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 수동 변속기 차량에 대한 시승을, 딜러쉽에 요청했었습니다. 전화 상으로는 해당 차종이 있다고 하더니, 막상 도착해보니 수동 차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V8 자동 모델의 시승에 그쳐야 했습니다.


2마일도 뛰지 않은, 그야 말로 새 차 이더군요.


대략 10분 정도의 시승으로 차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우선 그 짧은 시간동안 느낀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10분 후, 추가적으로 조금 더 오래 시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리 들지는 않더군요.


들은 대로, 실내는 무척 좁습니다. 차 크기에 비해서는, 실내가 비좁습니다. 만약 이 차로 장거리를 뛴다면, 십중 팔구 쉬 지치고 답답해질 것 같았습니다. 의자를 뒤로 상당히 젖히지 않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기 때문에, 반드시 의자를 뒤로 푹 젖혀서 타야 합니다. 푹 젖혀서 타도, 실내가 좁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밀폐된 공간에 갖힌 느낌이 들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더군요. 장거리를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배기량에 낮은 RPM, 미제차 등등이 장거리에 적합한 차종의 특성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이, 무척 답답합니다. A pillar는 두꺼워서 사각 지대를 많이 만들더군요. 차 문을 통해 난 창으로 바깥 풍경을 보기에도, 창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시야가 좁아집니다. 앞 유리창을 통한 시야도 답답합니다. 앞 후드가 높아서, 전방 시야도 답답합니다. 차를 뒤를 뺄때에, 후방 사각 지대는 더 커져서, 쇼핑 센터의 주차장 등에서는 조심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주동적으로 뒤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들이 배려를 해줘야만, 사고가 안 날 것 같았습니다. 그 만큼, 후방 시야는 좋지 않습니다. 


실내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터라, 그 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크게 실망할 여지는 적었습니다. 계기판, 센터 콘솔 등에 관해서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큰 실망을 하지 않았습니다. 들었던 것 보다는 덜 엉성했습니다. 차체 강성, 하체, 구동계에 신경을 많이 쓰느라, 실내에는 힘을 덜 썼으려니..하고 넘어갔습니다. 다만, 실외 스타일을 위해서, 실내 공간의 편의성과 쾌적성을 많이 양보한 것처럼 느꼈습니다. 디자인이 예쁜만큼, 실내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과 불편함은 더 커지겠더군요.


다음으로 가장 궁금했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성능, 배기 소리, 엔진 진동 등입니다. 


차를 몰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딜러쉽을 나서며 바로 딜러에게 물었습니다. 시승하고 있는 것이 6기통 모델인지를요. 8기통 모델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엔진힘이 약한 것인지, 차체가 워낙 무거운 탓인지, 가속감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의외라 속으로 무척 놀랐습니다. 다만, 어느 속도 영역에서도 1500  RPM을 넘기지 않기는 했습니다. 시내 도로에서 슬슬 움직이면서, 내내 차가 무겁고 답답하게 움직인다는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고속 도로를 타기 위한 ramp에 집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스 페달을 깊이 밟아 보았습니다. 아래로 경사가 진 도로를 킥 다운해서 내려 갔습니다. 아래로 경사가 졌는데도, 가속감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사실 많이 답답했습니다. 언제 힘이 실리나..하고 몇 초 기다리는 사이 더디게 가속이 되더군요. 6.2L V8엔진에 대한 경험이 이전에 없었고, 또 기대감이 컸었던 탓인지, 이 차의 동력 성능에 의외로 많이 놀랐습니다. 엔진힘은 큰 편인데, 차체가 무거워서 동력 성능을 방해하는 것인지... 이 가속감이 상대적인 것이고, 평소에 어떤 차들을 타보며, 어떤 가속감에 익숙해졌느냐에 따라, 가속감의 기준이 다르기는 하겠습니다. 평소 제 차(Acura TSX 2.4L 6sp M/T)로 위로 경사가 진 ramp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느끼는 가속감보다 훨씬 못 하더군요. 물론 Vtec존에 머물면서 최대 마력을 쥐어짜긴 하지만요. 제 차의 가속감에 늘 만족을 못 하고 있었는데, 제 차보다는 가속감을 조금은 더 느낄 수 있는 차를 원했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차량들의 동력 성능을 비교해볼 때, 절대 가속 성능에서 우위에 머물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V8 카마로가요. 대신, 자동 변속기 차종인지라, 80마일까지는 2000 RPM을 넘지 않기는 했습니다. 수동으로 쥐어짜면서 몰면,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6.2L V8이 쥐어 짜면서 운전해줘야 하는 엔진은 아니지..싶습니다. 평소 저 배기량 차를 몰면서, 출력을 얻기 위해 고회전으로 쥐어 짜는 그 일련의 과정이 이제는 귀찮고 지치더군요. 그래서 슬쩍 개스 패달을 밟아도 튀어 나가고, 80마일 항속을 해도 RPM이 2000이하에 머물면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비교적 덜한 차를 원했습니다. 저 RPM에서 두툼한 토크가 실려서, 별 노력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차에 기대감이 너무 컸나 봅니다.


