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Lamborghini Murcielago LP640

말 그대로 입니다. 황소죠
최신의 슈퍼카였던 458을 타다 갑자기 옆길로 샜습니다

어렸을 적 동경하던 차였습니다
458을 타다 뒷통수 갈김을 생각하다 보니
결국 가야 할 길은 무르시 였습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차 정말 개떡같습니다
시트는 도대체 누굴 위해서 만든건지 잘 모르겠구요
지구가 아닌 제 3세계 사람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면 수긍할 수 있습니다.

핸들의 위치, 앉는 포지션이 너무 이상해서 설마 이 차를 타고 쏘라고? 생각이 들지만 눈 깜짝하면 이미 제로의 영역입니다.

이 시절 람보의 특징인지 얘나, 가야나 똑같이 덥습니다
후진 시야 절대 네버 없고 후방카메라 보나 안 보나 똑같습니다. 전 나름대로 주차 잘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이 차를 타고 논현동 골목에서 개 쪽을 팔았습니다. 창문이 작아 창문열고 고개 빼며 후진하기도 쉽지 않고 문을 올리고 후진하면 파킹에 걸립니다. 총체적 난국이죠. 모두가 쳐다보는 골목에서 쪽팔고 식은땀을 흘리며 나의 원죄를 생각했습니다.

실내는 온통 가죽이긴 한데 하나도 안 고급스럽습니다. 이 시대 이태리 차들의 특징인 것 같네요. 인터페이스, 인체공학? 그게 뭔가요?

그러나.. 람보르기니 넘버원 V12의 귀곡성을 들으며 3단 3800rpm에서 2단으로 쉬프트 다운 할때, 미친 변속느낌,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올라온 에어벤트를 보며 사람은 역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릉터널을 지나 사근램프쯤을 지나가며 5500rpm 내외로 주행할 때.. 내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동화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바깥과는 다른 시공간에 머무르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차감, 주변의 시선? 이 차를 타며 그런 걸 생각할까요?
세워만 두어도 모터쇼이고 창문 열고 시내주행만 해도 모두의 호기심 천국 이었습니다. 신호대기 하고 있으면 주변 모두가 이 차만 쳐다보니까요. 심지어 저도 아침에 시동걸고 넋 놓고 십분 이상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우선 소리에 모두 정신을 놔 버리는 차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시내주행을 할 자신이 없는 변속충격과 승차감, 미쳐버릴 것 같은 주차 감각. 클러치를 제가 교환하였는데 받은 천팔백만원의 견적. 관심은 크게 없었지만 고급유 90리터를 185km에 소화시키는 연비는 저를 당황스럽고 힘들게 했습니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저도 정말 당황했습니다.

이 차를 기점으로 슈퍼카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식긴 했습니다. 그러나 제 카라이프의 정점이었던 것은 분명하긴 합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위탁을 보내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제 다음 차주분인가 다음다음 차주분이 
유명하다면 유명하신 분이었고
그 다음 차주분이 타시다 차에 불이 나셨다는 소식을 후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부활해서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