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동호회에 올린 글인데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여기도 붙입니다.

볼보 S80 시승기


볼보( Volvo).....

라틴어로 ' 나는 구른다.'라는 뜻.
굴러도 안전하다는 뜻인가.
루프와 필러( pilla) 쪽에 적용된 특수강은 튼튼하기로 유명하니 그런 생각이 드나보나.

볼보 첫 출발부터 안전한 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하며 지금은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울만큼 자동차와 관련한 안전 기술에서 업계를 리드하는 메이커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재규어 new XK의 팝업식 본넷은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의 일종인데 재규어와 볼보의 안전 기술 팀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으로는 본넷 라인을 높이지 않고 프런트를 슬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었지만 프리미엄 메이커로서 보행자 보호에 대한 도덕적인 책무가 더 중요하다.
재규어가 늘 말해오듯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본넷라인을 높이지 않고도 보행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까...
그래서 채용한 것이 충돌시 본넷의 후면이 순간적으로 튀어 올라와 보행자의 충격을 줄여주는 팝업식 본넷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첨단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재규어다운 디자인을 지키려는 재규어의 럭셔리를 엿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볼보의 안전 기술이 있는 것이다( 볼보와 재규어는 애스턴 마틴, 랜드로버와 함께 포드 산하의 Premire Automotive Group( PAG)에 속해 있으며 PAG 소속 메이커들은 상호 유기적인 도움을 주고 있음.).
볼보는 실용적이면서도 안전한 차를 만드는 메이커이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팝업식 본넷이 볼보의 차량에도 적용될지는 미지수이다.
간단하게 본넷과 엔진의 간격을 확보하는 디자인으로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폐차시 재활용성이나 환경적인 측면까지도 생각하는 볼보는 철학적인 면에서 능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울만하다.
비록 시장에서의 위치는 다르다고 하더라도 볼보는 안전에 있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세계를 리드하고 있는 메이커인 것이다.
변변치 않은 안전도에 호화로운 편의장비를 탑재해서 고객을 유혹하는 그런 자동차들과는 그 근본이 다른 자동차이다.
최근에는 최첨단 설비를 갖춘 Safety Center까지 완공하여 더욱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과 실차 충돌 테스트를 병행하면서 궁극적이고 최적화된 안전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하며 자동차 사고시 자체 사고분석 팀이 현장에서 사고차량의 상태와 사고 조건을 분석해서 실차 충돌 실험에 반영한다고 한다.
매우 정밀하고 자세한 실제 사고 조사를 통해서 볼보의 차량의 안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심 서행 주행시 앞 차와의 추돌을 자동으로 방지해주는 장치도 개발하였고 곧 실용화될 계획이라는 소식이 있다.

시승한 S80 역시 그 동안의 노하우로 똘똘 뭉친 최첨단 안전 장비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렇게 길게 볼보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이야기는 못 나눠봤지만 친구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사진첩에서 발견한 듯 하다.

그동안 시승해 본 볼보는 XC 90가 유일했고, 당시 초기 모델이었던 그 차는 세계 최초의 전복 방지 시스템과 내외장의 완벽한 구성이 돋보였으나 엔진, 변속기 매칭이 부자연스러웠고 페달을 밟는 느낌이나 자동 변속 레버 조작감에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부드럽지도 않으면서 울렁거리는 승차감은 문제로 지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엔진 변속기의 리매칭( re-matching)이 이루어지고 써스펜션까지 다시 가다듬은 XC90가 나오게 되었다.
발빠른 대처였으며 직접 타보진 못했으나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벽돌 쌓기 놀이를 연상시키는 네모 반듯함에서 날렵하고 세련된 현재의 실루엣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볼보의 세단에 대해 궁금해왔던 차다.

