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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Audi TT Coupe 2.0T 시승기 '형보다 훨씬 나은 아우'    

컨셉트카가 그대로 양산될 수 있을까? 1세대 TT가 세상으로 뛰쳐나온 98년. 95년 모터쇼에서 보았던 컨셉트카의 모습 “그대로” 출시된 사실에 모두들 놀랠 수 밖에 없었다. 아우디는 전통적으로 튀는 디자인보다는 무난하지만 어딘가 세련된 디자인의 차만 만들어왔으니까. 동글동글한 원을 모티브로 하는 외관과 실내. 비록 경쟁모델과는 달리 전륜구동에 뒤가 가볍다보니 고속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안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당시 시판중인 유일한 쿠페였던 티뷰론은 TT의 실내를 벤치마킹하여 매우 비슷하게 페이스리프트(티뷰론 터뷸런스)할 정도였다. 뛰어난 디자인 완성도 덕에 거의 9년간 자잘한 페이스리프트도 없이 참 많이도 팔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경쟁차종들은 더 이상 TT와 같은 꼬마와는 상대를 하지 않을 정도로 어른이 되어 버렸다.

2007년 신형 TT가 출시되었을 때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의 그 높은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전작의 디자인 임팩트가 워낙 컸던 탓. 역시 ‘소포모어 징크스’인가. 하지만 분명 1세대 TT의 원을 중심 으로 하는 디자인 모티브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아우디의 싱글프레임, 미드쉽 수퍼카를 지향하는 R8을 닮은 날카로운 눈매, 디테일이 살아있는 헤드램프와 리어 컴비네이션 구석구석 등 구형 TT에서의 막연한 향수에서 벗어나 마냥 귀여웠던 아이는 이제 멋진 남자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TT의 경쟁 차종 대비 상품성은 디자인에 있어보인다. 테일게이트가 양쪽 도어의 바로 뒤부터 시작하여 완만하게 엉덩이까지 이어지고 옆, 뒤, 그리고 위의 3면이 만나는 독특한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에서 “역시 TT”라는 탄성을 자아낸다. 사실 TT의 얼짱 각도는 앞쪽 비스듬히 바라본 모습이 아니라 뒤쪽 측면(3쿼터뷰)이다..

1세대 TT는 스포츠카 라인업이 없던 아우디에서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의 스포츠성 보여주다가 단종하기 얼마 전 3.2리터 엔진에 DSG까지 얹히는 등 성격에 약간의 변신을 꽤했었다. 가야르도 섀시 베이스의 MR방식의 아우디 R8이 등장하면서 신형 TT는 완전히 엔트리급의 패션 스포츠카로 전락하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생기게 되었었다.




신형 TT의 라인업은 4기통 2.0리터 직분사 터보엔진의 전륜구동 모델과 V6 3.2리터 자연흡기 콰트로 모델의 두 가지. 시승차는 볼륨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2.0터보 모델. 매칭된 변속기는 6단 S-Tronic. 이름이 다르지만 VW의 DSG와 메커니즘은 같다. 터보엔진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고압축비를 실현한 직분사 엔진은 VW의 골프 GTI와 동일하다. 수치상 성능을 보자면 28.6kg.m @1800~5000RPM, 200마력 @5100~6000RPM으로 넓은 구간에서 힘을 발휘하는 2년 연속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이다. GTI와 엔진과 변속기가 같으니 차량 무게와 기어비로 인한 약간의 차이 외에는 기본적으로 엔진의 리스펀스 등은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로터스 엘리제가 도요타 셀리카의 엔진을 쓴다고 해서 셀리카와 비교될 필요는 없는 법.

TT는 상당한 부분을 아우디 고유의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ASF으로 제작하여 1350kg의 요즘 차로써는 경량에 속하는데 가속 능력보다도 핸들링에서 큰 차이를 낸다. 새로운 MK2 TT는 양산차에 과할 정도로 알루미늄을 대폭 사용하고 배터리를 트렁크에 배치하는 등, 전륜구동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전후 무게배분을 실현하였다. 얼마나 좋아진 것인지 숫자까지 뒤적이며 찾아볼 필요는 전혀없다. 코너에서 잡아채보면 그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량리에서 호암아트갤러리 쪽까지의 평일 시내구간을 몇 차례 왕복하면서 차체에서 느껴 지는 반응은 스포츠세단의 안락함 그 이상이었다. 구형 TT 대비 50% 가까이 향상된 단단한 바디강성은 딱딱한 서스펜션 세팅과 맞물려 요철구간을 지나갈 때 느껴지는 불쾌한 진동을 ‘단 한번’에 잡아주었다.

