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부산에서 볼 일을 마치고..
11시 좀 넘어 경부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습니다.
 
기다리던 도색을 끝내고, 약간 흥분된 상태로 기름만 가득 채우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근 2주만에 듣는 터빈 사운드는 반가움과 함께 운전자의 테스트를 재촉하는 듯..
 
곳곳 잠깐씩 정체되는 대전 이남의 고질적인 상황이었지만,
앞이 조금 틔어있을 때마다 가속 및 서스 테스트로 몸을 풀고 있었지요.
칠곡 쯤 지나서인가..
드디어 뒤에서 뭔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다가오는 검은 물체가 백미러에 잠깐 스칩니다.
'음.. 신형 벤츠 C 클래스네.. 바쁜가 보다.'
살짝 비켜 주고 차량 정보 확인.. 번득이는 Kompressor 엠블럼..
몇 번 SLK 230 컴프레서와 달려본 적 있었기에 같이 주행해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지요.
 
처음엔, 그저 벤츠가 어느 정도로 빨리 달리나 속도나 맞춰보려고 따라갔던 것이..
제법 상당한 가속과 함께 그 꼬불꼬불한 길들을 시속 180 킬로 이상의 고속으로
모두 클리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2대는 2차선의 열악한 조건에서 배틀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속력에서는 제가 언제건 여유가 남는 상황이었지만, 리어 타이어 교체 시기를 넘긴데다
공기압을 체크하지 않아 리어가 약 25 psi 정도의 '날아가기' 좋은 상태였다는 점이 맘에 걸려서
코너를 그렇게 공격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더군요.
코너 중반 이후로 4단 레드 존까지 풀로 쓰는 상황에서도 서로 조금씩 앞서거니 뒷서거니..
특히, 벤츠를 먼저 보내놓고 따라가면서 뒤에서 코너링을 관찰했는데..
상당한 각도의 코너를 200 가까운 속도로 엄청난 롤링과 함께 돌아나가는데..
코너링 도중 라인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자기 차선을 넘지 않는.. 상당한 수준급.
제가 타이어 땜에 따라가기 빠듯할 정도였습니다. LSD 없었으면 들어갈 엄두도 못내었을 듯.
속력 유지하면서 차들 피해 길 보는 눈까지..
그 벤츠의 오너가.. 제대로 만난 상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2차선이 모두 막힌 도로 상황에서는
앞 자리를 서로 틔워주는 약간의 배려와 함께..
꽤 잼있다는 생각을 하며 스트레이트에서 그 벤츠를 1차로로 추월하면서 유리창을 내리고
엄지 손가락을 번쩍 들어줬습니다. '이제껏 만난 세단 중 가장 무서웠다고.. 멋지다고..'
 
다음 정체에서 저는 순항 속도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그 벤츠는 여전히 배틀 모드.. 아까와 다름 없는 페이스..
'2차전인가..'
120km/h 정도에서 3단까지 쉬프트 다운해가면서 (어지간해선 고속도로에서 4단으로 충분하죠)
칼질과 함께 컴팩트한 차의 유리함을 마음 껏 발산하면서 다시 그 차를 리드..
다시 나타난 스트레이트에서 230~240 까지 풀 부스트 (0.7바)를 때렸음에도
벤츠가 몇 백미터 이상 멀어지긴 했지만 끈질기게 쫓아오더군요.
 
그 이상의 배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 속력을 줄이는데..
벤츠가 지나치는 듯 싶더니 유리를 내리고 웃음과 함께 저를 쳐다보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줍니다.
마침 옥천 휴게소가 가까워와서 그 차를 따라가 유리를 내리니
제 의도를 아는 듯, 저와 함께 커피 마시는 손짓을 하네요.
 
휴게소 들어가서.. 차에서 내려 악수를 나누고..
그 분이 대구 분이고, 마침 일 때문에 대전으로 급히 가는 길이었다고 하시더군요.
상당한 실력에 그 차가 230 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200 이라는 바람에.. 정말 놀랐습니다.
60 마력 차이에 무게 차이도 상당한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요.
아카디아, 330, 엘리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가속력이더군요. 오히려 빠르다고 느꼈지요.
 
그 오너 분이..
자기도 고속도로 달리는 것 상당히 좋아하지만..
이 차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자기 차도 최고 230~240 킬로까지 나가는데..
제 MR은 그 이상은 충분히 나갈 것 같다고.. 물어보시더군요.
오히려 출력을 이야기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그 벤츠 잘 달리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한테 무슨 경기하는 차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대회 나가느냐고 ^^;;
(현재 TT 계획 중이긴 하지만.. 수준이 되어야 출전하죠 ㅜ.ㅜ)
 
냉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전화 번호 서로 교환하고는 ^^;; 헤어졌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더군요.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그런 배틀은..
 
학교 무사히 도착해서 젤 먼저 한 일은..
벤츠 C200 Kompressor 엘레강스 모델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이었죠. ㅋㅋ
 
하여간.. 이제껏 달렸던 가장 기억에 남는 배틀 중 하나가 될 것 같네요 ^^
오늘의 교훈.. '역시 차보다는 운전자가 배틀의 가장 큰 변수다..'
M3 같은 스포츠 세단은 얼마나 대단할까..
아. 세단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