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녁먹고 미아타를 타고 팔공산을 올랐습니다. 오늘은 코스를 약간 바꾸어 한티재라는 곳으로 올라갔는데 급커브도 많고 제가 느끼기엔 나름, 테크니컬 코스입니다.

그런데 와인딩하며 올라가는 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솔직히 크로스파이어로 와인딩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주더군요. 단지 오픈되는 즐거움 뿐이 아닌, 와인딩시에 이만큼 즐거움을 주는 능력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는데, SRT-6보다 훨씬 싼 가격에, 와인딩에서 만큼은 운전이 훨씬 더 즐거우니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하는 기분이랄까... 저렴한 비용으로 이만큼 와인딩이 즐거운 차를 가지게 되었으니 웃음이 나오고, 훨씬 비싼 SRT-6가 와인딩할때 만큼은 미아타보다 훨씬 덜 즐거우니 울고싶다고나 할까... 하여튼 기분이 정말 묘해질 정도로, 와인딩 매니아들이 와인딩을 이런 맛에 즐기는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껴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와인딩할때의 절대적인 스피드가 SRT-6보다 더 빠르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어디까지나 감성에서의 우위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 미아타의 서스펜션은 완전 순정은 아니고 가야바제 보급형 댐퍼와 우레탄 부싱으로 기본적인 서스튠을 한 상태이지만 그래봐야 순정에서 크게 벗어난 세팅은 아니라서 순정에 준한다고 봐도 될것입니다. 서스가 약간 부드러우면서도,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돌아나가는 맛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경험해본 차종 중 이런 느낌을 느끼게 해준 차는 박스터가 최고였고 그 다음이 이 미아타가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미아타가 SRT-6보다 와인딩이 즐거운 이유는 스티어링이 적당히 가볍고, 차체강성이 과도하지 않으며, 서스가 부드러우면서도 롤링은 충분히 억제하는 세팅이고, 랙앤피니언의 스티어링 시스템이라 즉답적인 느낌이 강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반대로 SRT-6는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서 고속안정성은 뛰어나나, 연속된 커브를 감아돌리기에는 어깨와 손목에 힘이 지나치게 실리고 이것은 운전자를 와인딩시에 쉽게 지치게 하는 원인이 되는듯 합니다. 또한 서스 세팅이나 차제 강성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라서 고속코너링에서 득이 될지는 모르지만, 와인딩에서의 급격한 스티어링조작시엔 운전자의 몸으로 받아내야하는 충격이, 차체강성이 약한 차보다 상대적으로 큽니다. 물론 고속주행시엔 뛰어난 차체강성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웜기어방식의 스티어링 시스템도 급격한 스티어링 조작에 어울리는 방식은 아니고 역시 고속주행시에 더 편하게 운전할수 있는 방식인듯합니다.

미아타는 반대로 고속주행시에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군요. 물론 아직은 국도에서 80-90킬로까지 내본 것이 전부라서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SRT-6로 차가 없는 새벽녁 고속도로에서 Y50-Y60정도의 고속주행을 가끔 즐기기도 하는지라 최고속이 X90정도가 한계인 미아타에 고속주행능력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미아타는 오픈 에어링과 와인딩용으로, SRT-6는 고속주행용으로 즐기면 제 수준에서는 더 이상 욕심을 낼 부분은 없을듯합니다.

뛰어난 차량을 소유하자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이제까지의 제 고정관념을 완전히 확 뒤집어 엎어주는 놀라운 차가 이 미아타인듯 합니다.

너무 장점만 썼는데 단점도 지적하자면 브레이크가 저로서는 적응이 안될 정도로 밀린다는 점과 엔진룸의 열기가 실내로 너무 과도하게 전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브레이크는 적응해서 잘 타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데일리카로 SRT-6를 타다가 주말에 미아타를 타면 브레이크 답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가끔 깜짝깜짝 놀랍니다. 분명 브레이크를 꾹 밟았는데 차는 생각보다 1-2미터씩 더 밀려나가면 아찔합니다. 후기형 브레이크로 업그레이드하기엔 비용이 너무 커서 일단 고성능 브레이크 패드를 주문해서 써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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