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PWRS행사때 타본 997과 케이맨S의 시승느낌을 소개합니다.


997의 내부는 996보다도 시각적으로 상당히 고급스러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993까지 지속적으로 고집하던 긴장감이 실내분위기에서 느껴지지 않고 포근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911에서도 컵홀더는 그리 낯선 편의장비가 아닙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컴홀더가 참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고속으로 달리는 차는 컵홀더의 설계도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997은 996에서 진화하면서 휠베이스를 늘리지 않았습니다. 996과 휠베이스를 같게 했다는 것은 더이상 부피를 키움으로서 발생하는 불리한 요소를 배제하겠다는 포르쉐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이맨S의 실내공간도 997과 거의 비슷합니다.


포르쉐의 시트는 육안으로보면 좀 별로입니다. 사이드 서포트도 그리 강해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차를 타고 있으면 시트에서 몸이 그리 심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무게중심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고성능 세단보다 몸의 쏠림 자체가 상당히 작습니다.


케이맨S는 세라믹 브레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차가울 때는 일반 브레이크보다 제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세라믹 브레이크가 항상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미리 언급하지만 서킷에서 몇랩을 달려본 것으로 차를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때문에 997과 케이맨S 모두 만족할만한 충분한 경험이 제게 없음을 미리 말씀드리며, 짧은 시간동안에 파악한 한정된 내용만을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일단 997에 대한 평가는 기대했던 것보다 뜨거웠다는 것으로 함축시켜 표현할 수 있습니다.
911은 84년식부터 최신까지 많은 시승이 있었기 때문에 진화해온 과정을 몸으로 경험해본 바 서킷에서 느껴지는 997은 Back to the rule 이라는 컨셉에 충실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차가 신형으로 갈수록 지루해지고 안정적이기만한 재미없는 전자장비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구형보다 더 화끈한 신형으로서 본사의 커뮤니케이션 방향과 실제 제품이 잘 매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신형 카레라S의 355마력 엔진이 일반 카레라의 325마력과 구별시켜놓았다는 점으로 인해 구지 911의 엔트리 모델인 카레라와 그보다 약간 상위버젼 두가지 제품구성을 갖추는 변화를 주었습니다.

엔진은 출력을 떠나서 구형의 캐릭터를 그대로 표방하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무조건 조용하고 부드러워진 엔진은 911에게는 독약과도 같은 위험한 선택임을 잘 알기에 항상 포르쉐가 신형 엔진을 개발할 때 고유의 음색을 유지시키기 위한 무한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워가 강하다 적다는 별다르게 언급할 내용이 없습니다.
공냉 280마력 엔진이나 현재의 355마력 엔진이나 너무도 훌륭한 엔진이기 때문에 수치적 출력의 숫자로 호들갑을 떨 정도로 뭐가 더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핸들링은 993에서 996으로 오면서 좀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직진안정성이 좋아졌고,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좀 고급스러워졌다고 해야할 정도로 세련되어졌습니다.
운전이 확실히 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PSM을 끄고 맘놓고 다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운전실력이 여전히 요구됩니다.

997은 996이 가진 안정성을 기반으로 좀 더 칼을 정교하게 갈아 좀 더 날카롭다는 인상이 듭니다.
때문에 996의 신형버젼인데도 운전이 더 쉽다거나 마일드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오히려 996의 튜닝버젼처럼 차의 움직임이 좀 더 운동신경이 좋아진 느낌을 전해줍니다.

왠만큼 대담한 운전자라도 자신이 빠르게 코너를 달리고 있다고 착각할 때 스티어링을 좀 더 감으면 아직도 이렇게 여유가 많았네하면서 놀라게 됩니다.
때문에 차를 부드럽게 다룰 수 있다면 일반 독일 스포츠 세단에 익숙한 운전감각에 두단계 상위의 레벨의 조정능력이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불합리한 리어 엔진의 배치가 이제는 숙성의 단계를 넘어서 그 엔진의 위치로 인해 오히려 머리가 안쪽으로 향해야할 때 무거운 질량의 엔진이 실린 후륜의 움직임을 내가 활용하고 있음에 감탄하게 됩니다.

자동변속기 사양의 경우 태백에서 코너를 탈출할 때 파워가 만만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후륜이 정상적인 컨트롤로 그립을 유지하기만 하면 그리 위험한 동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팁트로닉은 워낙 느리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기 힘듭니다.
때문에 감속과 조향을 동시에 하면서 다운시프트를 할 때는 차의 밸런스를 많이 깨기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997은 복스터나 케이맨을 경험한 이후에도 여전히 큰 형님으로서의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불리한 조건이지만 여전히 컨트롤의 극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팅과 노하우가 한껏 담겨있습니다.

이에 비해 케이맨S는 조정하기가 911보다 훨씬 수월하고 911이 무거운 질량의 후륜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고려해야하는 차라면 케이맨은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때문에 좀 가볍게도 느껴지지만 미끄러질 때의 움직임은 포르쉐답게 정직하고 묵직하게 미끄러집니다.

좌우로 연속으로 돌아나가는 턴은 그야말로 그냥 꺽는대로 따라갑니다.
차가 스티어링의 조향을 따라가는 속도가 믿기 힘들정도로 빠르고 정확합니다.
빠르고 예민하고 정확한 차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서킷이나 코너에서 안전한 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케이맨은 정말 안전한 스포츠카이며, 사람들을 미치게하는 핸들링 반응을 최상의 위치에서 유지한체 안전하기 때문에 포르쉐의 이름이 더욱 더 빛나는 것입니다.
복스터가 데뷔시키고 10년을 참았다가 출시시킨 복스터의 쿠페버젼을 보면서 참 많이 참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이야기는 10년전에 케이맨이 복스터와 함께 등장했다했더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케이맨이 911로 가는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포르쉐에서 그만큼 케이맨의 존재가치는 필요충분 이상입니다.

295마력의 본격 스포츠카가 흡수할 수 있는 넓은 고객층으로 인해 포르쉐는 계속해서 상종가를 칠 것이 분명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잠시 몸석 한구석에서 활동을 안하던 포르쉐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는 시승이었습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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