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엑시지S와의 만남은 스포츠카를 타기에 그리 좋은 날씨와 여건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즐거웠다.
로터스의 능력을 뽐낼 수 없는 여건이었지만 그 풍만한 감성과 진한 색깔에 빠져들 수 있었고, 더군다나 와이프와 단둘이 즐긴 드라이브는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드라이브였다.

이번에 다시 만난 로터스는 엑시지보다는 파워가 적지만 수퍼차져 엔진의 엑시지 S와 비교해 차체의 중상부에 위치한 인터쿨러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횡G에서는 엑시지를 앞선다고 하는 엘리스R이었다.

시가지와 고속화도로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1차 시승을 마치고 2차 시승은 중미산 와인딩을 넘어 로커갤러리까지 가는 양평과 청평 와인딩의 풀코스라고 할 수 있는 코스를 밟았다.

엑시지때도 언급했지만 900kg정도 밖에 안나가는 몸무게에 192마력 고회전 엔진에 1,2,3단 기어비가 높을 필요가 전혀 없다.
엘리스를 시내에서 탈 때도 그리 위화감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변속하느라 그리 바쁘지 않기 때문이다.
1단으로 70km/h를 넘기며, 2단으로도 간단히 100km/h를 넘기는 기어비는 저단이 커버하는 영역이 크기 때문에 운전이 편하다.

6200rpm을 경계로 터지는 하이캠 영역은 운전자가 몸통과 청각을 통해서 전혀 다른 가속감과 레스폰스가 발휘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회전수가 8000rpm에 도달하기 직전에 계기판에 작은 경고등 비슷한 것이 켜지는데, 변속 타이밍을 잃지 말라는 배려이다.

8500rpm까지 깨끗하게 돌고 엄청 가까운 기어비를 가진 4,5,6단으로 인해 고속에서의 가속력도 제법이다.

엑시지가 추가 바디킷으로 인해 고속에서 공기저항이 심한 것과 비교하면 엘리스는 그 저항감이 고속에서 덜하다.

4단이후에서는 클러치를 밟고 변속을 하고 다시 클러치를 떼는 동작에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
짧아지는 기어비로 인해 시프트업한 후 내려오는 회전수의 하강폭이 작기 때문에 너무 게으른 타이밍으로 변속하면 변속후 충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승날 와인딩의 도로 상황은 100%상태는 아니었고, 너무 이른 새벽이라 노면 자체가 약간 차가워서 A048타이어가 더워지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타이어가 열을 받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은 과속방지턱 앞에서 급제동을 할 때 4피스톤 AP레이싱 브레이크의 포스에 전륜타이어가 너무 힘없이 끈기를 잃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차가 워낙 가볍기 때문에 타이어의 컨디션과 온도변화를 최소한 와인딩에서만큼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코너를 공략하면서 느껴지는 첫번째 감각은 논파워스티어링으로 전해지는 정직한 피드백과 감당하기 힘들정도로 파고드는 앞머리의 움직임이었다.

가벼운 발동작으로도 엄청난 제동을 코너앞에서 발휘하고 턴을 할 때 차를 낚아채듯 방향을 틀어버리는 민첩함에 코너 정점이후에 쓰로틀을 과감하게 열어도 여전히 차의 방향이 안쪽으로 향하려고하는 움직임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타이어가 완전히 열을 받았을 경우 2단은 모르겠는데, 3단 중속 코너에서 엑셀링으로 인한 부담은 상당히 적다.

보통 미드십 스포츠카가 엑셀링이 거친 경우 뒤가 돌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하는데, 엘리스R은 엔진의 토크가 낮은 상태로 플랫하게 전개되는 특성이 있는데다가 기초 운동신경이 워낙 발달해 왠만한 쓰로틀 전개에 거칠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코너의 진입시 제동을 끌고 들어가는 상황이라든지 코너의 정점을 지나기 전에 예기치 못한 장애물로 제동을 좀 강하게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

요즘 대부분의 스포츠카들이 제동밸런스 보조장치로 인해 코너에서 제동을 강하게 해도 괘도를 벗어나지 않게하는 장치가 있는 반면 로터스의 세팅은 경주용차의 제동밸런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너에서 제동을 걸면 차의 방향이 즉각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코너에서 제동포인트를 잘못잡아 극단적인 언더가 발생해 괘도를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고 서킷에서 미세한 왼발브레이킹을 해야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엔진의 출력은 중,고속 어느영역대에서도 필요충분 이상이다.
코너를 빠져나오자마자 급가속을 하면서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하고 강한 제동력을 걸어야하는 코너 코앞에서도 몸이 피곤하게 앞뒤, 좌우로 심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순정서스대신 올린스 조절식 코일오버를 올린 시승차는 큰충격에 올린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발휘했다.
극도로 제한된 스토로크에도 불구하고 노면에 대한 반응이 세련되고 거친 감각이 절제되어 있었다.

로터스를 몰기위해서는 힐&토우나 드리프트쯤은 익숙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자기자신을 극도로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선입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스포츠카를 타는 오너들이 모두 레이서 수준의 드라이버도 아니고, 그런 운전기술없이 빠른차를 타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차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가지 않아도 차에 대해 느끼는 감성이나 만족도는 운전자가 누구이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만족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영역에서 안전하게 그리고 차가 보여주는 감성 및 본능과 함께 공감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만 있다면 어떤차를 선택하든지 그것은 본인의 책임이자 권리이다.

스포츠카를 선택할까 망설이는 자칭 덜 숙련된 드라이버에게 최근 몇년동안 난 한번도 운전실력을 좀 더 쌓고 그 차를 선택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

로터스는 경주용차의 DNA를 가진 것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재미있는차에 올라타보기도전에 주변의 눈치나 로터스를 타는 운전자라면 무조건 빨라야한다는 유치한 선입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한다.
-testkwon-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