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최근 행보가 무척 분주하다.

소형차 메이커로 성장해 유럽 최대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성장한 폭스바겐이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위한 신개념 최고급 럭셔리카와 SUV개발을 동시에 진행시켜, 비틀과 골프를 앞세워 자동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판매기록을 세운 폭스바겐이 또다시 페이톤과 투아렉으로 세상을 한번 더 놀라게했다.



국민차의 개념에서 탈피해, 프레미엄 럭셔리 세그먼트 마켓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폭스바겐이 전략적 고급 모델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짱은 폭스바겐의 자본력과 그동안 축적해놓은 첨단 기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투아렉의 등장은 단지 라인업을 채우기 위한 출시와는 다르다.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차를 테스트하면서 차대가 부러질 정도의 가혹한 테스트를 수업이 실시했다고 한다.



국내에는 V6 3.2(220마력)모델과 V8 4.2(310마력)엔진을 장착한 투아렉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투아렉은 포르쉐 카이엔과 섀시를 공동 개발하였으며, 엔진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같은 뿌리에서 최고속 SUV의 컨셉으로 카이옌이 튜닝되었다면 투아렉은 SUV의 원조인 오프로더의 모습과 험로 주파성능과 함께 온로드에선 D세그먼트 수준의 안락함을 목표로 하였다.



즉 multi player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차후 수입될 V10 5.0 313마력 최대토크 78kg을 자랑하는 디젤엔진으로 데뷔하자마자 수많은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국내에 7월말 상륙 예정인 투아렉을 국내에서 장시간 테스트해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투아렉을 실제로 본 순간 다가오는 느낌은 일단 사진에서보다 웅장하다는 것이다.



겉에서 눈으로 가늠할 수 있는 크기보다 실제 투아렉은 크기가 큰 편이다. 전장 4750mm 전폭 1930mm, 전고 1720mm, 그리고 휠베이스가 2860mm인 투아렉은 BMW X5에 비해서도 101mm 길고 51mm 넓다.



그간 투아렉을 소개한 해외잡지들의 평가를 보면, 폭스바겐에서 투아렉에 부여한 스펙과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나타내는 각종 수치들, 그리고 최고의 디젤엔진으로 평가받는 V10 5.0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요즘 오프로더로 시작한 SUV들이 급속도로 도심주행 적응력에 초점을 맞추는, 즉 승용형으로 진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폭스바겐이 투아렉에 부여한 이미지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터프하다.

그간 최고의 오프로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 디스커버리나 레인지로버를 능가해야한다는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강성을 포함한 여러부분에 엄청난 기술력이 투입되었다.



투아렉을 정의내리자면,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온로드의 안락함이 최고 정점에서 조화를 이루어 타협을 해낸 전천후 SUV일 것이다.



작년 데뷔한 최강의 골프 R32에 사용되었던 3.2리터 엔진은 페이톤과 투아렉에도 이식되어 골프와 페이톤에서 240마력이던 엔진을 토크 위주로 손보아 최대출력 220마력이 5400rpm-6400rpm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31.1kg의 최대토크는 3200rpm에서 발휘된다.



SUV최초로 장착된 6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상당히 촘촘한 기어비를 가지고 있어, 차의 중량을 고려한다면 발진가속이 아주 좋은 편이다.



각단 6500rpm에서 2단 75km/h, 3단 120km/h, 4단 160km/h, 5단 5000rpm에서 180km/h를 마크하며, 6단 100km/h는 2200rpm에서 발휘한다.



각단 최고속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1,2,3,4단의 기어비를 가깝게 설정해 레스폰스 위주의 주행특성을 확보하고, 5단으로 200km/h를 쉽게 넘어갈 수 있게 세팅된 것에 더불어 6단은 항속의 개념을 부여했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03km/h이지만 계기판 상으로 210km/h는 부담없이 오르내린다.

빗길에 200km/h이상을 달리는 것은 전륜이나 후륜구동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풀타임 4륜 구동은 꼭 오프로드가 아니라도 이처럼 실생활에서 그 효용성이 크다.



감성을 자극하는 배기음이 뒤에서 밀려오고 엔진의 회전질감 역시 매끈하다. 고회전을 좋아하는 엔진의 본 모습이다.



제법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180km/h를 달리면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와이퍼가 하강하면서 바람에 부딪치는 소음뿐이다.



소음 차단에 대한 것은 함께 시승에 참여했던 2명의 동승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던 점으로 도어 주변의 전면 윈드실드와 사이드 미러 주변의 풍절음이 전혀없고, 255/55.18사이즈 타이어가 빗길을 가르는 소음이 하부에서 실내로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각 도어마다 특수 고무실링 처리된 것은 수심 550mm깊이까지 차가 입수해도 실내로 물이 전혀 침투되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완벽한 방수기능이 고속주행시에는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투아렉에 장착된 에어서스펜션은 최저지상고 160mm부터 최대 300mm까지 높일 수 있으며, 단순히 높낮이만 조절되는 것이 아니라 노면의 상황에 따라 댐퍼압이 능동적으로 변해 최상의 승차감은 물론 고속에서 바운스 후 자세를 한번에 잡는다.



코너에서 에어서스펜션의 진가는 한번 더 발휘되는데, SUV는 차고가 승용차보다 높기 때문에 똑같이 1도가 기울어져도 운전자가 느끼는 롤의 양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투아렉은 운전자가 SUV를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스포츠 세단이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핸들링을 제공하며, SUV 특유의 턱인 현상이 거의 없어 코너에서 뒤가 밖으로 흐를 가능성이 극도로 낮다.



에어 서스펜션은 센터 콘솔의 다이얼 스위치를 통해 간단하게 Sport, Comfort, Auto로 운전자가 조작할 수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안면도 바닷가 주변 산길을 달릴 기회가 있어 4motion이라 불리는 전자제어 4륜 구동의 성능을 느껴볼 수 있었다.



평상시 50:50의 토크배분을 가지고 있는 투아렉은 상황에 따라 전, 후 100:0, 0:100으로 4바퀴중 단 한바퀴만 접지력이 살아있는 경우에도 힘을 몰아서 분배할 수 있기 때문에 험로 탈출 성능이 뛰어나다.

4륜 구동전환 스위치는 센터콘솔에 위치하고 있는데, Low를 선택하면 종감속비가 올라가 전체적인 구동력이 커져, 등판능력이 높아진다.



여기에 최대 견인력과 험로 탈출을 요할 땐 센터 디퍼렌셜을 잠구어 구동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

투아렉은 최고의 오프로더 타이틀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겐 온로드 주행기회가 더 많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하지 않았다.



시승전 떠올렸던 투아렉의 이미지와 시승후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

폭스바겐은 온로드를 강조하고 있는 현 SUV추세에서 승용형 SUV라는 타이틀을 걸고 등장하는 것은 큰 이슈를 만들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일단 범상치 않은 오프로더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오프로드 주행성능 이상의 온로드 적응능력이 있음은 시승을 해보지 않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외모에서 풍기는 강인한 이미지는 실내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자동차라는 것이 메이커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폭스바겐이 그동안 소형차군을 장악한 원천이 단순히 마켓에 대한 기득권을 가진 이유 때문만이 아닌 높은 품질 관리 능력과 뭐든 맘먹으면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는 것을 투아렉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늘 겉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폭스바겐의 매력이자 매니어들을 끌어들이는 힘일 것이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