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VW 페이튼을 저두 시승해 봤습니다.
추석 연휴 때, 페이튼 출시 때부터 필이 꽂히신 아버지의 성화로 시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운재님이 안내하신 강미진씨 홈페이지에 시승예약을 했으나, 연휴인 관계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후에 강미진씨의 도움으로 골프를 시승하게 되면서 만나긴 했습니다.)
그래서 추석날 대치영업소에 직접 연락을 하니 예상외로 시승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두모델 모두 비교 시승하라고 하면서요.
 
 우선, 처음 시승한 차는 3.2 FSI였습니다.
시승차에 타기 전에 도어트림을 보는 순간, 좀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검은 색 차의 내장은 밝은 베이지색인데, 도어트림에는 정말 온갖 구두 발자국들이 있었습니다.
새차상태 등을 미루어보면 지워지지 않는 것일 것 같은데, 특히나 폭이 1.9m가 넘는 페이튼을 타기 위해서는 문을 조금밖에 열지 못하고 낑겨 타야 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그 때마다 저 구두자국은 어떻게 닦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에 앉아 보니 차 자체는 상당히 높지만, 시트 포지션은 생각외로 낮았습니다.
조정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좀 특이한 자세였던 것 같습니다.
데쉬보드 위에는 전방주차센서 외에 들어오는 불빛의 칸 수로 전방과의 거리를 표시하는 기능이 있는데, 후드에 앰블럼도 없고, 후드 자체도 긴 페이튼에는 필요한 장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태껏 전방에는 센서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일본차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산차의 인터페이스에 워낙 익숙한지라, 페이튼의 각 조작버튼은 언뜻 직관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수많은 버튼들의 용도는 메뉴얼을 들여다 보지 않고는 그냥 깨닫기는 쉽지 않을 듯 싶었습니다.
싸이드미러 조정을 할 때에도 영업사원의 안내 전에는 한참 헤맸을 정도니깐요.
공조장치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동식으로 에어벤트가 닫히고, 썬루프 커버, 뒷좌석 블라인드까지 전동식으로 작동되는 등 고급차다운 편의장비가 많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페이튼처럼 5미터가 넘는 큰 차엔 정말 관심이 없고, 화려한 편의장치도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2톤의 무게에 3.2리터 엔진은 버거울 것이라는 제 선입견과는 달리 페이튼의 주행성능은 그런대로 괜챦았습니다.
시내에서는 확실히 묵직하게 나가는데,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유로운 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필요충분한 힘은 갖추었다고 생각됩니다.
엔진음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BMW의 실키6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묵직하게 깔리는 저음은 듣기 좋았습니다.
고급차지만 에쿠스나 렉서스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엔진음은 제법 소음이 있는 편입니다.
시내주행에서는 무게감 있는 승차감을 보였습니다.
에쿠스류의 부드러운 느낌은 적지만, 페이튼의 시내주행 시의 승차감은 든든하면서도 불쾌하지 않게 요철을 무력화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에어써스펜션 덕인지 부드럽게 출렁이지 않으면서도 노면정보를 뭉게고 다니는 느낌이 낯설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노면을 읽는 느낌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분당으로 가는 고속화도로로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도 동승하셨고 해서 과격하게는 운전하진 않았지만, 시속 160km까지 속도도 올려보고, 차선도 이리저리 변경해 보았습니다.
긴 차체 덕분에 싸이드 미러에는 분명 사각이 존재합니다.
고속에서의 주행감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묵직하게 달리는 페이튼은 뛰어난 강성 탓이진, 4모션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흔들림 없는 고속주행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여태껏 몰아본 어떤 차보다도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은 뛰어났습니다.
고속 코너링에서도 페이튼은 절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도감이 안 느껴지기에 운전하는 쾌감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페이튼의 에어써스펜션은 대개의 ECS에 실망한 저에게는 상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주행 안정성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TDi로 바꿔 타고 똑같은 코스를 주행하였습니다.
제가 디젤 차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소음보다는 진동 때문입니다.
페이튼 디젤은 어느 쉬프트에 기어를 놓고 있던지 간에 진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내주행에서는 저속으로 다닐 때는 분명 디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략 시속 50km이하, 3단 1800rpm 이하 영역에서는 디젤의 느낌이 분명히 납니다.
그 이상 영역에서는 디젤임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최원석 기자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디젤엔진'이라는 호평은 사실 제겐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분명 페이튼 디젤의 소음은 가솔린에 비하여 눈에 띄게 큽니다.
디젤치곤 조용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고급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절대치로서 디젤의 소음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가솔린 모델보다는 한결 경쾌하게 차를 이끌어 주기는 했지만, 45kg.m가 넘는 강한 토크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서는 좀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생각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더군요.
가용rpm이 좁은 디젤답게 휙 잘 나가지만, 이내 변속되면서 가속감은 좀 줄곤 했습니다.
 
고속화도로에서 달려보니 확실히 가솔린보다는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속 160km정도까지 달려봤는데, 대략 가속력은 거의 전영역에서 가솔린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솔린보다 엔진무게가 무거운 점이 운동성능에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궁금했지만, 실제로 이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가솔린이나 디젤이나 6단AT는 무리 없이 변속이 되었지만, 쉬프트 노브의 형상은 꼭 등산용 지팡이 같았고, 왠지 수동기능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느껴지더군요..^^
연비는 확실히 좋은 것 같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연비에는 좋지 않은 급출발/급제동을 반복하였음에도 트립미터에는 100km당 11리터 안팎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더군요.
 
 페이튼을 시승하고 나선 든 생각은...
예상대로 대중차의 제왕인 폭스바겐은 고급차도 잘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승하기 이전에는 크고 무거운 차라는 편견도 있었는데, 생각 외로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듬직한 고속주행성능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커먼레일에 뒤지지 않는 펌프 인젝션 방식을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이 왜 페이튼에는 커먼레일을 썼을까요?
펌프 인젝션 방식으로는 유로4 배기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문득 이러한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페이튼 TDi의 가격은 다분히 전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아레그에는 3.2와 3.0TDi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인데, 동일 옵션을 채용하고도 페이튼에서는 500만원 정도 낮은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엔진 제작비만으로 보면 TDi가 3.2 가솔린 보다는 더 비쌀 것 같은데..
고급 대형차에 디젤엔진을 얹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페이튼 가격표를 보니 여타 독일 3사의 차종들이 너무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