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 RS4를 처음 본 것은 2002년 독일에 신형 A8을 시승하러 갔다가 잠시 들른 오스트리아 제펠트라는 지역에서 드라이빙이 있었는데, 여기 교관들이 시범 주행할 때였다.


잡지와 인터넷으로만 보던 RS4의 우람한 오버펜더와 흠잡을데 없이 매끈한 바디와 웨건으로서는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등으로 나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이때는 직접 운전을 해보지 못했고, 인스트럭터들이 모는 차의 옆에 동승을 해볼 수 있었는데, 적당한 크기의 바디도 그렇지만 넓게 벌어진 트레드가 주는 안정성과 미끄러운 노면에서 의도적으로 시도했던 테일 슬라이드등등 내 가슴속에 드림카로서 한번도 흔들림없이 자리잡았던 차종이다.


유럽에서만 판매되었던 초대 RS4는 북미지역에도 수출이 안되었을 정도로 철저히 유러피언들을 위한 입맛에 맞춘차이며, 수동에 왜건뿐인 구성도 나에겐 최적의 컴비네이션이다.


380
마력의 V6 2.7트윈터보 엔진은 유럽사양 265마력, 북미 250마력으로 출시되었던 S4와 같은 구성이지만 RS4용 엔진은 S4 2.7트윈터보와는 겉모양만 같지 블록을 포함해 설계가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개스킷이나 밸브등은 함께 공유하지만 블록과 헤드를 포함하는 유체와 관련된 부분은 코스워스에서 설계를 따로했고, 냉각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아무리 가혹한 주행을 해도 온도와 관련된 문제가 없기로 유명하다.


너무 부드러운 회전특성이 오히려 이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너무 부드러운 엔진은 아우디의 V6엔진중에서 가장 부드럽다는 평가도 받는다.


7200rpm(
칩튜닝에 따라 7400rpm까지 허용하는 경우도 있음)까지 돌릴 수 있는 한도에 K04 스포츠 터빈 두개가 3500rpm을 넘어서부터 강한 펀치를 만들어 0->100km/h 4.8초에 끝내고 최고속은 250km/h에 제한되지만 리미트만 풀어도 290km/h는 가볍게 돌파한다.


칩튜닝으로 420~440마력까지 출력을 높인 차들은 계기판의 가장 마지막 숫자인 310km/h를 돌파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국내 1호로 들여왔던 MTM튜닝 RS4를 시승해본 적이 있고, 이때 300km/h를 돌파할 때의 기온이 영상 30도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BMW M
버전의 차들과 같은 긴장감과 예리한 감각보다는 우직한 안정성이 RS4의 매력이고, 고속안정성과 고속주행의 쾌적성은 이루말할 수 없이 높다. 때문에 M버전의 짜릿함과 비교하면 RS4는 너무 심심하고 일관된 주행패턴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순수 스포츠카보다는 세단이나 왜건을 좋아하는 취향에 이차는 현재 나의 삶에 가장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을 접은 적이 없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160kg정도의 경량화를 감행한 차종으로 왜건의 컨셉과는 좀 상반된 방향의 튜닝을 한 차종이었다


총 주행거리 23만킬로를 달린 주행거리를 감안했을 때 엔진이 보여주는 파워나 안정성은 그 어디에서도 흠을 잡을 수 없었고, 정말 내가 느끼는 것이 맞는지를 시험해보기 위해 신형인 B7 RS4를 불러내 꽤 다양한 방법으로 비교를 해본 결과 B5쪽이 더 빠르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B7 RS4
의 순정 420마력과 비교해 시승차는 MTM 칩튜닝과 N75오픈 타이밍 튜닝으로 450마력 정도가 발휘되고 있었고, N75밸브의 작동포인트를 조정해 웨이스트 게이트가 열리는 시점을 약간 뒤로 늦춰 고부스트를 사용하는 시간을 좀 더 길게 세팅해 놓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R8
290km/h를 마크했던 오르막에서 298km/h를 마크했고, 평지로 이어지는 곳에서 300km/h는 아주 쉽게 마크할 수 있었다.


