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모습의 경우, 국내 정식 수입된 리미티드 버전과는 범퍼의 형상과 차폭등의 색깔이 다릅니다.


배경이 아주 멋지게 나온 사진입니다.


본넷 위의 주름이 좀더 강인한 인상을 줍니다.


SRT-6라는 이 마크가 달린 크로스파이어를 구입하기 위해 고생 많이 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는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매력적입니다. 특히 SRT-6의 경우 커다란 스포일러가 더해져서 좀더 날렵해보입니다.


몇일전에 가입하고 글만 읽다가 저도 글을 올립니다. 소문을 듣고 가입해보니 읽을거리도 많고 좋습니다. 회원님 중에 성함이 낮익은 분도 몇 분 계시네요.

제가 시승기를 올리는 차는 크로스파이어 SRT-6입니다. 국내에 정식수입된 적도 없고 2005년 한 해만 생산되고 단종된 차종입니다. 국내에서는 제 차가 최초수입된 차량이고 현재 컨버터블이 1대 더 들어 왔다고 합니다. 쿠페로 보자면 아직도 국내에서는 유일한 차입니다.
그레이를 거치지 않고 제가 개인적으로 차량을 수입해 들여오느라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생했지만 이제 소음인증만 통과하면 정식등록을 위한 모든 과정을 마칩니다. 인증도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크로스파이어는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이 벤츠의 구형 SLK320과 동일한 차체를 쓰는 차입니다. 타이어가 좀더 크고 그에 맞게 서스펜션이 조절된 정도를 제외하면 공유하는 부품이 매우 많습니다. 약간은 부드러운 SLK보다 좀더 하드한 세팅이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타기에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SLK의 약점이었던 언더스티어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합니다만 제가 두 차종을 오래 타본것이 아니라서 차이는 잘 모릅니다.

실내의 경우 구형 SLK와 거의 동일하고 기본형 크로스파이어와도 동일하므로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세무로 된 버킷형 시트의 질감과 착좌감이 좀더 우수하다는 정도... 그 외엔 심지어 자동에어컨이나 자동접이식 미러같은 흔한 옵션조차 없어서 4만5천달러가 넘는 차라고 하기에 옵션은 매우 초라합니다. 그러나 스포츠카는 달리기 위한 차이지 고급옵션으로 호사를 누리는 차는 아니기에 저는 그리 개의치 않습니다.

SRT-6는 SLK32AMG와 같은 차체, 엔진, 미션을 씁니다. 또한 구형SLK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하드한 기본형 크로스파이어보다도 더 하드한 세팅으로 트랙데이 등을 고려하여 좀더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염두에 둔 세팅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평소 이차로 출퇴근을 하면서 느끼기에 그리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정확한 정보전달로 인해 엉덩이가 살짝 긴장되는 느낌은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특별히 하드한 서스팬션을 가진 차량을 타본적이 없고 제 와이프 또한 그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 차의 승차감에 특별한 불만은 없으니 하드하다고는 해도 승차감이 매우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 와이프는 산길을 와인딩할 때 집에서 타는 다른 국산중형차로는 멀미를 하는데 SRT-6를 타면 편안해 하니 승차감이라는 것이 물침대같은 국산 중형차들의 서스펜션 세팅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벤츠의 32AMG 엔진은 수퍼차저를 장착한 3200씨씨 3밸브 SOHC엔진으로 350마력이 넘는 출력과 45킬로그램에 가까운 토크를 냅니다. 그러나 이 엔진도 개발된지 10년이 넘었기에 아마도 환경인증 문제 때문인지 SRT-6에 올릴 때는 디튠되어 330마력(미국기준,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약 335마력), 42킬로그램의 토크를 냅니다. 디튠되었다고는 해도 저회전에서부터 중고속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느껴지는 토크감은 상당하여 제가 타본 다른 차들, 예를 들어 구형 G35쿱은 물론이고 신형 폴쉐 997S에 비해서도 토크감이 더 좋습니다. 물론 저회전형 엔진이라 고회전의 짜릿하고 경쾌한 맛이 없는 것은 약간 아쉽습니다.

SRT-6는 더 고출력엔진을 올린만큼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도 강화되어 외관에서 보여지는 우뚝솟은 스포일러 못지 않게 내적인 강화도 많이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휠을 꽉 채운 브레이크 디스크가 든든해 보입니다. 답력은 초/중/후기에 골고루 배분되어 초기에 확 꽂힌다든지 하는 느낌은 없고 적당한 느낌입니다.

