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000을 몰기 시작한지는 한달..
그리고 제대로 출근부터 퇴근까지 풀타임으로 타기 시작한지는 4일쯤 지나서,
(그 전에는 출퇴근은 QM5로, S2000은 잠깐씩 드라이브만 매일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제야 차에 대해 좀 뭔가 알듯 해서 적어봅니다.

그래도 정식 시승기는 아니라서..

그냥 간단히 느낀 임프레션만 몇개 적어봅니다.

 

1. 엄청난 소리에 비해선 느리다.

S2000의 출력이 딸린다거나 절대적으로 느리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솔직히 충분히 잘 나가고 200마력 초반대의 투스카니 터보 혹은 하이캠엘리사 정도는 나갑니다.

다만, 이 차가 내뱉는 사운드.. 박력 넘치는 사운드는 흡사 예전 제 아수라를 능가할 정도의..

소리만 들어보면 400마력은 너끈히 넘어설듯한 소리를 내뱉어대는데 비하면 느립니다.

(그런데 이 소리.. 정말 혼이 불타오르는 거 같은 소리이긴 합니다.. 좀 시끄러워서 그렇지)

 

게다가 4000RPM이면 이미 충분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뱉는데,

(다른 튜닝카들의 4000RPM 이상의 소리를 이미 4000에서도 내뱉고 있습니다.)

문제는 6단으로 4000RPM으로 달리면 고작 110km 정도라는겁니다.

즉,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 안전운행하고 있으면, 남들이 듣기엔 파워전개같은 사운드를 내뱉습니다.

(진짜로 이 차가 제대로 파워전개 하려면 그보다 2배가 넘게 RPM이 올라가는데요)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타고다닐때는 정말.. 쪽팔립니다.

'엄청난 소리에 비해선 너무 느린거 아냐?' 라는 생각이..

 

 

2. 기묘한 기어비

처음에 이 차에 대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게,

변속의 시점과 타이밍에 대해서 도무지 적응이 안되더라는 점이었습니다.

일반론적으로 몸에 익혀진 변속 습관이란게 있는데,

차가 지금 변속해라. 라고 말하는 듯한 사운드와 진동이 느껴져오는 시점에서 변속하면,

사실 예전에 몰던 투스카니 6단미션으로 다니는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문제는 그때 변속해서는 차가 영 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비리 합니다.

(이 차의 5000 RPM에서의 느낌은 다른차 5000 RPM의 의 느낌과 그냥 비슷합니다)

 

문제는 그 5000RPM 이 절반이라는거죠 -_-

그래서, 실상은 가속하려면 거기서 다시 악셀을 전개해서 엔진이 터져라 돌아가야합니다.

VTEC이 터지면서 밀어올리는 5500-9000RPM(제 차는 ECU가 튠되어 있어 좀 빨리 터집니다)의 영역은,

그 일반적인 차의 레드존 영역의 느낌에서 다시 한층 더 '터질듯이' 굉음을 내며 돌아갑니다.

(솔직히 시크하게 위이잉 돌아올라갈걸 기대했었지만, 엔진이 터질듯이 돌아 올라가더군요)

 

문제는 이 VTEC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주행을 하려고 작정하면,

기어 변속타이밍에 대한 전략을 완전히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1단을 60km 까지 밟은후, 2단으로 100km 까지, 3단으로 140까지 커버하고, 4단으로 170, 5단으로 200, 이후 6단.

이 차를 산 목적이었던 '와인딩'의 영역으로 차를 몰겠다고 작정하고 이 기어비를 다시 보면,

주로 2단-4단까지의 영역으로 주행을 해야합니다.

그나마 100km/h 이하의 속도라면 볼것없이 2단..

게다가 특별히 속도를 줄여 60km 아래까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지어 1단인겁니다.

 

지금까지 6->5, 5->4, 4->3, 5->3, 6->4 정도의 힐앤토는 계속 해왔고 나름 능숙한 편이지만,

3->2 의 힐앤토는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꽤 골때리더군요. 2->1 은 더더욱 -_-

(저는 원래 고속도로 러너니까 2단으로 내릴일이 있을리가 없었죠)

 

덕분에 변속에 대한 택틱스 알고리즘을 완전히 다시 짜고 있습니다 -_-

게다가 저렇게 VTEC 모드로 달려다니면, '엄청나게 시끄럽고', '진동으로 피곤하며', '연비가 나빠서',

노멀 운행때는 예전같은 4000 RPM 변속의 노멀 주행모드를 같이 가지고 있다보니,

일단 상황에 따라 다른게 적용할 변속 택틱을 다시 짜는 중입니다 -_-

 

그리고 이러한 RPM 밴드의 유지가 S2000을 빨리 달리게 하는 원동력인듯 해서..

결국 '원핸드 스티어'(이니셜D 에서 S2000을 몰던 죠지마 할배가 하던..)를 하는게 확실히 효율적입니다.

