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올리는 배틀기네요.. ^^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 순천에 갈 일이 있어서..
토요일 저녁 무렵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습니다.
 
최근 몇 번 내린 눈과 염화칼슘으로 인해 서울 쪽은 노면이 매우 미끄러운 편이지만,
대전 쪽은 모래를 살짝 뿌리는 정도의 미미한(?) 대응 덕택에
지금은 노면이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며칠 전 바꾼 헤드램프가 밝아져 야간 주행이 꽤나 만족스러웠고,
차의 흐름도 원활하고 딱히 속력을 낼 필요는 없었던 지라
여자친구와 끝말 잇기를 하며 규정 속도로 항속 중이었지요.
 
인삼랜드 휴게소를 지나, 무주를 지날 무렵 저 뒤의 물체가 1차선을 주행 중인 저에게
하이빔을 두어번 깜빡 거립니다.
'비켜달라는 이야기인가..' 뒤를 흘낏 보니, HID의 강렬한 색감과 함께 엄청 빠른 속도로 접근 중인데,
잘못 피하다가는 오히려 위험할 듯하여 그냥 차선을 유지했습니다.
이윽고 제 바로 뒷 덜미가 훤해지는 느낌과 함께 하이빔 세례 약 4~5회..
어떤 차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자친구도 살짝 긴장했는지 '저게 무슨 뜻이야..?' 합니다.
일단 4단으로 쉬프트 다운후 풀부스트를 걸지만, 2차선으로 빠진 그 하이빔의 주인공은
오던 탄력으로 저를 앞질러 가기 시작하더군요.
 
으아.. 덩치가 무지 큰 은색 상어입니다.
전날 내린 황사비에도 깨끗한 광택을 뽐내며 쭈욱 멀어져가는 신형 S시리즈..
 
최근 들어 스포츠카 보다는 대배기량 고급 세단들과의 조우가 잦은 편인데,
이 차는 급한 건지, 차의 성능을 시험하려는 건지 도무지 엑셀에 발을 떼려고 하질 않는 듯..
4단을 다 쓰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지만 5단을 넣어 220km/h가 되어서야
그 차 뒤에 붙어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넘버 S350..
 
초행길이었고, 카메라의 위치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따라가 보기로 했지요.
처음엔 다소 어이없게 보내버렸지만, 막상 그 차도 따라잡히고 나서는
제 차를 꽤나 의식하는 듯 차량 흐름 때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질 않습니다.
꽤나 맞바람이 거세었고, 2차선 도로에 간간히 상대적으로 저속(--;) 차량이 양차선에
주행 중인 조건에서.. 오랜만에.. 전방 주행 라인을 바라보는 제 시선과 함께 묘한 흥분이 일더군요.
 
완만한 커브와 내리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두 차량 모두 220 이상의 고속 영역을 마크하다가,
속도를 줄여야 할 상황이 되면 무리한 끼어들기 없이 약속처럼 나란히 감속, 그리고 다시 재가속..
그 큰 덩치의 S350이 너무나도 강력한 브레이킹 퍼포먼스를 선사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0~200km/h 정도의 재가속에서는 제가 제법 앞서긴 하더군요. 하긴.. 무게가 있으니..
그렇지만, 역시 200km/h 이상에서 독일차의 고속 빨은 제가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닌 듯 했습니다.
 
가다가 저는 실수로 카메라에 한 번 찍혔지만 이미 배틀 상황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조건이 아니었고
터널을 두 어개 지나 약 10~15km 정도 거리를 그 페이스로 달린 후에야
마지막으로 S 커브 + 터널 직선 코스에서 컴팩트한 차체의 잇점을 살려 완전히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최고속을 트라이해보고 싶었지만, 맞바람의 영향인지 235km/h 정도가 그 날 내본 한계였고,
조금 후에 다시 그 HID가 뒤에서 가까워 올 때 잘 달렸다는 비상등 세레머니와 함께 자체 배틀 종료..
S350은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님 그저 바빴을 뿐이었는지 소리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독일 세단 or 스포츠카들과 배틀을 하면서 늘 느끼는 점은..
전자장비의 도움도 있겠지만, 같이 옆에 달리는 제가 느껴질 정도로
그 운전자는 정말 안락하고 편안한 상황에서 배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그 외에도 차량이 주는 만족감이 그 가격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S350.. 3.7리터 245마력, 5단 자동변속기..
간만에 빡세게 어둠을 헤치고 달려보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