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자동차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평소에 보기 힘든 차들이 화면을

장식하기도 하고 평범한 차라도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며,

아직 시판이 시작되지도 않은 차가 스크린을 통해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하지요.  

최근 화제가 된 영화 속 자동차를 이야기한다면 시보레 카마로를 빼놓을 수 없을겁니다.







시보레 카마로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탄 것뿐만 아니라 신세대 포니카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요. 포니카의 시초는 1964년 등장한 초대 머스탱입니다.  



머스탱은 승용차를 바탕으로 하며 스포티한 외관과 성능을 보유한 차로 2차대전 이후 포드가 내놓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머스탱의 히트는 당연히 다른 회사들을 자극하게 되었습니다.  



1967년 GM은 머스탱의 경쟁차로 시보레 카마로를 출시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1970년 다지 챌린저와 플리머드 바라쿠다를 내놓아 뒤늦게 포니카 전쟁에 뛰어들었죠.


이때의 포니카 경쟁구도는 21세기에 들어와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현재 시판중인 아메리칸 포니카 3종을 살펴보면 모두 초대 모델의 스타일을 기조에 깔고 있지요.  



2010 포드 머스탱




2010 다지 챌린저




2010 시보레 카마로


시보레 카마로도 초대 모델의 마지막 해인 1969년형 모델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머스탱이나 챌린저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씨가 주도한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상당히 멋진 조형미를 자랑하지요.  클래식한 이미지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외관은 동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상당한 존재감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초대 모델의 이미지와 현대적인 감성의 결합이라는 문제를 멋지게 풀어낸 외관은 2006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발표된 컨셉트카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머스탱이나 챌린저보다

많은 스타일링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승차는 RS 패키지를 장착하고 있는데 20인치 휠과 리어 스포일러, 엔젤아이가 포함된

HID 헤드라이트 등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도 초대 카마로의 분위기를 재해석하여 현대적으로 다듬었다는 점에서 익스테리어와

일맥상통합니다. 이상엽씨에 따르면 익스테리어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인테리어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원가절감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미국차다운 실내처리가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내장재의 질감은 다지 챌린저에 비해 월등하고 머스탱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습니다.

앞좌석 공간은 넉넉하고 뒷좌석도 쿠페로서는 큰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린하우스가 작기 때문에 헤드룸이 좁다는 인상을 받기 쉬우며 시야가 조금 제한되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운전석에서는 실제보다 차가 좀 크게 느껴지며 특히 차폭을 가늠하기가

조금 어렵더군요.








좌석은 편안합니다.  본격적인 스포츠 버켓시트의 구속감은 없으면서도 직물소재의 높은 마찰력

덕분에 코너링에서도 자세를 잘 잡아주더군요.  계기판은 사각을 기조로 하며 고전적인 테마를 잘

살리고 있지만 테두리에비해 계기 자체는 조금 작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햇빛의 각도에 따라 계기 하단부에 반사가 생기는데 이 때문에 수동모드에서

기어포지션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연비 아래쪽, 도어열림

표시 옆부분의 표시내용을 판독할 수 없습니다.  한낮에 주행중이면 이런 경우를 종종 겪게 됩니다.



일체식으로 디자인된 오디오와 공조장치는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합니다.  각 버튼의 조작감도

괜찮습니다만 공조장치 다이얼은 조금 더 조작감이 확실하면 좋겠습니다.

실내의 수납공간은 이런 종류의 차로서는 넉넉합니다.  글로브박스와 센터콘솔의 용량도 적당하고

대시보드 아래에도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죠.  옵션인 콘솔마운트 게이지가

이 자리에 장착됩니다.

실내의 구성이나 앞좌석의 착좌감 등 전반적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만합니다만 스티어링 휠의 림

단면이 다소 어색한 형상이라 처음 잡았을 때 손에 딱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습니다만...

트렁크의 경우 용량 자체가 스포츠 쿠페로 볼때 작은 사이즈는 아닙니다만 문턱이 높고 입구가 작아

큰 짐을 부리기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새 카마로에 탑재되는 엔진은 6.2리터 V8과 3.6리터 V6입니다.시승차를 신청할 때 V8 수동변속기

모델과 V6 자동변속기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V6 자동변속기를 골랐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당연히 V8에 수동변속기라는 조합을 골랐을 테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될 경우

V6 자동변속기로 들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시보레가 카마로 V6의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시승차 선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0-시속 60 마일 가속은 6초로 예전의 V8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포니카,

또는 머슬카라고 하면 DOHC 직분사 V6 엔진보다는 대배기량 푸시로드 V8 엔진으로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맹렬한 휠스핀을 일으키며 가속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만 카마로의 경우 V6도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력성능뿐만 아니라 엔진음도 스포티합니다.  

저회전 영역보다는 고회전 영역에서 조금 더 높은 토크가 나오고 공회전부터 레드라인까지 회전이

매끄럽다는 점에서 V8 엔진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만 숫자를 놓고 보았을 때 V6의 제원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물론 포니카에 6기통 엔진을 적용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미지 리더는 언제나 8기통의 파워였지요. 때문에 GM에서 V6 모델의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함께 이에 부합하는 6기통의 성능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주행사진: 강동진   www.thepassioncar.com


출력과 반응성도 만족스럽고 11.3이라는 높은 압축비에도 일반휘발유를 쓴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가속감도 좋고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들리는 배기음도 스포티합니다.  