아우디 차량은 다른 독일 차량에 비해 약간 가벼운 스티어링을 느낄 수 있는데 TT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타던 차에 비해 너무 가벼운게 아닐까?’ 라고 느껴지지만 국산 차의 휙휙 가볍게 돌아가는 것과는 다르다. 무게는 가볍지만 스티어링을 통한 노면 정보 전달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조금 깊게 핸들을 감았다가 풀 때의 느낌은 경쾌함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은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려보기 위해 내부순환로를 택했다. 램프에 오르며 S모드로 바꾸었다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면 TT는 2단으로 킥다운을 하며 부스트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DSG… 아니 S트로닉은 수동변속기의 손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버튼 혹은 패들만 당기면 기어 단수에 맞추어 RPM을 맞춰주는 더블클러치 쉬프팅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반클러치를 쓰지않다보니 1단에서 출발할 때 부드러움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외 구간에선 슈마허가 아닌 이상….ㅎㅎ (사실 슈마허도 시퀀셜에 익숙해서 이것만큼 잘할지는 미지수)

차량이 없는 틈을 타서 램프에서 본선으로 붙는 점선 구간이 지나고 충분히 붙은 속도를 이용해 1차선까지 한번에 들어갔다가 바로 본래의 차선까지 돌아와본다. 안락함을 갖추었지만 전륜구동답지 않게 차량의 움직임이 시원하다. 차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로 평범한 구성이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언더스티어 일변도의 요즘 세단을 타던 운전자라면 TT의 비교적 뉴트럴한 스티어링 특성이 재미라기 보단 후륜의 불안감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프론트의 하중을 최대한 줄이고 세팅을 다듬어 후륜이 끝까지 노면을 붙잡고 늘어지는 이 느낌은 연속된 고속 코너링 시 여실히 드러난다. 160KPH 이상에서 숏턴으로 짧게 차선을 가르며 다니면 순정 세팅은 방향 전환 2-3번 만에 롤이 크게 느껴져 부담스러운데 TT는 분명 롤이 느껴지지만 다음 차선으로 옮길 때쯤이면 차체의 자세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있다.

다만 뛰어난 서스펜션의 세팅에 비해, 매칭된 직분사 터보엔진은 꾸준히 고RPM까지 밀어주지만 초반 부스트가 뜨기까지의 답답한 구간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스펙상 18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액셀을 밟으면 거의 바로 무지막지한 토크로 밀어나갈 것처럼 생각되지만 시승차의 경우엔 터보랙이 심하게 느껴졌다. 속도가 붙어도 마찬가지로 액셀에 힘을 주고 있지 않으면 재가속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울부짖고 싶어하는 엔진의 파워를 얌전히 잠재워줄 브레이킹 능력 또한 훌륭하다. 특히 롤링과 피칭이 억제된 서스펜션과 EBD의 도움을 받아 고속에서 락이 될 정도의 급브레이킹에서도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안정적인 거동을 보인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을 평가하자면, 높은 엔진의 출력에 걸맞는 밸런스 잡힌 서스펜션은 스트리트 세팅으로 매우 훌륭하나 엔진 자체의 리스펀스가 부족하여 재미가 조금 반감되는 형태이다.

흥분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실내를 바라보았다. 높게 자리잡은 벨트라인과 대쉬보드. 실내 마감의 수준은 독일차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형 TT의 실내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다듬은 실내는 밖에서 보았을 때 느꼈던 호감을 동일하게 유지시켜준다. 아우디 전통의 붉은톤 조명으로 마감된 버튼들, 자동변속기이지만 수동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기어노브를 동그랗게 마무리 한 점. 묵직한 문의 여닫히는 느낌과 엄청난 두께. 적재적소에 배치된 버튼들. 무엇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다.

굳이 흠잡자면 좌석은 4개이나 뒷좌석은 짐과 강아지 정도를 태워야하고 완만한 곡선으로 마무리된 뒷유리와 해치 때문에 내준 헤드룸 공간 외에 레그룸마저 207CC의 수준이라는 정도? 따지고 보면 자리가 4개인데도 앞 좌석은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는 점도 TT에서 휴식을 취하기엔 좀 부족하게 느껴진다. 약간은 좁게 느껴지는 헤드룸이 썬루프가 있었다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나 선루프도 없다. 바디 강성 확보와 디자인 완성도를 위한 아우디의 고육지책일 듯. 혹시 로드스터 버전의 가격이 싼 이유는 썬루프 대용이기 때문?!(쿠페버전 대비 300만원 미만의 차이)



01. 사이드미러의 거울반대면에 있는 리피터는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동작하고 있단 느낌을 주기 위해 LED를 거울 옆에 달아둔 세심함.
02. 구형 TT와 거의 유사하게 느껴지는 페달의 마무리.
03. 계기판의 속도계는 약간 이상하다. 90KPH는 어디로 갔을까.
04. 까놓아도 당당한 듯 커버가 전혀 없다. 심지어 본넷에 방음재조차 없다
05. 입구는 넓으나 디자인의 특성상 높이가 낮아서 적재량은 기대 이하
06. 생색만 낸 것이 아니라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변식 스포일러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신분의 차이가 나는 마세라티 쿠페 옆에 세워도 꿀리지 않도록 디자인에 신경 썼지만 그 속에는 아우디의 플래그쉽 A8에서 물려받은 ASF를 기초로 완전히 새로운 유전인자가 숨어있다. 몇몇 단점만 해결한다면 한동안 전륜구동으로 이 이상 재미있는 차를 만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신형 TT에 대한 느낌은 이렇게 요약된다.
‘형보다 훨씬 나은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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