S80은 볼보의 최상위 라인업으로서 상징적인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역동적이면서 적당히 각을 세운 세련된 디자인이 마음을 동하게 한다.
차체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는데 실내는 충분히 넉넉하게 느껴졌다.
첫 인상은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차라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아서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고 여러 버튼들을 조작하면서 가족의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다짐하는 가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운전 자세는 이른바 commanding position이다.
시트가 높아서 도로를 더 멀리 관찰할 수 있어 운전이 쉬우며 뒷 승객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휠은 두툼해서 잡기 편하지만 높이가 약간 높게 느껴졌다.
조절 방식은 수동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충돌시 운전대가 전방으로 이동하여 승객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위해 전동식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계기판은 간결하고 산뜻하다.
가운데에 2개의 분리된 링으로 타코메터와 속도계가 있으며 링의 중앙은 메시지 디스플레이 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둥근 두개의 원 안에서 운전자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양쪽 가장자리는 검은 공간으로 남는데, 여기에 무슨 램프가 점등되면 차량에 어떤 이상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여백의 미를 너무 살린 탓인지 양 옆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블랙 패널에 경사를 주어 가운데 두 개의 링으로 시선을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키리스 고( Keyless go)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서 시동은 start 버튼으로 건다.
코너링 시에 진행할 방향을 보조적으로 비춰주는 코너링 램프도 채용하고 있다.
리모콘에도 차량의 상태를 알려주는 첨단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양방향 통신).

3.2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은 가로배치가 가능하여 세로 배치보다 크럼플 존 설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고하며 4.4리터 V8엔진의 S80은 AWD 시스템과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가변 댐핑 시스템인 4C까지 갖추고 있다.
238마력의 3.2리터와 315마력의 4.4리터 모델을 모두 몰아보았는데 둘 간의 차이는 역시 가속력이었다.
4.4 리터 모델은 3.2리터 모델보다 무게가 160kg 정도 무거운 1742 kg이지만 지면으로 전달하는 파워와 가속감이 매우 뛰어났고 핸들링 또한 날렵했다.
여기엔 245/40 18인치 휠 타이어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킥다운시 거센 숨소리와 함께 힘차게 튀어나가며 200 km/h까지 거침없이 가속된다( 최고 속도는 250km/h에서 제한).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자세를 잘 잡는다.
노면의 자잘한 충격은 효율적으로 잘 걸러주는 듯 하지만 노면의 기복이 일정 이상이 되면 탄탄하게 반응하며 저항하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젼다.
의식적으로 차량의 수평을 잘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볼보에서는 자사의 자동차가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고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이러한 써스펜션 세팅에 부드럽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볼보의 가변 댐핑 시스템인 4C의 설정은 Comfort, Sport, Advanced 세가지가 있다.
Comfort로 설정했을 때와 Advanced로 설정했을 때의 차이는 뚜렷하다.
Advanced 모드에서는 코너링 시 롤링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댐핑이 딱딱해지면서 승차감은 저하되지만 차량의 롤링이 감소되면서 조향 반응이 빨라지고 운전자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잠깐 해본 슬라럼 핸들링에서는 comfort와 advanced 모드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즉, Comfort 모드에 놓더라도 신속한 핸들링에는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 볼보라는 이름 하에 이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핸들링을 보완하기 위한 가변 댐핑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Advanced 모드는 핸들링을 개선하기 보다는 고속 주행시 조향성 향상과 롤을 제한하여 승객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Comfort 모드는 생각만큼 부드럽지 않았다.
4C 말고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스티어링의 무게감까지 3단계로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것을 조절하면서 재미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Comfort 모드는 comfort라고 불리기엔 댐핑이 어중간하다.
댐핑에서 못다한 부분을 안락한 시트 쿠션이 보상해주는 기분이다.

코너링 그립은 상당히 좋고 롤을 많이 허용하는 편이 아니다.
기본적인 성격은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코너링 필은 뉴트럴에 가깝고 접지감이 뛰어나다.( 볼보의 AWD 는 할덱스 시스템으로서 평소 95%의 토크를 앞 바퀴에 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일상 주행시엔 전륜 구동의 특성을 보인다가 슬립이 일어나면 50:50까지 구동력을 배분한다 .)
일부러 그립을 잃도록 가속을 더해도 언더 현상을 최소화하면서 잘 감아 나간다.
아마도 코너링시 안쪽 바퀴보다 바깥 바퀴에 토크가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
볼보의 미끄럼 방지 시스템인 DSTC를 끄고 코너에서 파워를 높이자 그제서야 휠스핀이 일어나는데, 스핀하는 쪽은 안쪽 바퀴가 아니라 바깥쪽 바퀴이다.

