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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급히 문상을 가야하는 관계로 KTX에 몸을 실을 때까지만 해도 비내리는 부산에서 시승같은 것을 기대했을리가 없었다.

 

부산에 내려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연락을 해준 후배 장문석은 프리챌 테드가 오픈할 당시 컴퓨터에 문외한이었던 나대신 테드를 오픈시켜준 장본인이다.

모든 메뉴의 구성은 내가 생각해낸 것이기는 하지만 그가 없었다면 분명 오픈이 몇 달 지연되었을 것이다.

 

부산에 내려왔는데 그에게 연락을 안하고 그냥 올라갔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큰일나는 후배라 부산에 갈 때는 반드시 그에게 신고를 하는 것이 욕 안먹는 길이다.

그의 절친 오승욱님의 애마를 지하주차장에서 구경하던 중 한번 시승해보시라는 권유에 이미 나의 마음은 광안대교를 질주하고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부산의 야경을 만끽하며 911을 운전하는 재미는 정말 대단했다.

2003년 결혼하기 일주일전 포르쉐 로드쇼를 위해 태백에 방문했을 때 996 카레라 4S를 수동으로 서킷에서 타본 적이 있었으니 동일한 모델에 다시 오른 것은 만 6년만이다.

지난 6년동안 얼마나 많은 포르쉐를 탔던가?

그래도 항상 그놈의 911에만 올라타면 설레이고 새롭다는 감정이 앞선다.

 

시승차는 2004년식 수동모델로 320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북미형이라 배기음이 조금 착하다는 것이 유럽형과의 가장 큰 차이이다.

모든 공냉 911을 포함하여 996까지의 수동변속기는 냉간시 저속에서 1단과 2단의 변속질감을 가지고도 변속기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911의 수동변속기는 그리 튼튼하거나 강인하지 않아 싱크로나이저도 쉽게 나가는 편이고 험하게 다루면 변속질감이 쉽게 떨어진다.

시승차는 1~6단까지의 치합이 완벽할 정도로 상태가 훌륭했고, 더블클러치를 사용해 다운시프트를 할 때 기어와 기어틈새로 꽂아넣는 쾌감이 좋았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고 고회전 풀쓰로틀일 때는 확실히 울어주는 흡기 공명음과 고속 견인력은 7200rpm부터 그려진 레드존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 정도다.

비가 내리는 고속화도로에서 911은 그리 과감한 주행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4S를 믿고 설치다가는 골로가기 쉽상이다.

 

911바디에 4륜은 눈길에서 가장 큰 위력을 보이지 빗길에서 큰 혜택을 맹신하는 것은 포르쉐의 입에 발린 마케팅에 너무 쉽게 놀아났다는 증거다.

 

대부분의 파워가 후륜에 걸리는 상황 자체가 파워가 걸리는 코너에서 뒤가 나를 수 있는 조건을 후륜구동과 동일하게 가지고 있을뿐더러 포르쉐 마케팅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듯 스핀이 감지되면 앞으로 동력이 전달되는 시나리오는 그들이 아무리 빠른시간내에 파워전달을 마친다하더라도 이미 차가 스핀한 이후의 이야기이니 4S가 전천후 주행안정성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C4S의 존재이유는 분명하다.

3단으로 완만한 커브에서 가속할 때 괘도 안쪽으로 머리가 향하려는 움직임을 선사해서 조향성이 확실히 C2에 비해 좋게 느껴지며, C2의 특징중 하나인 쓰로틀 on 언더스티어가 확실히 적다.

 

320마력이라는 출력이 국민마력이 된 요즘과 같은 시대에 카레라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출력이나 코너링 스피드에 국한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320마력이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질감이 좋고 특유의 경쾌함이 스포츠카의 기준을 제시한다.

수동변속기를 가진 스포츠카중 911만큼 완벽한 박자로 빠른 변속과 패달링을 즐길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70년대 911도 타보았지만 이미 60년대에도 911을 만들던 사람들은 수동변속기의 재미의 핵심이 뭔지를 깨닫고 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에 그대로 반영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핵심중 하나는 rpm의 하강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고회전에서 변속할수록 하강하는 rpm 속도가 빨라야 빠른 시프팅을 했을 때 클러치를 뗄 때 박자를 맞추기 수월하다.

 

일본스포츠카들 조차도 수십년전에 깨우친 바로 뭐가 진정한 수동변속기의 재미이고 방향인지를 현대도 빨리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911의 엔진들도 직분사로 바뀌고 하드웨어가 최신 트랜드를 쫒아가지만 철학과 역사와 관련된 주행 feeling에 있어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 포르쉐 매니어를 꾸준히 양산하는 것이다.

996이 첫번째 수냉엔진이었다는 불명예로 욕을 많이 먹고 마지막 공냉이었던 993의 가치를 배로 올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핸들링 느낌에 있어서 997을 경험해보면 996이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이 확인된다.

 

911 시승기를 워낙 많이 썼었기 때문에 읽는이들이 식상해할 표현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이쯤해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귀한 애마를 선듯 내주신 오승욱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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