아수라를 몰던 시절에도 웬만한 주행땐 원핸드스티어로 다니던게 나름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그땐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원핸드였지만, 우핸들의 오른손으로 핸들잡고 원핸드가 훨씬 편하네요)

그래도 5->4 나 3->2 힐앤토에선 핸들링이 약간 불안정해지는건 고쳐야할듯 한데..

횡G가 강하게 걸릴땐, 심지어 기어봉을 몸을 지지하는 지지대로 버티는 상황도 가끔 벌어집니다 -_-

(어디선가는 그럴땐 사이드브레이크를 잡고 버티라는 이야기도..)

 

 

3. 코너링 원더랜드

 첨에는 대충 예전 투스카니를 몰던 느낌으로 몰았습니다.

제 드라이빙 스타일은 그냥 '정석'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코너 전에 충분히 감속을 하며 코너를 진입하여, CP를 찍은 이후, 악셀을 부드럽게 전개하면서,

밖으로 밀려나가는 언더스티어로 라인을 그리면서 코너탈출.. 이게 원래의 패턴이었습니다.

(고출력 전륜구동을 타는 코너링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몰았을때 충분히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코너링을 보여줘서,

오오 역시 괜찮네. 과연 소문의 코너링머신이구나.. 정도의 피상적인 생각밖에 못했었습니다.

스프링만 바꾼 거의 순정차가, 하체를 거의 풀튠에 가깝게 세팅했던 아수라 만큼은 돌아줘서,

역시나 유명한 무게배분과 하체구나..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해버렸습니다.

(고작 그 정도로.. 감탄하다니..)

 

그러다가 이후, '파워 드리프트'를 해보고 싶어서, 연습을 좀 했었습니다.

사이드를 당기면서, 혹은 브레이킹으로 무게중심이동으로 날리는 슬라이드 정도는

이전 전륜구동인 아수라를 타던 시절에도 그럭저럭 구사할 수 있던 스킬이라서,

후륜의 전유물이라고 할수 있는 파워오버드리프트가 하고 싶었던 거죠.

 

딱히 연습할 곳이 없어서, 학교 출근길의 지방 산업도로 코너바리에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감아돌면서 중심이 밖으로 옮겨질때 악셀을 전개해봤습니다.

(원리상 이렇게 하면 파워오버가 될거다.. 라는 정도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충격적으로 오히려 차가 바닥으로 깔리면서,

'레일을 도는 듯한' 느낌으로 그대로 그립을 잡고 빠른속도로 코너를 돌아나오더군요.

(원래 제 타이밍에서 악셀을 전개하는 타이밍보다 훨씬 빨리 강하게 전개했는데도요)

 

이거에 좀 충격먹고,

이후 코너를 계속 그런식으로 트랙션을 걸면서 감아돌아봤는데,

언더도 오버도 나지 않는 기묘한 느낌의 뉴트럴 스티어는 꽤 쇼크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대충 어느 정도가 돌수 있는 한계선인지..감은 약간 잡은거 같긴 합니다)

 

확실히 이거땜에 이 차가 그렇게 유명한 건가..라는걸 새삼 깨닫고,

이 차를 모는 법이 어떤건지는 이제야 방향성을 알게된 느낌입니다.

(다행히 이전의 제 주행법에 대한 철학과 잘 맞는 특성이라 좋네요)

 

그리고.. 이제와서 느끼는건,

이걸 제대로 몰고 중미산 등의 와인딩 코스에서 붙는다면,

예전 제 아수라로는 도저히 이길수 없을거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고속도로라면 전혀 상대가 안될겁니다만 -_-)

 

 

..다만 이거에 감탄하다보니 드리프트 연습은 전혀 안되고 있고,

요즘은 오히려 이 차 드리프트 따위엔 소질 없는거 아냐? 등의 생각도 들고..

그래도 그 유명한 S2000의 '배신' 상황에서 버텨내려면,

어찌되었건 스핀하려는 상황을 잡아내는 연습을 하긴 해야하는데..

 

일단은 좀 이 코너링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조금씩 한계점에 더 가깝게 붙여보면서요..

 

 

..간단히 적는다는게 좀 길었네요 -_-

그냥 3줄 요약

1. 되게 시끄러운데 비해선 느림

2. RPM 대역대가 넓고 파워밴드가 후반이라 변속 요령 진짜 이상함

3. 빠르게 달리려고 작심하는 코너링에선 거의 원더랜드가 펼쳐짐

 

..근데 날씨가 다시 추워져 오픈에어링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타 추가사항:

- 수납공간 거의 없음

- 시계가 없음. 결국 사제 용품 부착

- 원래 낮은데 차고를 낮춰놔서 자꾸 바닥 긁힘.

-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게 너무 부담스러움.

- 연식이 되다보니 소프트탑 뒷유리(플라스틱)이 변성되어 안보임.

- 시끄럽고 진동 심해서 고속도로에서 출퇴근 하기 피곤함.

- 근데 살살다니면 쓸데없이 연비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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