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야밤에 홍승범님의 애마를 시승했습니다.
E39 M5는 그동안 10번도 넘게 시승했었고, 제가 탔던 차는 99년부터 2003년까지 년식별로 안타본 M5가 없을 정도입니다.
 
M5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싶은 차이고, 퍼포먼스 세단의 평범함 뒤에 숨은 파워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수동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V8 5리터 엔진을 가진 E39 M5는 구형 E34나 M3에 얹혔던 직렬엔진에 비해서는 직관성이나 감성은 좀 떨어진다는 평도 받습니다.
 
펀치가 너무 강해져서 머슬카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쥐어짜면서 회전수를 올려서 타는 맛 대신 아무 회전수나 그냥 가속패달을 밟으면 튀어나가는 특징에 빗대어 스파르탄한 맛이 줄었다고 평하는 매니어들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400마력짜리 수퍼 세단을 수동으로 탈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홍승범님의 애마는 44000km가 채 안되었을 정도로 주행거리가 짧고 좋은 노면에서 관리를 잘 받은 차였습니다.
 
제가 타본 M5 중에서 상태가 가장 좋은 축에 속할 정도로 모든 기능과 성능 클러치 및 변속기의 상태 엔진의 회전질감 하체의 타이트함 등이 새차나 다름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M5의 토크가 워낙 강하고 변속을 실수하거나 클러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클러치를 태우거나 상태가 안좋은 차들을 자주 접하는데, 시승했던 차는 모든면에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E39 M5에 장착된 수동변속기는 다른 5시리즈 수동변속기에 비해서 뻑뻑한 편입니다.
기어가 들어가는 것도 무겁게 들어가지만 빠질 때도 힘을 주어서 빼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치합이 견고하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짧은 직선에서 200km/h를 가뿐하게 찍고 약간 열받은 머플러의 저음이 살면서 들리는 V8특유의 비트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서스펜션은 그리 스포티하게 하드하진 않지만 순정 서스도 그리 만만할만큼 허당은 아니기 때문에 어설프게 세팅한 애프터마켓용보단 밸런스가 좋습니다.
 
예전에 서킷에서 여러대를 타보면서 느낀 점도 순정도 절대 허접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만에 적당히 차들이 달리는 고속화도로를 엔진힘의 60%만 사용해서 달려도 충분히 빠르고 경쾌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조만간  E34 M5와 E39 M5를 비교하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