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관심이 많던 인피니티 G35를 시승했습니다.
구매까지도 진지하게 고려 중인 차종이어서 보다 면밀히 관찰하려고 노력을 했었습니다.

시승차는 스포츠 모델이었습니다.
230만원 가격에 프리미엄과 차별화되는 18인치 휠(프리미엄은 17인치), 보다 커진 브레이크 디스크 용량,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 타이어(프리미엄은 굿이어 이글 RS-A), 더 늦게 개입되는 VDC, 패들쉬프트 등이 추가된 모델로 더 구매욕구를 당기기도 하지만, 현재 M35의 경우 등록세+취득세 지원이 되는 상황이라 따지고 보면 가격차이가 크지 않기도 합니다.
신형 G35는 사실 헤드램프를 제외하고는 풀모델 체인지에 걸맞을 만큼 디자인이 확연하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구형도 좋아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차체 크기가 제가 좋아하는 싸이즈, 즉 너무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서 제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실내크기는 후륜구동에, 프론트미드쉽 엔진배치로 인해서 차체 크기에 비해 여유로운 편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국내 준준형차보다는 조금 넓은 크기입니다.
성인 4명이 불편함 없이 탑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차폭보다 실내에서의 느껴지는 차폭은 다소 좁아 보여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수입차답게 왠만한 편의장비는 다 들어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후방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장착되는 등 옵션은 필요수준을 좀 넘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오디오의 음질은 아주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챦아서 수입차 평균 이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로체와 베라크루즈 등 국산차에서 대중화된 슈퍼비젼 계기판과 유사한 계기 디자인은 시인성도 좋고 디자인도 나쁘지 않지만, 가격이 싼 국산차와 너무 유사한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각종 스위치의 배치나 시인성은 크게 흠잡을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워시트의 조작범위가 섬세해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시트포지션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시승소감을 적어 보겠습니다.
시승코스는 도산사거리 SS모터스에서 분당까지 왕복코스로 잡았습니다.
토요일 오후의 교통상황이 최악인지라 생각만큼 달려볼 수는 없었습니다.
정체길에서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서 운전이 피곤하다는 지적들을 여러 시승기에서 읽을 수 있었는데, 솔직히 저는 특별히 그렇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신형 VQ35HR엔진은 예열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고, 예열이 충분히 되기 전에는 회전감각이 여타 다른 차종에 비해서 조금 더 거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천rpm이하의 저속에서의 토크는 3.5리터의 나름 대배기량 엔진임을 감안하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SM7 3.5에 비해서도 조금 열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반해서 중고속 성능은 발군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시승차는 일반유를 주유한 상황이었는데, 대략 3000rpm이상부터는 토크특성이 상승해서 6천rpm을 넘어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엔진소음의 절대치로만 보면, 최신 V6엔진의 평균치를 밑도는소음특성을 보이고, BMW의 실키6엔진에 비하면 음색 및 회전질감도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스포티한 흡배기음은 스포츠세단이란 특성에 비추어 본다면 바람직하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저에게 엔진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트랜스미션 세팅이었습니다.
BMW의 M이나 아우디의 RS같은 확실한 스포티 지향 차종이 아닌 바에는, 스포츠성이 강한 대부분의 메이커 차종은 미션을 컴포트와 스포츠를 양립하는 세팅을 하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그런데 G35는 컴포트에 대한 미련을 확실히 버리고 스포츠 지향을 추구하는 과감한 세팅이 느껴집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은 엔진 스로틀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기 보다는 일반적인 D모드에서도 독일차들의 S모드와 유사한 변속패턴이 느껴집니다.
따라서, 그다지 달릴 상황이 아닌 곳에서도 엔진 회전수는 상당히 높게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성 때문인지 빈번하지는 않지만, 시프트 히스테리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스포츠성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실제 연비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치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변속충격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크지 않은 편이고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입니다.
쉬프트 패들로 변속을 하게 되면 rev매칭도 되고, 스포티한 주행에 걸맞는 주행특성을 보이는 편입니다.
고속에서도 레드죤에 육박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변속을 지연시켜주는 변속패턴은 엔진의 내구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구형보다 40% 증가했다는 차체 강성 덕분인지, 나름대로 하드하게 세팅된 써스펜션에서도 승차감이 특별히 불쾌하지는 않습니다.
컴포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양산차답게 일상생활에 사용하는데 적절한 세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속에서는 잔진동을 잘 느끼기 어렵고, 충격을 흡수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고속에서도 타이어의 접지력이 우수한 편이고, 롤링도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고속주행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지름이 작은 3스포크 스티어링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편이고, BMW 3씨리즈만큼 세련되게 정확하게 작동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고속에서의 무게감이나 반응은 만족스러운 편이었습니다.

크지 않은 차체임에도 공차중량이 1600kg에 달하는 차이지만, 배기량이 큰 차종답게 무게감 없이 어느 영역에서도 시원스런 가속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주로 테스트하는 분당-내곡간 도로에서의 발진가속에서는 BMW 530i보다는 10km/h, 아우디 A6 3.0Q보다는 25km/h정도 동일한 구간에서 더 나옵니다.
실제 가속감은 실속의 차이보다 더 크게 느껴집니다.

짧은 시간 시승을 마치고 트립컴퓨터의 연비를 확인해보니 5.3km/l정도 표시가 되는데, 고속주행이 많았고, 극심한 시내정체구간을 주행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조금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현재로서는 이 가격에 이런 만족을 주는 스포츠세단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상품성이나 성능 모두 우수한 차입니다.
국내에서, 사실 아직 북미에서도 완전히 자리잡지 못 한 인피니티 브랜드가 구매를 망설이게 할 수도 있겠지만, 차 자체만 놓고 본다면 IS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시승 전에 기대를 많이 가지고 시승을 하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G35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었던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G35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에도 있지만, 스포츠 세단이라는 아이콘에 대한 닛산 기술진의 확고한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년부터 2백만원 정도의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