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지환입니다.
지난 월요일 새벽 잠깐 동안의 Z4 배틀기를 올려봅니다.

일산 쪽에서 MR2 번개 모임을 마치고, 판교를 지나 경부 하행선을 택했습니다.
모빌 운행을 자주 하는 편이 아니기에,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괜찮은 상대라면 배틀을 신청하거나 혼자서라도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곤 합니다.
지방 회원인 저와 대구에서 오신 분 차량 2대가 함께 줄지어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올 무렵이었습니다.
티켓을 뽑으면서 '오늘은 내려가는 길에 최고속이나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

저는 먼저 빠져 나와 뒷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 회원 분의 MR2가 나오고 그 옆 라인으로
굉장히 서늘한 느낌의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이 출발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느낌상 BMW 인 것 같은데.. 7시리즈 인가.. 헤드라이트 사이 간격이 무지 넓군..'
50km/h 정도로 서행하고 있는 저에게 뒤따라 온 회원 분께서 유리창을 내리고
저한테 무어라고 말을 하시는데..
그 순간 제 옆을 스쳐가는 그 헤드라이트.. 은색 Z4 3.0..!!
 
우리 회원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때 바로 2단 쉬프트 다운 후 Z4를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동행을 내버려 둔 채 ^^ ㅋㅋ
(우리 회원님 차도 NA 이지만 상당한 준족이므로 잘 따라 오실 것으로 믿었죠.. ^^)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라 차량도 많지 않아.. 저도 모르게 뒤쫓게 된 상황에서..
순전히 직빨 가속 비교 테스트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40m는 이미 앞서 나가 버린 탓에 BMW는 2단 풀 부스트에서도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가..
'오.. 역시 만만찮군..'
그런가 싶더니, 3단 정도에서 거리를 좁히기 시작.. 조금씩 다가오는 Z4의 리어 컴비 램프..
'역시.. 잡을 수 있겠다.. 확실히..!' 
6800rpm 에서 쉬프트 업.. 4단 끝날 무렵 (약 200km/h)이 되어서야 나란히 설 수 있더군요.
5단에 들어가니 순식간에 몇 대 차이로 뒤쳐지는 Z4..
아마도 뒤에서 헤드라이트가 점점 다가오고, 제 차가 옆을 다시 스쳐갔을 때..
배틀을 끝낼 의도였나 봅니다.

다시 속력을 줄여 3단 100km/h 정도로 Z4와의 2차전을 기다렸는데..
엑셀을 가감하며 옆에서 도발적인 액션을 취하는데도 그냥 항속하시더군요.
1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나란히.. 그러나 언제 치고 나갈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오른쪽 3차로를 달리는 Z4를 흘끔 거리면서 달리고 있는데..
유리창을 내리는 Z4 오너.. 손을 내밀어 엄지를 세워 주고는 다시 달려 나갑니다.
신갈 분기점에서 빠지더군요.

다시 천천히 규정 속도 항속을 하니 뒤에서 빨간 MR2가 옆자리까지
유성 처럼 날아 들어오네요.. 우리 회원님 차..
뿌듯하게 말을 전했습니다. "잡았어요.. ^^;;"

다음 휴게소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서울 톨게이트에서 우리 회원님과 Z4가 나란히 통과하면서..
눈을 서로 마주쳤다는 군요.. 회원님이 저에게 무어라고 하신 말씀은
다름 아닌, 'Z4 가 뒤에 오니 한 번 달려 보시라고 ^^;;'

Z4 3.0 .. 1310kg, 231 마력에 토크 30.6kg.m ..
제 차와 비슷한 무게와 출력임에도 18인치 타이어와 대형 브레이크로 중무장한..
역시 최신의 BMW 병기는 다르구나.. 상당한 고속 가속력..
저도 리어 타이어를 245/40ZR17 금호 엑스타 MX로 바꾸는 바람에
직경이 5% 정도 커져서 토크 감이 많이 죽었는데..
255/35ZR18 타이어로 Z4는 저렇게 달리다니..

잠깐의 흥분을 가라 앉히며.. 계기를 찬찬히 훑어봅니다.
일반 휘발유로 0.9바에서 배기온 820도 부근..
안정된 수온과 고른 숨소리..
그래도 먼저 치고 나간 Z4를 잡는 제 MR2가 대견하게 느껴진 잠깐의 배틀이었습니다.

나온지 10년도 훌쩍 넘은 나의 MR2 ..
'하나씩 복원해서..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아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