6단 변속기는 BMW나 렉서스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세련된 변속감각을 보입니다.  

수동모드에서 반응은 약간의 지체가 있기는 해도 반응지체 시간이 일정하고 다운시프트에서는

회전수 보정까지 해줍니다. 좀 어색하다고나 할까 거슬렸던 점은 수동변속기차에서도 그랬는데

2단과 3단 사이의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 코너가 많은 산길에서는 기어 선택이 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4,5,6단의 간격은 상당히 조밀한데 비해 2단과 3단 사이를 많이 띄워놓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가속페달을 그리 깊게 밟지 않아도 킥다운이 자주 일어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변속시간이 짧고 고단기어들 사이의 간격이 조밀한데다 회전수 보정까지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의 변속충격은 없습니다.   수동모드에서는 허용 최저 회전수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는 운전자가 지정한 기어단수를 유지해줍니다.  

조금 불편한 점이라면 수동모드와 자동모드의 전환은 셀렉트 레버를 통해서만 가능하고 변속은

패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자동 모드에서도 패들을 조작하면 수동모드로 넘어가고

또 시프트 업 쪽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다시 자동모드로 넘어가는 차들에 비하면 조금 손의 동선이

길어지고 그만큼 성가시죠.  그리고 카마로의 경우 패들이라기보다는 버튼인데 조작감이 조금 더

명쾌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상주행에서는 브레이크 성능이나 제동감각도 꽤 좋고 단발 급제동에서는 좋은 성능을 보입니다만

빠르게 몰아붙이면서 가혹적인 반복제동을 할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드 현상을 좀 보입니다.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원하신다면 출력도 높고 브렘보 브레이크까지 갖춘 SS로 가야겠죠.

지름이 약간 큰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들고 중립에서 살짝 불분명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코너링중에 전해지는 피드백이나 조작성은 괜찮습니다. 코너 입구에서 가뿐하게

머리를 집어넣는 느낌이 아니라 무게로 노면을 누르며 그 힘으로 코너를 파고드는 느낌으로 일본이나

유럽산 스포츠카의 경쾌함과는 다른 묵직한 감성을 줍니다.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를 쓰고 있는데요,

사이즈는 앞 245/45-20, 뒤 275/40-20입니다.





앞 서스펜션





뒷 서스펜션


앞 서스펜션은 더블 볼조인트가 적용된 멀티 링크 스트럿(이라고 적혀있지만 기본적으로 젠쿱의

듀얼 맥퍼슨과 비슷), 뒤 서스펜션은 4.5링크입니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은 스포츠카로서는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노면요철을 잘 흡수해주면서도 차체가 붕 떠있는 느낌은 잘 억제하고 있죠.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연속코너의 좌우 변환지점에서 불안하거나 허둥대는 느낌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일상주행이나 가벼운 스포츠 주행에서는 충분한 용량입니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카와 비교한다면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피렐리 P제로 타이어 덕분에 그립한계는 높지만 빠르게 몰아붙이면 어느

선에서부터는 몸놀림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런 점 때문에 심리적인 한계가 차의

한계보다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며 다소 거친 조작도 슬며시 커버해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라이버들에게는 적당한 세팅이라고 생각됩니다.  방음도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적절한 음량의 엔진음이 실내로 스며들고 일상주행에서는 보통 승용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데뷔 이후 판매를 보면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발매 이전에 1만4천대의

선 주문을 받았을 만큼 기대가 높았을뿐더러 시판 이후 4개월째 머스탱을 웃도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차효과만으로 머스탱을 앞서고 있다고 보기에는 좀 긴 시간이죠.

GM 측에서는 포드 머스탱과 다지 챌린저뿐만 아니라 닛산 370Z와 현대 제네시스 쿠페.

BMW 3시리즈까지 카마로의 경쟁차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산 포니카 구매자와

수입 스포츠카 구매자들은 그 취향이 많이 다릅니다만 카마로 V6의 경우 지금까지 아메리칸 포니카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GM에서도 닛산과 현대, BMW의 차종까지 경쟁상대로 집어넣은 거겠죠. (물론 그

비중이 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신세대 스포츠카의 세련된 감성보다는 머슬카 특유의 거친 감성을 좋아하신다면 V8을 선택하는

것이 맞습니다. 발표 당시 이벤트에서 잠시 타본 V8 모델도 예전의 미국차 같은 거친 맛보다는

많이 순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튼 가볍고 서스펜션이 탄탄한 스포츠카를 좋아하신다면 카마로의 느슨한 점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으실겁니다.  하지만 날카로움보다는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카마로의

서스펜션과 실내공간이 주는 장점도 크게 어필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2만 3천달러선에서

시작하는 베이스가격도 매력적이죠.  V6에 RS 패키지와 자동변속기, 선루프 등을 추가한 시승차의

경우도 3만 달러 아래입니다. 세련된 느낌보다 아메리칸 포니카의 다소 거친 감성과 강한 출력을

원하신다면 3만달러 선에서 시작되는 V8 고르셔야 합니다.  세련되고 부드러운 V6와 강한 파워의

V8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마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외관 스타일이죠.  

고전적인 테마가 미래적으로 다듬어진 멋있는 외관, 날카롭고 경쾌하지는 않아도 부드러움과

스포티함을 겸비한 성능, 게다가 쿠페로서는 넉넉한 공간과 저렴한 가격까지 가진 카마로는

스포츠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차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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