평지에서 B7 RS4와 붙어보면 속도나 단수에 관계없이 롤링 스타트를 해보면 B7이 속도제한기가 작동하는 계기판상 270km/h까지 거짓말같이 똑같이 가속되었다.


단 오르막에서 붙어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2 60km/h부터 시작했을 때 각단마다 B5쪽이 조금씩 거리를 벌려 계속 점진적으로 앞서나갔다.


KW Variant3
서스펜션은 상당히 하드한 조합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좀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 파워를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했다는 점이다.


브레이크는 포르쉐 카이엔에 사용되었던 6피스톤 브램보 조합이었다.

전륜 시트와 후륜 시트만 제거하고 카본 전륜 시트로 교체한 것으로 얻은 감량이 160kg였다는 점을 보면 순정 RS4에 실린 시트들이 얼마나 무겁고 튼튼한 것인지 실감케하는 내용이다.


이차의 오너는 자녀가 4명인 관계로 어차피 RS4가 가족용차가 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평소에 식구들과는 카니발로 이동한다고 한다.


따라서 실용성의 상징인 왜건을 정작 가족들과 즐기기는커녕 경량버젼으로 튜닝하는 시도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년에 걸쳐 오너의 정성으로 보살펴진 차종들은 확실히 그만큼 보답을 한다.

스페셜카일수록 1만킬로 달린 것과 10만킬로 달린 것은 종이 한장 차이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만큼 관리와 운전방법이 틀려먹으면 아무리 좋은 구성을 가진 차라해도 1만 킬로만에 여기저기 상하고 병들 수 있고, 다듬고 철저히 관리한 엔진은 10만 아니라 20 30만을 달려도 쌩쌩할 수 있는 것이다.


13,000
대 밖에 안만들어진 B5 RS4는 그 희소성에 있어서도 전세계 고루고루 팔려나간 B7과 비교해서 높다.

요즘처럼 세단 버전도 나오는 세대와 비교하면 RS2 RS4는 수동 터보 웨건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감성적으로는 RS2가 훨씬 더 직관적인 느낌을 주는 운전성향이고 RS4는 너무나 부드럽고 운전이 쉽고, 대신 고속에서 무지 빠르다.


B5
까지의 바디들은 바디가 가진 특유의 탄성을 이용해 고속코너에서 바디가 해내는 역할이 있는 그런 쪽득함이 매력이다. B6, B7으로 진화화면서 바디가 정말 너무 무지막지하게 단단해진 듯한 느낌 때문에 바위안에서 운전하는 느낌과 비교하면 B5 샤시의 움직임이 좀 더 정직하게 느껴진다.


RS
모델들에는 오버펜더 때문에 순정 45mm 옵셋휠이 아닌 옵셋 20 RS 전용휠들이 장착된다.

그래서 RS모델에 휠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일반 아우디용을 위해 개발된 휠에 넓은 스페이서를 장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오버펜더가 RS모델의 상징이 되던 시대도 이젠 끝난 것 같다. 신형 RS6에는 오버펜더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능은 물론 바디에서도 스페셜 모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차별성은 메이커 입장에선 엄청난 고비용을 야기시키는 주범이 된다.


10
년 후가 되면 지금의 차들이 파워나 이미지 측면에서 낭만이 있었다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과거차들의 개발배경이나 탄생의 의미등이 훨씬 더 스페셜해보이는 것도 그리 무리한 발언은 아니니 말이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점은 과거에는 어떤 수준의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게 완성되면 끝나는 그런 시대였다면 지금은 파이넨스쪽에서 차에 투여할 수 있는 개발금액이 확실히 제한되어 절충형 모델들이 나오는 듯한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독일차를 상대로한 일본차들의 압박의 수위가 상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독일차가 전세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말이다.


뭐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해봤자 최신형 일반 양산형 모델들과 비교하면 이를 베이스로 개발된 스페셜 모델들도 엄청난 수혜를 입은 행복한 존재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그래도 유럽과 정반대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시장판매를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독일제 스포츠 버전들에게는 왠지 모르게 +알파의 점수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심정은 감출 수 없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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