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큰 지명도를 가지는 차종중에는 북미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거나 심하면 쫒겨난 차종이 여럿된다.




역사와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유러피언들과 비교하면 북미인들의 구미는 품질과 내구성 등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어떻게 보면 냉정한 듯 보인다.




알파로메오는 일명 북미에서 쫒겨난 차종으로 분류된다.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와 모터스포츠에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은 북미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은 피아트 산하의 알파로메오는 감성의 차를 만드는 메이커이다.
이태리 차를 이해하기 위해 페라리를 시승하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파로메오를 시승하면서 느꼈다.




이번에 시승한 164S는 92년형으로 피닌파리나 디자인에 3리터 V6엔진을 가로배치한 형태의 파워트레인 레이아웃을 가진다.




북미에서 철수한지 제법되는 알파로메오는 캐나다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차종이고, 알파로메오를 타는 부류들은 그 차에 미쳐 있는 부류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상태가 좋은 알파로메오를 수소문하던 중 예전부터 시승하고 싶었던 164S를 찾았고, 오너가 모터매거진을 위해 기꺼이 시승을 허락했다.




차를 시승하기 전 이번처럼 구석구석 살펴본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타보는 이태리차는 공학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한심한 구석이 많지만 매니어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차임에 틀림없다.




일본차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알파로메오의 실내분위기는 속된 말로 적응이 안된다고 해야할 것이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기능성을 고려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 이를데 없고, 조작효율성에서도 큰 장점이 없는 디자인이지만 차별화를 위한 시도겠지 하고 너그럽게 봐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급한 성질에 시동부터 걸었더니 뒤에서 불규칙하게 둥둥되는 배기음이 멋지다.
운전석 시트에 앉자마자 본능적으로 시트의 높이를 낮추기 위해 전동스위치를 더듬지만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다.




시트 포지션이 좀 높아 본넷이 시원스럽게 보이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겠다.
수동 5단 변속기의 체인지레버를 1단에 위치시키고 클러치를 연결시키니,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던 아이들링음이 규칙적으로 정돈된다.




클러치를 잇는 느낌이 아주 수월하고, 패달의 깊이가 깊지 않는 느낌은 피아트 쿠페의 그것을 떠올린다.




시승차는 92년형으로 9만 킬로를 좀 넘긴 차였고, 엔진 리빌트, 하이캠, 스팩스 스포츠 스프링, 스테빌라이저를 장착하고 있었다.




지나치다 못해 병적으로(?) 꼼꼼한 오너의 배려로 차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고, 그동안 들어왔던 알파로메오에 대한 악명과 비교하며 약간은 혼돈스러웠지만 매인트넌스 히스토리를 듣고 나서 비로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한가한 도로를 택해 가속패달에 힘을 주었다.
불규칙한 공회전음으로 인해 상당한 스펙을 가진 하이캠을 상상했지만 저속 토크가 충분했다.
회전을 올리자 심장을 울리는 엔진의 울부짓음이 예사롭지 않다.




알파로메오의 V6 엔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알파로메오에 매니어들이 미치는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으르렁거리는 독특한 엔진음은 그동안 엇비슷한 음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특이하고, 멋있다기 보다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Remus머플러가 어느정도 배기음을 증폭시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엔진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오리지널 음색을 구별해서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일드한 하이캠 세팅때문인지 5500rpm을 넘는 부근에서는 기대했던 펀치가 느껴지진 않지만, 꾸준히 6500rpm까지 상승한다.




순정상태의 200마력 엔진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시승차의 체감으로 느껴지는 출력은 210-215마력 정도로 느껴졌다.




140km/h로 도는 고속코너에서 이차가 가진 또 다른 특징을 경험하게 된다.
전륜구동형 특유의 몸짓이라면, 차 앞머리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
언더스티어네 오버스티어네하는 핸들링 특성을 구동륜이 어디냐에 한정을 두어 평가하면 절대 안된다는 신념을 확인시켜주는 특성을 164S는 가지고 있었다.




차종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전륜구동형 세단의 코너링 특성이라면 조타가 약간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쉽게 설명해 턴을 할 때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각도가 크다는 이야기이다.
알파로메오는 이 조타각이 극도로 작은 차종이었다. 고속에서 스티어링의 민감도가 그동안 몰았던 그 어느 세단과 비교해 높은 차종이었다.




고속턴을 할 때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앞머리가 안쪽으로 꽂히듯 방향을 전환한다.
후륜이 바깥으로 살짝 빠지면서 각도를 바꾸는 것과는 또 다르다. 이런 경우의 움직임은 민감한 운전자의 엉덩이로 후륜이 어느정도의 각도로 밖으로 흐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알파로메오는 고속턴시 후륜이 밖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 전륜이 그저 지나칠 정도로 심하게 안쪽으로 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차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조심해서 스티어링휠을 다뤄야할 속도에서 필요이상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 차가 원했던 라인보다 안쪽으로 향하게 된다.




각단 3000rpm에서 발휘하는 속도를 살펴보면, 1단 32km/h, 2단 50km/h, 3단 70km/h, 4단 90km/h, 5단 115km/h를 가르킨다.




1단 6000rpm에 65km/h를 보이고, 2단 6000rpm에 100km/h를 보이는, 엔진의 토크를 믿고 세팅한 약간은 낮은 기어비에 속한다.




각단의 간격이 먼 롱기어 세팅이어서 숏턴이 많은 와인딩로드보단 중,고속턴을 즐기는 GT스러운 주행이 어울리겠다.




겉에서 바라보며, 독특한 알파로메오 배지를 확인하는 것으론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피닌파리나의 손길이 다았다는 것에 대한 기억과 인상을 오래가지기 힘들지도 모른다.




타보면 알파로메오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차가 어떻게 다른지 깨닫게 된다.
알파로메오의 최신형은 개선된 사항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피아트 계열의 차량은 품질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164S의 경우에도 헤드개스킷에 문제가 많고 개스킷의 교체 이후에도 실린더 헤드를 조인 볼트가 풀리는 경우가 많아 작업후 일정시간 후 다시 딜러를 방문해서 조임 토크를 확인해야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연료게이지의 움직임이 고르지 못하고, 실내 구석구석 고품질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내에서 여기저기 들리는 잡소리와 이음새가 잘 맞지 않은 조립미숙에 큰 불만을 가진다면 알파로메오를 절대로 선택해선 안된다.




미리도 언급했지만 알파로메오는 감성을 자극하는 차이다.
이렇게 한심한 품질로도 망하지 않고 존속하는 이유를 주행성에서 찾아야 한다.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에 의존한 평가를 뒤로하고 차가 타는이의 심장을 감동시키는 정도로 평가한다면 알파로메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함이 강점이다.




고품질의 차를 만드는 이의 노력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허망함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품질만으로 매니어들을 자극하는 것은 자동차에서는 통하지 않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알파로메오는 앤초페라리가 페라리를 창업하기 전에 몸담았던 곳이라는 기억만으로도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졌다.




알파로메오는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드는 노하우보단 매니어들을 감동시키는 법을 더 잘 알고 있는 메이커인 것 같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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