 벤츠 V8 5.5리터의 CLK55 AMG, V8 4.2리터의 아우디 A6 4.2, V8 5리터의 BMW M5 역시 동급 다른지역 차량에 비해 큰 엔진을 가지고 있으며, 부라부스에선 벤츠의 12기통 6리터 엔진도 모자라 7.3리터로 보어업 한다.
가볍고 작은 차에 배기량이 큰 엔진은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초고회전을 만족시키기는 조금 힘들지만 저속 토크가 크고, 내구성에서도 유리하다.
C43의 경우 소나타보다 작은 차체에 4.3리터 V8엔진을 탑재한 것은 다른 나라에서 그 전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경우이다.
C43에 올려진 엔진은 E클래스와 S클래스, 그리고 ML430에 사용되었던 276마력 엔진에 하이캠을 얹고 흡, 배기 부분을 손보아 302마력을 5850rpm에서 발휘한다.




실내로 들어가보자.
AMG에선 성능을 개선시키는 노력과 병행해 고급화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버킷시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사이드 날개가 큰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옆에 장착된 장비는 허벅지부분과 허리의 아래, 위부분 이렇게 세군데에 공기를 집어 넣어 운전자와 조수석 승차자의 몸을 조일 수 있게 한다.
체구에 따라 맞춤 시트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차량의 성능에 맞는 안정된 자세를 유도할 수 있다.
이크니션을 돌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숨을 들이쉰다.
D레인지에 위치시키며, 가속패달을 밟으면, 역시 벤츠가 늘 그러하듯 가속패달의 초기 30%정도엔 거의 반응이 없다.
엔진에서 만드는 큰 토크가 너무 민감하게 발 끝에 전해지면 초기 가속패달을 밟는 오른발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벤츠는 가속패달로 힘을 가할 때 점진적으로 민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단 가속패달이 30%이상 밟히면, 그땐 토크를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일부를 분출하는데,   공회전부터 견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3500rpm을 넘어서면 출력이 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연료차단이 발생하는 6500rpm까진 힘의 처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운전자를 비롯해 탑승자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붙이라는 것이다.
스타트 순간엔 순간적으로 너무 갑자기 튀어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머리와 헤드레스트의 공간이 작아야 더 편안할 것 같다.
C43의 앞좌석의 헤드레스트는 그 조작범위가 넓어 머리를 아주 안정되게 받쳐준다.
변속기는 AMG E55와 S430이상에 사용되는 5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벤츠의 이전세대의 자동변속기와는 로직이 많이 다르다.
변속이 이루어지는 충격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변속직후 파워의 전달이 아주 부드럽다.
다운시프트때의 꿀럭임 역시 없으며, 운전자의 습관을 정확히 읽고 대처한다.
이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자동변속기라면 구지 수동변속기에 대한 욕심이 그리 강하게 생기진 않는다.
풀쓰로틀시 각단 63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1단 70km/h, 2단 110km/h, 3단 160km/h, 4단 200km/h의 각단 최고속을 보이며, 5단 5200rpm에서 230km/h를 마크한다.
0-100km/h에 걸리는 시간은 5.9초이며,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고속주행이 장기인 벤츠의 명성만큼 200km/h를 넘어서면 엔진은 더 신나서 돌아간다.
이날 마크한 230km/h까진 잠시의 주춤거림도 없다.




강력한 엔진도 AMG브레이크(전륜 13.2인치, 후륜 11.8인치 디스크) 앞에선 맥을 못춘다.
이렇게 강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가진 차종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캘리퍼가 디스크를 잡는 힘을 논하기 이전에 도대체 거기서 발생하는 열을 어떤 방식으로 발산하길래 페이드 현상이 생기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튜닝카들의 브레이크는 용량이 커지고 캘리퍼의 피스톤 개수가 늘어나면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브레이크 패달감각을 만들지만 초고속상태에서 발생하는 열은 디스크와 패드의 마찰력을 떨어뜨리고, 기능이 순간적으로 둔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C43의 브레이크는 230km/h와 210km/h에서 두차례 실시한 급제동시 마찰력 둔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역으로 일반차량이 페이드현상이 나타날 시점에서 더 강한 마찰력을 보이기 때문에 초기에 밟은 힘을 그대로 주고 있으면 차가 곤두박질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때문에 점차로 패달을 누른 오른발의 힘을 풀면서 달래야할 정도로 강력하다.




C43에 장착된 스태빌리티 컨트롤은 4바퀴의 캘리퍼를 독립적으로 작동시킨다.
예를 들어 좌측코너를 도는데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경우 조수석 앞바퀴에 제동을 가함으로서 차를 위에서 봤을 때 시계반대방향으로 작동하는 모멘트를 만들어 역방향 모멘트를 상쇄시킨다.
이 장비는 실제로 테스트할 기회가 두어번 있었는데, 상상외로 성능이 뛰어났다.
장착된 미쉐린 MXX3 225/45.17ZR(프론트)은 7.5J림에, 245/40.17ZR(리어)타이어는 8.5J림에 결합되어 있으며, 최고수준의 타이어다.
이런류의 차량을 제대로 지탱해줄 타이어의 가짓수 역시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C43은 독일의 자동차 만들기가 얼마나 진보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차이다.
C43이 운전자에게 주는 정보는 때론 거짓일 때가 많다. 운전자는 느껴지는 속도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속도를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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