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동경 모터쇼에 소개되었던 란서 에볼루션 10기형은 기존의 스파르탄한 랠리 이미지 대신 세련된 마스크와 함께 디자인 트렌드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강한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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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 좌핸들 사양을 여러 차례 시승하면서 에보에 대한 강한 애착과 극한의 운전재미에만 초점이 맞춰진 특수형태의 모델의 매력에 푹빠졌었고, 이번에 10기형의 시승에 대한 강한 기대가 있었다.



국내에 출시된 에보10기형은 6200만원에 Twin clutch (SST:Sports Shift Transmission)이라 불리는 반자동 변속기 사양만을 가지고 있다.



4G63
계열의 엔진은 9기형에서 단종되었고, 10기부터는 4B11코드 네임을 가지는 새로운 하드웨어로 교체되었다.

트윈스크롤 터보차져로 2리터이지만 295마력/6500rpm 41.5kgm/4000rpm 최대토크는 충분히 박력있는 주행이 가능하고 왠만한 서킷에서 이보다 더 큰 출력이 크게 요하지 않을만큼 짧은 기어비와 맞물려 알차고 탄력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폭스바겐 계열에서 수년째 판매하고 있는 DSG와 미쓰비시의 트윈 클러치 타입의 변속기를 객관적으로 비교하지 않고서는 현행 에보를 이야기할 수 없다.

시승을 통해 변속기에 대해 파악한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1.       초반 출발 때 토크컨버터가 있는 차로 착각이 들 정도로 1단 저속상태에서의 반클러치 상황이 길다. 급출발시 튕겨나가는 총알 스타트를 고려했을 것이고 오르막 출발에 이러한 세팅이 유리하다.


2.
      
회전수가 1000rpm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무조건 시프트 업을 허용한다.


3.
      
회전수가 7200rpm을 넘지 않는다면 무조건 다운시프트를 허용한다.(DSG와 비교해 운전자가 시스템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시프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음


4.
      
급가속 시프트 업할 때 반클러치 상황시 엔진 파워가 차단되지 않고 그대로 연결된다.

즉 변속할 때마다 차가 튕겨나가는 식의 모멘트가 발생해서 스포티함을 증가시킨다.

반면 클러치 수명이나 내구성에는 최악의 세팅이다.


DSG
는 시프트 업시 클러치가 붙는 타이밍에 아주 짧은순간 엔진파워를 줄여 클러치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지만 에보의 그것은 수동변속기의 파워시프팅을 연출하기 때문에 가속효율에는 도움이 되지만 클러치는 전혀 보호되지 않는다.


5.
      
D상황이건 수동상황이건 가속패달을 놓았다가 밟으면 순간적으로 반클러치 상황을 연출시켜 반응성을 높이는 동작을 변속기 스스로 취한다.

이 역시 변속기의 내구성 유지에는 취약한 세팅이다. 가속패달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살짝 상승했다가 내려오면서 자리를 잡는데, 반응성에는 확실한 효과를 주지만 역시 클러치의 내구성에 영향을 미친다.

 

시승을 하면서 깜짝 놀랄만큼 스포티한 특성을 보여주는 에보의 변속기 세팅에는 감탄했지만 한편으로 기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내구성은 확실히 포기한 듯 보였다.



DSG
가 장착된 차량으로 태백 서킷에서 최장 4시간을 가혹하게 돌리는 것은 물론 스포츠주행으로 인한 오류가 거의없는 내구성은 반클러치 상황을 출발할 때 이외에는 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습식 클러치를 가진 시스템은 클러치를 둘러싸고 있는 오일의 온도가 어느 이상 올라가면 보호 모드로 돌아가는데, 국내 서킷에서 보호모드가 작동했던 경험은 바로 이러한 세팅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며, 쿨러가 보강되는 등의 하드웨어적 보강이 단시간내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다시 에보의 전체적인 주행느낌을 살펴보면 전투적인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짧은 거리를 재빨리 커버하는 순발력과 민첩함 그리고 터보레그가 길지 않은 유연한 특성에 운전재미가 크다.



하지만 엔진이 너무 시끄럽고, 매끈한 회전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흡기 공명음에 머리가 아프고 고회전으로 가도 공명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짧은 턴과 고속턴 특히 속도가 낮은 턴을 풀파워를 사용해서 빠져나가는 능력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다.



전후 토크 배분장치인 ACD와 후륜의 좌우 토크를 배분하는 AYC가 연출하는 약간은 인위적일만큼 정확하게 괘도를 따라 돌아나가는 느낌은 충분히 과격하게 다루어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기 힘들다.



언더스티어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한 시스템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차의 머리를 안쪽으로 잡아당기고 처음에는 꼬리가 불안할 것 같지만 자꾸 해보면 꼬리가 생각보다 날창대지 않는다.



일단 머리를 넣어놓고 후륜이 불안하면 그때는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해 ABS 독립제동으로 자세를 잡아주는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에 쉽게 던져져 불안한 맘을 전해주진 않는다.



180km/h
가 넘어서면서부터 폭발적인 가속감은 많이 줄어들지만 여전히 상당히 빠른 가속과 순발력이 살아있다.



스티어링을 꺽은 상태에서 제동을 가할 때의 머리의 움직임도 전투 그 자체이다.

강한 제동과 함께 동반하는 푸시언더를 줄이기 위해 제동안정성보다는 스티어링의 각도를 최우선하는 세팅은 고속에서 조향과 제동을 동시에 가할 때 효과적인 조향각도를 만들지만 미세한 조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동안정성이 나쁘게 느껴지게할 소지도 있다.



올라타서 달리고, 돌고, 서고를 반복하는 적극적인 운전이 아니더라도 자동변속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차가 전해주는 주변 여건이 이렇게 느긋한 운전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군데군데 실내 질감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싸구려 플라스틱 투성이인데다가 엔진이 너무 시끄러워 쾌적하게 항속을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구형 4G63계열의 엔진의 질감이나 밸런스 음향면에서 월등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트렁크를 열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서브우퍼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류의 스포츠카에 가까운 모델에 서브우퍼가 필요할리 만무하다.

즉 차의 구매여부를 결정하는데 서브우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는다.



이런 쓸데없는 장비를 걷어냈으면 5990과 같은 지금보다는 좀 더 마케팅적 가격도 가능했으리라 믿는다.

10,000원 짜리를 10,100원에 파는 것보다 9900원에 파는 것이 효과적인 세일즈라는 것을 모를리 없었을텐데 말이다.



에보는 현재 국내에서는 직접 경쟁하는 모델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외로운 포지션에 홀로 서있는지도 모르겠다.



수동만을 가지고 있던 선대모델들에 비해 출중한 스포츠 오토매틱을 가지고 탄생해 다시한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지만 쾌적성을 만족시키는 노력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국내에서 지금보다 서킷활동이 더 많아지고 주로 서킷에서 타는 차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다면 에보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차종이다. 이유는 동일한 출력에 서킷에서 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숙성된 핸들링과 노하우가 차에 스며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6200만원이라는 가격을 합리화 시키려면 스포츠성만으론 부족하다.

그 가격을 설명하기에 충분한 다양한 요소들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국내시장의 반응은 차가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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