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습니다.
금요일인데, 저녁 시간 이후의 약속이 취소되어버리는 바람에 갑자기 스퀘줄이 붕떠버리는 바람에 오랜만에 집에 일찍갈까하다가 지난주에 타지 못했던 애마 GTI를 타고 나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HID를 하고 처음 야간 운행을 하는터라 한층 또릿또릿 해진 애마의 눈망울이 사뭇 기대도 되고, 라이트 각도 조절이 잘되었는지 체크도 할 겸 9시쯤 회사를 나섰습니다.
 
도로에 올리자마자 깨달은 건 라이트 각도를 너무 높이 조절했다는 점 때문에 욕얻어먹기 전에 빨리 조정해야겠다는 것과 그전 할로겐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빛이 머무는 자리가 밝아졌다는 점 때문에 흐뭇했습니다.
 
최근에 산 Yanni Ethnicity라는 앨범은 개인적으로 Yanni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태어나서 산 앨범 중 가장 맘에 드는 앨범으로 드라이브를 할 때 들으면 정말 가슴이 뭉클해지고, 과거의 인연이 길게 닿지 않았던 스쳐간 여인들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고속화도로에 오르기 전 3000rpm이하만 사용하며, 쉽게 흥분하기 좋아하는 레무스 배기음이 한창 즐기고 있는 연주를 추월하지 못하게하다가, 달릴 수 있는 길이 나오자 볼륨을 내림과 동시에 다운시프트를 하니 Yanni의 연주는 2차선으로 비키고, 레무스 배기음이 1차선에서 활주를 시작합니다.
 
풀쓰로틀을 자재하고 서서히 속도를 높여 5500rpm정도를 변속 타이밍으로 두고 5단에 넣고 240km/h로 항속을 하는데, 어쩜 지평선 끝까지 차가 한대도 없더군요.
 
조용한 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무지 시끄러운 차량을 향해 가미가제 공격을 가하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윈드실드에 쏟아지고 빗발을 맞는 것과 같이 순식간에 윈드실드가 엉망이 되더군요.
 
약간 언덕을 250km/h로 넘고 애라 모르겠다. 남은 가속패달을 끝까지 눌러 계기판의 끝인 260km/h를 찍고 속도를 줄이기 전에 본 rpm이 레드존을 넘긴 6800rpm이었으니 엔진은 연료차단을 150rpm남겨두고 서로 계기판의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안착했으니 VR6K 엔진은 더이상의 후회도 미련도 없이 최선을 다했던 것이지요.
 
편안한 제동을 위해 남겨둔 거리덕에 약간 내리막이지만 가벼운 브레이킹과 보조를 맞춘 다운 시프트로 톨게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우측에 잠시 정차를 해 애마를 살펴보는데, 뒷부분이 훤해서 가보니 머플러에 숫덩어리 같이 벌겋게 달아올랐더군요.
 
순간적으로 고구마나 밤이 있으면 잽싸게 집어넣어 구워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머플러 팁약 10cm안쪽이 벌건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지난번에도 최고속 테스트를 한 후 동일한 모습을 보았는데, 배기매니폴드쪽은 잘 보이질 않아 보지 못했지만 벌겋게 달궈진 모습이 역시 상상이 가더군요.
 
머플러는 그렇다치고 수천마리는 됨직한 자살 특공 벌레들의 잔해를 제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더군요.
 
나이를 먹어도 무지 쌩쌩한 엔진과 늘 한결같은 주행성능으로 보답하는 참 고마운 애마에게 HID가 좋은 선물이었으면 좋겠네요.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