이번엔 DSTC를 끄고 일부러 코너를 오버 스피드로 들어갔더니 여지없이 DSTC가 작동하면서 차체를 추스린다.
개입하면서 약간의 소음이 발생되는 것은 있었으나 신뢰감이 느껴지는 동작이다.
예상보다 높은 그립과 핸들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아직 길이 들지 않은 이유일지도 모르겠으나 S80의 브레이크는 그 제동력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강력한 제동을을 걸었을 때 말미에 세심하게 힘 조절 하는 것이 어렵다.
페달의 답력에 저항이 생겨서 80% 이상의 제동을 하려면 초기 답력과 일관되는 느낌이 아니라 힘을 더 많이 써야하고 짐작이 어려워 약간 불편했다.
페이드를 없애기 위해 진공과 유압을 모두 사용해서 브레이크 어시스트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페이드와는 관련 없는 일상적인 브레이킹에서 튠을 다듬는다면 훨씬 좋은 느낌일 것이다.
볼보는 브레이크에도 기능을 하나 넣어 놓았는데, 최대 제동을하지 않더라도 브레이킹을 급격하게 하거나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점멸되어 후방 운전자에게 주의를 준다.
이 기능은 센터 페이시아에서 켜고 끌 수 있다고 한다.

운전하면서 느낀 점은 시트가 매우 안락하다는 것이다.
시트 구션도 적당히 부드러웠고 헤드레스트도 매우 편안했다.

자유로를 주행하면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BLIS 라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장치인데 사이드 미러에서 발견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까지 모니터링 해주므로 안전한 차선 변경을 돕는다.
바로 옆 차선뿐 아니라 그 옆 차선의 차량까지도 모니터하여 오렌지 색 램프로 경고를 해준다.  하지만 차량이 없어도 램프가 들어오는 경우가 간혹 있었고, 이 장치를 맹신한 나머지  사이드 미러 확인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매칭은 무난한 수준이고 꾸밈이 없지만 감성은 프리미엄 급에 미치지는 못한다.
변속기의 조작감이나 페달 감각, 방향 지시등과 각종 스위치류의 조작감은 좋은 편이다.
직관을 바탕으로 한 각종 스위치 류의 배치와 조작성은 운전자로 하여금 기계 조작을 하느라 한 눈 파는 시간을 줄여주므로 안전 운전에 기여하게 된다.

S80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여 핸드폰과 연결할 수 있는데 기특한 점은 운전 중에 착신 신호가 오더라도 운전자가 적극적인 운전 상황에 있다면 착신 신호( 벨)를 잠시 미루는 센스를 보여준다고 한다.
휴대폰 벨 소리로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특한 차가 아닌가.

인간적이고 가족 중심의 차 만들기는 실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뒷 좌석에 베이비 시트 ISO fix 연결부 위치를 알기 쉽게 표시해 두었고, 앞 좌석에서 child door lock을 설정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폭이 넓진 않지만 깊이가 깊고 격벽을 세울 수 있어서 트렁크 입구쪽에 놓아둔 물건들이 안쪽으로 깊숙히 굴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앞유리와 앞쪽 옆유리, 사이드 미러는 발수 코팅이 되어 있고 옆유리에 라미네이트 글래스를 적용하여 충격에 강하고 소음도 줄였다.

센터 페이시아는 단정한 느낌인데 시승을 함께한 영업사원의 설명으로는 스칸디나비아의 원목 의자의 형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센터 페이시아가 판으로 되어 있어서 뒤쪽에는 수납 공간이 있었다.
창문을 여닫는 스위치류는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조작감으로 지금까지 겪어본 차량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디오는 덴마크의 다인 오디오 시스템을 채용하여 높은 수준의 음질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라디오를 청취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듯 또렷한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 자동차를 선택한다면 가족들은 자신들이 배려받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신뢰감을 보낼 것이다.
또 그런 사람이 이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보 S80은 내외장에서 나무랄 데 없는 높은 완성도를 갖고 있었고 핸들링도 뛰어났다.
앞으로 엔진-변속기와 써스펜션을 더 세련되게 다듬는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한 층 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을 마치고 자유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엔 안락한 시트에 몸을 맡기며 동승자와 편안한 대화를 나누었다.

시승에 협조해주신 JK 모터스의 정의훈 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판매자의 입장을 넘어서는 차량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과 시승하게 되어 상당히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S 80의 스펙: http://www.volvocars.co.kr/models/s80/techSpec.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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