배기음을 듣기 위해서, N 모드에 놓고 개스 패달을 깊숙히 밟아 보았습니다. 의외로 조용하더군요. 실내에 유입되는 기분 좋은 소음을 원했습니다만. 아무리 밟아도 4000 RPM 이상은 잘 안 올라가기에, 4000 RPM 이상에서의 배기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했던 저음의 매력적인 배기음은 아니더군요.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아주 조용합니다. 조금은 덜 정제가 되어 있어도 되는데, 지나치게 배기음이 억제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차 특성을 고려하면, 배기음이 조금 더 거칠고 시끄러워도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차를 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만.. 실외에서 RPM을 높여서, 배기음을 관찰하기도 했습니다만, 좀 싱거웠습니다.


또, 개스 패달을 밟으면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엔진 진동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했습니다. 생각보다 조용한 차였습니다. RPM이 높아 지면서, 기분 좋게 차체가 떨리는 그런 기분은 느낄 수가 없더군요. 지나치게 엔진 진동이 억제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핸들링은, 비교적 많이 향상되었더군요. 탄탄하고 세밀하게 바퀴를 돌릴 수 있었고, 그에 맞게 반응해줬습니다.


이 정도 크고 무거운 차에는, 반드시 고성능의 브레이크가 장착되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성능 브레이크가 기본으로 장착은 되어야 서고 싶을 때, 밀리지 않고 서지 싶었습니다.


서스펜션은 비교적 탄탄하고, 무르게 꿀렁거리지는 않더군요.


많이 무거운 차였습니다. 왜 이렇게 무거워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무겁고 둔중한 승차감을 줍니다. 경량화를 꾀해서 비싼 재료들을 쓰면, 전혀 다른 가격대와 카테고리에 속하는 차로 변하겠지요...


어쩌면 길들이기가 되지 않은 시승차의 특성일 수도 있고, 대배기량 미국차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문외한의 좁은 시각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주고 들려 줬던 차량의 특성은, 마케팅을 위해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빨리 박진감있게 달려 주지도 않았고, 그렇게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소리를 내뿜지도 않았습니다.


권규혁님께서, 머슬 스포츠카가 아닌, 머슬 이미지를 잘 살린 포니카라고 표현하셨는데(사실, 이게 정확한 제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시승 후 그 말에 100% 공감했습니다. 스포츠카의 영역에는 들기는 힘든 차종으로 보이고, 머슬 스타일을 잘 살린, 스타일로 타는 차종으로 느껴졌습니다. 기존의 머슬카에 대한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또 그 그리움을 등에 입어, 머슬 스타일로 멋지고 여유롭게 타는 차가 아닌가 합니다. 3만불 중반대에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실내에 대한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고, 동력 성능을 기대했던 것을 생각하면요. 6.2L에서 나오는 그 힘과 토크는 다 어디로 가는건지 궁금합니다.


콜벳과 같은 엔진을 쓴다고 하던데, 콜벳은 차량 경량화를 어느 정도 꾀했으니, 카마로보다는 나은 가속감을 느껴줄지 모르겠습니다.


심각하게 카마로 구매를 염두에 두고 행한 시승이었습니다. 수치 및 객관적인 시각으로 시승기를 쓸 만큼의 지식이 없어, 제 주관에 많이 치우친 시승기임 인정합니다. 카마로를 이미 구입하신 분께는 양해의 말씀을 미리 구하고, 혹 구매 예정인 분께서는, 시승을 해보시고, 또 차를 잘 아시는 분들의 조언을 구하시고, 구매를 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G8 GXP나 GTO의 가속감이 어느 정도되는지 조만간 경험해보고, 머슬카의 특성을 더 이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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