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가 타본 복스터로는 2.7을 시작으로 2001년 250마력 사양 복스터 S가 나왔을 때 캐나다에서 그리고 몇달전 현행 복스터S 이전 모델인 280마력 사양을 타본 적이 있고,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95마력 사양입니다.

제가 못타본 복스터는 초창기 2.5사양과 S중간 사양인 265마력 사양입니다.

시승기를 통해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복스터의 출력은 911의 출력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상승하고, 기본적으로 911과 완전히 다른 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model year에 맞춰서 출력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것은 포르쉐 입장에서는 식운죽 먹기입니다.

250마력 사양 초대 복스터 S는 3.2리터 엔진을 가지고 있음에도 너무 detune된 느낌이 강해서 고회전 영역에서 뻗는 맛이 포르쉐 진가를 조금 희석시키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280마력 사양은 확실한 실력과 포르쉐 특유의 고속 끈기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15마력 상승한 신형은 수동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승이었지만 즐거웠고, 차량 상태도 좋았습니다.

복스터S는 6속을 가지고 있지만 1단 70km/h, 2단 120km/h를 마크할 정도로 1,2,3단이 롱기어 세팅이고 상대적으로 100km/h 6단은 2500rpm을 마크할 정도로 4,5,6단은 가깝게 세팅되어 있어 최고속에 최대한 빨리 접근할 수 있는 의도를 품고 있습니다.

복스터는 차가 가진 밸런스의 장점으로 인해 911보다 훨씬 다루기 쉬우면서 좌우 굽이치는 길에서는 오히려 911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입니다.
엔진이 실내와 더 가깝게 배치되어 있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장점도 있고, 복스터가 정식으로 데뷔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복스터는 이제 완전한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스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컨버터블 형태이지만 바디가 상당히 견고해서 로드스터 특유의 바디 진동이나 비틀림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속으로 달려도 튼튼하게 느껴지는 바디는 불안함을 주지 않습니다.

포르쉐를 수동으로 몰 때 가장 즐거운 부분은 바로 변속입니다.
체인지레버의 감촉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엔진이 3500rpm을 넘어면서 파워를 뿜기 시작해 왠지 7000rpm을 채우지 않고 변속하면 뭔가 개운치 않을 정도로 끝까지 올려붙이게 운전자를 몰아붙입니다.

한계 회전에서 변속을 하고 재빨리 떨어지는 rpm에 보조를 맞춰 잽싸게 변속을 하고 클러치를 붙이고 다시 풀가속을 할 때 바로 이때 정확히 맞아 떨어진 클러치 작업과 액셀링이 함께 할 때 엔진이 만드는 음성은 정말 사람을 흥분시킵니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클러치를 붙이고 가속패달을 밟아나아가면서 끝까지 밟힐 때까지의 과정을 엔진이 소리로 그대로 연출시킵니다.
포르쉐의 수평대향 엔진은 밖에서 들으면 상당히 건조하게 들리지만 실내에서 풀가속시에 들리는 음색은 상당히 맑고 투명합니다.

평상시에 목소리가 좀 허스키한 사람이 노래를 부를 때 고음을 맑은 음색으로 커버하는 가수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포르쉐의 엔진들은 부하가 제대로 걸려 고회전을 때릴 때 진정한 목소리를 냅니다.

이 변속의 맛은 운전의 희열을 북돋고 과거에 비해 터보에 대한 욕구보다는 카레라나 복스터S 의 파워를 지배하면서 운전하는 재미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질 정도로 이 변속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즐거운 시승기회를 마련해주신 양재동 소재 스투트가르트 이종권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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