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엊그제 게시판에 올렸던 와이프의 차, 기아 소울 1.6 4U 휘발유 모델을 어제 드디어(!) 잠깐 몰아보았습니다.
매체에 시승기 쓸 때처럼 짧은 시간 동안 이모저모를 살피기 위해 집중적으로 몬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 차의 느낌을 가볍게 살핀 수준의 글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동적인 면보다는 실내 꾸밈새를 살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식구들과 함께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사진도 찍지 못했습니다. ^^;

'Boards' 메뉴에 올렸던 구입과 관련된 내용을 조금 부연하자면...

원래부터 단거리 출퇴근/쇼핑용의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입할 목적이었고, 주 운전자가 2종 자동면허만
갖고 있는 와이프이기 때문에 1.6 휘발유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더한 모델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갓난 아이도 주 탑승자에 속하기 때문에 안전에 관련된 장비는 모조리 집어넣으려다 보니
VDC,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을 넣은 모델은 어느 차급이든 값 차이가 크지 않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2U 기본 모델에 선택장비를 추가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4U 코스모라는, 튜온 옵션을
뺀 풀 옵션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휠은 순정 그대로 16인치가 끼워져 있습니다.

차를 슬슬 살펴보면...

문을 열기 위해 도어 오프닝 핸들을 당길 때의 느낌이 저의 차에 대한 첫 인상을 많이 좌우합니다.
그런데 소울은 썩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크롬도금은 되어 있지만 두께가 얇고 가볍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도어도 크기에 비해 꽤 가볍게 느껴집니다. 창문이 모두 닫힌 상태에서 문을
가볍게 닿으면 제대로 닫히지 않을 정도입니다. '클릭만 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것보다는 낫겠지만, '견고한 차'라는 느낌을
주는 데에는 실패입니다.

운전석에 앉으니 시트 포지션이 높고 앞 유리가 많이 세워져 있어  마치 SUV에 앉은 기분이 듭니다.
틸트/슬라이딩이 모두 되는 선루프가 달려 있지만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다만 키가 171cm인 와이프가 조수석에 앉으니 머리 위로 얼굴이 하나 더 들어갈 만한 공간이 남는데,
저는 선루프 아래로 손바닥 두 개 정도가 오고갈 공간 밖에는 남지 않더군요. 선루프 조작은 스위치
하나로 틸트와 슬라이딩을 모두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딱히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운전석 앞쪽과 좌우 시야는 상당히 좋습니다. 보닛 앞쪽 끝이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주변이 눈에 잘 들어와 운전하기가 편합니다. 스티어링 휠은 포르테와 공유하는 것 같은데, 차의
콘셉트를 생각하면 지름이 약간 작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림이 굵게 느껴집니다. 주차 때에는 약간
묵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만, 웬만한 여성 운전자들이 크게 부담느낄 정도로 힘들지는 않습니다.
I자 형으로 기어 레인지가 배치된 4단 자동변속기 기어 레버도 약간 높이 솟아있고, 비교적 가볍게
움직여 조작하기 쉽습니다. 기어 레버 앞쪽 좌우에 있는 시트 열선 스위치는 조금 옹색한 느낌이네요.
On/Off만 가능한 것도 그렇구요.

실내 디자인이나 장비 배치는 겉모습만큼 혁신적이지 않아 아쉽지만, 앞좌석 관점으로 보면 딱히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길게 누운 센터 페시아는 스티어링 휠과 거의 나란한 높이에 장비가 배치되어
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를 조작하기가 편리합니다. 다만 센터 페시아 끝부분이 턱이 져 있고
그 아래쪽에 AUX/USB 입력단자가 약간 깊이 들어가있는데, 그 사이 공간이 쓸데없이 낭비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서랍식 수납공간 하나 쯤 더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리고 센터 터널 자체가 약간 높이 올라와 있어 앞좌석 공간은 그다지 넓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앞좌석 사이의 수납공간은 뚜껑 없이 노출된 방식인데 이걸 심플해서 좋다고 해야 할 지, 성의가
없다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뒷좌석에는 구입 직후 어린이용 안전좌석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생후 2개월 남짓한 아이가 타는
만큼 뒤쪽을 바라보고 눕는 상태로 설치했는데, 동반석 위치를 제 운전자세에 맞춘 운전석 위치와
같게 해 놓았는데도 안전좌석이 동반석 뒤쪽에 닿습니다. 같은 안전좌석을 i30 뒷좌석에 같은
조건으로 설치했을 때보다 2~3cm 정도 좁은 셈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앉기에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앞좌석이 높아 발 놓을 자리는 충분하고, 적당히 높은 시트 포지션과 적당히 세워진
등받이 덕분에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대신 머리 위 공간은 앞좌석만큼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뒷좌석 시트는 쿠션이 굴곡이 거의 없이 밋밋한 편입니다.