오토미션의 세팅도 벤츠미션답게 초기 응답이 살짝 굼뜬듯 느껴지지만,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방심하고 있던 동승자의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힘차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등을 떠미는듯한 가속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살살 다루면 마치 국산 중형차처럼 얌전하게 몰수도 있는 것이 이 미션의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초기 가속부터 조금은 경박하게 반응하는 다른 메이커의 세팅과는 확실히 다르고, 이점은 개인적인 선호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은 커브가 나타나도 특별히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속도를 유지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와이프가 타는 국산 중형차로 120-130으로 달리는 길을 비슷한 느낌으로 달릴때 160내외의 속도를 냅니다. 이 차를 사기전에 타던 터뷸런스로는 130-140정도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달렸습니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할실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경우 특별히 고속주행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터뷸런스로 160을 넘기면 긴장이 되어 도로에 차가 많지 않더라도 10분이상 속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엄청난 차이입니다.
물론 이 것은 차 자체의 차이도 있고 타이어의 차이도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산중형차는 현재 동남아산 브리지스톤 타이어, 전에 타던 터뷸런스는 한국타이어 K104, 지금의 SRT-6는 미쉐린 파일럿스포츠 PS2를 끼우고 있습니다.

고속에서의 차선변경의 경우 국산중형차나 터뷸런스는 물론이고 이전에 시승해본 경험이 있는 G35쿱도 150킬로 이상의 속도에서 약간 급하게 차선변경을 하면 차가 좌우로 울렁거리는 기분나쁜 느낌이 있었는데 SRT-6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서스펜션도 약간 하드할 뿐더러 타이어도 전 225/40-18, 후 255/35-19의 상당한 광폭타이어를 쓰고 있기 때문일텐데 그로인해 고속에서의 코너링시 차가 바닥을 움켜잡고 도는 느낌이 상당히 좋습니다.

대신 노면이 좋지 못한 곳에서의 약간씩 튀는 느낌이나 노면을 타는 느낌은 어쩔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면 상태가 나쁘지 않은 도로를 달릴 때면 후륜이 도로위를 구르는 느낌이 전해져오는 리듬감이 좋습니다. 그 리듬을 타면서 한번씩 가속페달을 살짝살짝 밟아주다 보면 SRT-6의 매력에 매료됩니다. 또 가끔 동승자를 태우고 천천히 달리다가 갑자기 급가속하면서 동승자를 놀래키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얼마전 폴쉐 로드쇼에서 경험해본 997 카레라 4S의 경우 SRT-6보다 승차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노면을 움켜쥔 느낌은 비슷하거나 더 우수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뒤떨어지지만, 4륜 구동에 가격이 거의 2배에 이르는 차와 핸들링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것 같습니다. 게다가 폴쉐는 그날 크게 속도를 내보지 못해서 사실, 확실한 비교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쾌한 느낌은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되고 같이 참가했던 제 와이프도 폴쉐를 타고 오니 제 차가 좀 둔탁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SRT-6가 폴쉐 997 카레라 4S에 비하여 같은 오토기준으로 가속력이 비슷하거나 더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운전하는 느낌은 폴쉐가 더 경쾌하다면 그 것은 스포츠 드라이빙에 대한 철학을 더 오랜 세월 쌓아온 폴쉐만의 기술력이 아닌가합니다.

그러나 SRT-6도 부담스럽지 않은 승차감을 유지하면서 M3, 335ci, S4, CL 65 AMG, 임프레자 STi, 콜벳 C5, G35쿱 등에 비해 더 우수한 서킷 랩타임(독일 Sport Auto 자동차 잡지사 자체 테스트 기록)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습니다. 물론 언급된 차종 중 G35쿱을 제외하면 제가 직접 타본적이 없어서 핸들링 감각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를 해드릴수 없음은 안타깝습니다.

다른 차와 같이 달려본 경험으로는 신형 Z4 3.0si, 335ci, 구형 폴쉐 카이엔 터보, 벤츠 CL550 등과 드래그 비슷하게 단거리를 달려본 결과 모두 SRT-6가 확실히 빨랐습니다. 차를 구입한 후 마음먹고 같이 달려서 진 유일한 차는 590마력으로 튠된 996터보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 1킬로 이내의 단거리 달리기라 고속주행 능력이 이렇다 저렇다 비교할만한 것은 아니고 제가 실력이 모자라 특별히 고속배틀 같은 것을 제대로 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다만 해외에서 SRT-6를 소유하셨던 분의 말씀에 의하면 고속주행시 M3, 폴쉐 911 카레라 S, SLK350, 박스터S  등등의 차량에게 한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 하시니 그분의 운전실력도 대단하고 SRT-6의 주행실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국내에서 1억 이하로 구입 가능한 차종들 중 SRT-6를 서킷에서든 고속도로에서든 쉽게 제압할 만한 차종은 극히 드물고 운전하는 재미 또한 그에 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가 들어온지 이제 3개월이 조금 넘었는데 그 동안 벌써 5천 마일 가까운 거리를 탔습니다. 평소 제가 1년에 1만 5천킬로 정도 운행하는 것에 비하면 타는 재미가 좋아서 너무 많이 탔나 봅니다. 앞으로는 적당히 마일리지 관리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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