뒷좌석과 짐칸에서 재밋거리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그간 접해온 여러 크로스오버카들의
공통점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소울은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기껏 6:4 비율로 나뉘어진
등받이를 앞으로 접었을 때 짐칸 바닥과 비교적 평평하게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짐칸 바닥을
들면 깔끔한 스티로폼으로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토션빔 서스펜션의
장점 중 하나가 서스펜션이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 않아 뒤쪽 바닥을 낮추기가 좋다는 것인데,
그런 장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게다가 뒤쪽 오버행도 짧아 뒷좌석에 사람을
태웠을 때 절대적인 짐 공간 크기는 흡족함을 주지 못합니다.

이제 운전하면서 느낀 부분입니다.

스티어링, 핸들링, 승차감 모두 승용차에 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나오는 탄탄한 서스펜션
세팅의 국산 승용차들과 비교하면 살짝 헐렁한 느낌이 더해진 정도입니다. 높은 차체 때문에
무게중심 이동이 조금 더디지만, 평범한 운전자들이 껄끄러워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티어링은 반응은 빠른데, 스티어링 휠을 제자리로 돌릴 때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고속으로 갈수록 차이가 적어지기는 하지만, 저속에서는 약간 휘청인다는 느낌을 주기 쉽습니다.
감각적으로 깔끔하기는 하지만, 정교하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핸들링은 스포티함보다는
쉬운 운전과 안정감에 비중을 두었다고 느껴집니다.

승차감은 무난합니다. 요철을 지날 때 뒤 서스펜션의 충격처리가 조금 가볍고 거친 편인데,
뒷좌석에 사람이 탄 상태에서는 한결 자연스럽습니다. 소형차(라기엔 차체가 크지만)라고 생각하고
타고 다니기에는 별 무리 없는 수준입니다. 운전석에서도 뒷골 땡길만큼 진동이 심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직진안정성이 '탁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차체 뒤쪽은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차의
움직임을 뒷받침합니다. 제동은 페달의 답력에 고르게 반응하는데, 전반적으로는 특징 없이
덤덤합니다.

느낌보다 훨씬 가속이 빠른 차가 있는가 하면, 소울은 느낌은 빠른데 실제 가속은 조금 둔합니다.
가속 초반에 많이 둔한 느낌은 아니지만, 차 덩치도 있는데다가 썩 괜찮지 않은 자동변속기까지
합세해 적당히 오른발에 힘을 주어야 답답치 않게 속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까운 대형할인점에
쇼핑을 간다거나 룰루랄라 경치 구경하며 유람 다니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만, 시간에
쫓겨 어디를 간다던가 할 때에는 살짝 부아가 치밀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기어비를 자세히 체크하지는 않았지만, 엔진 소음이 2,200~2,300rpm쯤부터 시끄러워지는데,
시속 100km로 달리면 4단에서 2,800rpm쯤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엔진이 채 길들지 않아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거슬리기는 합니다. 이 속도 영역에서 차체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실내로 들어오는 양이 크지는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웬만한 차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울은 조금 인심 써서 약간의 기대를 걸었는데, 역시 옛 말은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차피 운전재미에 비중을 두고 개발된 차는 아니기 때문에 무난한 동적 특성같은 것은 충분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충분히 기대치에 부합합니다.
그러나 이전 게시물에서도 이야기 했듯, 장난감 개념의 차 치고는 재미가 부족합니다.

물론 다양한 액세서리를 순정으로 구비하고 출고 때부터 깔끔하게 달아 나올 수 있다든지
하는 점은 반갑고 좋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차를 치장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지
차 자체가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패셔너블한 차는 많이 팔리지도 않고,
오래 가지도 않습니다. 바짝 잘 만들어 반짝 잘 파는게 니치카의 속성이죠. 그러자면 소비자들의
생활에 차가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잘 꾸미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울은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했던
스타일의 크로스오버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크라이슬러 PT 크루저, 혼다 엘리먼트 같은 꾸밈새를
가진 차를 기대했던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은 값입니다. 사실 안전장비 옵션을 빼면 풀 옵션이라 해도 스피커에
불 들어오는 오디오를 빼면 소울은 평범한 준중형차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실내 꾸밈새를 보면
비슷한 값의 현대 i30과 비교해도 너무 값싼 티가 납니다. 인조가죽 시트를 빼면 내장재는 거의
모두 소프트 스킨 처리도 되어 있지 않은 맨 플라스틱입니다. 부분별로 재질도 차급에 비하면
질이 낮은 것들이 눈에 뜨이구요. 꾸밈새는 소형차급이면서 값은 준중형급인 이유가 단순히
디자인 때문이라면 저는 납득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가 길이 들고,  저도 차에 길이 들고 나면 조금은 애정이 생길 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가슴이 좀 답답합니다. 물론,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를 줄 정도로 아주 실망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90점 정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치른 시험에서 70점 정도밖에 받지 못한
기분이랄까요? 기대치에 못미친 것이 섭섭할 뿐, 원래 차를 구입한 용도에서 크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일단은 이 상태로 만족하고 싶습니다. 소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쉬운 첫 인상이 만회될 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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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은 길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자동차는 그 커뮤니케이션에 감정과 가치를 불어넣는 미디어. 길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깊이와 너비를 얼마나 더하는가가 좋은 차의 판단기준.

live, think, drive. - www.jasonry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