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라 경어체가 아님을 먼저 양해 구합니다.]


오랜 고민을 거친 치열한(?) 후보들 간의 경쟁끝에,

결국, GTI 를 계약했다.

결정하는 그 순간까지 마지막 경쟁자였던 미니 쿠퍼 S를 떨쳐내기는 그리 쉽진 않았다.

그러나 결국, 한녀석만을 선택해야했다.

역시, 유행이나 디자인보다는

남들하는거는 왠지 안하고 살고, 합리적인 사고와

순수한 머신으로써의 성능을 중요시하는 자신을 새삼 깨달았다. 어쩔수 없나보다. 훗.

하여간 질렀다. 녀석을...



'Fate'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녀석에게 다가갔지만,

녀석이 사실 먼저 내게 다가온듯하다.

그렇게 나와 녀석은 운명인가보다.

하지만, 매니악한 고질적인 인기와 밀린 예약자들 때문에 세계적인 수급 난항으로 당장 만나기는 힘든점이 무척이나 감질맛나게 만들어 애태우게 하는 녀석이, 왠지 밉다.
하지만, 이내 이 녀석과 닮은 붉은 미소 만이 내 입가에 머무를 뿐.



그 이유는 시승후,

내게도 침투한, 말로만 듣던 'GTI Virus'

일단 감염되면, 뿌리치는건  이미 불가능한듯 하다.
'Pocket Rocket' 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역시나,

국내의 수입차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그 무엇도 아닌, Golf GTI 였다

독일의 전통적인 장인정신이 깃든 완숙미의 고품질.

폭스바겐만의 고급스런 세련미 를 보여주는 전체적인 완성도.

에어백 6개를 기본 옵션으로 설정하는 안전에 대한 고집.

합리적인 성능 및 가격의 실용적인 감각과의 밸런스있는 구성,

'리터당 100마력' 의 본격 고성능의 2.0L TFSI,

최고출력 200마력/6,000rpm의 최강 엔진

고성능임에도 믿을수 없을 정도의 고효율의 연비.
또한, 스로틀 반응에 즉각 반응하는 필링 좋은 FSI엔진은

Lag도 느껴지지 않는 Turbo,

1,800~5,000rpm의 넓은 영역에서 꾸준히 내뿜는

28.6Kg.m/의 최대 토크,

그리고 빼놓을수없는,

변속타이밍 0.04초, 제로백 6.9초의

최첨단 신기술인 DSG 트윈 클러치 기어와 맞물려

'Pang!' 하고 몸을 밀쳐내듯이 마구 밀어부치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아니 희열에 가깝다.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은채 다시금 심장을 설레이게 한다.
머릿속은 온통

'Fast'

뜨거운 이 한 단어가 메아리 치며,

당찬 터보엔진의 배기음의 실내유입과 정숙성의

납득가능한 보편타당성을 지닌 밸런스,

전세대에서 80%나 강성을 높여,

동급 최고를 자랑하는 섀시 강성은  

놀랍도록 아슬아슬한 경계를 구현해낸

믿음직한 스포츠 서스펜션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스포티하면서도 안락하다

안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스로틀을 더 열어재끼게한다.



하지만, 이 작은 악마 녀석에게도 몇가지 단점이 눈에 띈다.

요즘 유행하는 패밀리룩이 폭스바겐에도 적용되어

전반적으로 비슷한 익스테리어와 완전 같은 인테리어를 공유해

폭스바겐 형제들 중에서의

GTI로써의 독립적인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히, 레이스 컨셉의 스티어링휠을 비롯한

몇가지 인테리어부품에서 GTI의 아이덴티티와

높은 품질의 견고한 디자인이 커버해준다.

그러나, 몇가지 한계를 느끼게하는 단점들이 있다.

DSG의 개성을 잘 살려서 기어단수 표시가

좀더 확인하기 편하게 크게 표시되도록 특별히 변경하지 않은점과

터보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터보관련 게이지 하나 달려있지 않다

GTI만의 특별한 계기판 구성이 아쉽다.

이것은 거의 어이없는 실수라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납득하기 힘들다.

시트도 뒤로 눕기 편하게 레버식이 아닌 다이얼식이라

상당히 불편한 요소로 와닿을 듯 하다.

그나마 펌프식의 시트 높이 조절은 애교로 봐줄만 하다. '-';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건상 필요충분한 옵션만 기본장착하여

개성있는 매니아에겐 선택의 여지를 없애

단점아닌 단점을 만들어낸 폭스바겐 코리아.

유럽이나 북미형에는 적용되는 네비게이션이 국내에선 삭제된 점.

그리고,

특히, 실용성을 위해 차체 길이를 늘려

컴팩트하고 알찬 '핫해치'만의 사이드뷰를 훼손한 점.

이점이 사실 가장 안타깝다.

뒷자석은 넓어졌지만, 어차피 골프백을 넣으려면,

적어도 뒷자석의 반은 어쩔수없이 접어서 희생해야한다.

그러나, 단점은 이 몇가지 정도에서 그칠듯 하다. 다행히...



이녀석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이내 난감해질 것이다.

놀라운 Engine Potential을 여실없이 보여주는 300km까지 표기된 속도계는 보기만해도 흐믓하다.

안전을 위해 묶어둔 마력제한장치를 ECU튜닝으로 풀면, 기본출력의 25%에 가까운 40마력 이상은 기본으로 올라간다.

GTI는 여전히 'HARDCORE'다.



이 차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뜨거운가?

진정한 'Hot Hatch'의 원조이자 세그먼트 최강자를 지켜오며, 끊임없이 노력해온 30년 역사의 숭고한 독일 특유의 현학적 장인정신.

독일은 물론, 유럽의 생활속의 자연스런 동반자로써의 자동차 사랑 표현의 극치.

그것이 'GTI' 의 진정한 가치이다.  





GTI는 역시, 명기였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폭스바겐'

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Why?'

그저막연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의구심은 이내 풀렸다.



독일의 변함없는 장인정신과 합리주의의 극치,
다양한 문화와 대서사시의 역사를 지닌 유럽의 광활한 대지,

그리고 포용력.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생활속에서 스며드는 일체감을 전제한

'자동차와의 인간적인 조우',

일상의 작은 변화로 큰 변화를 일깨워주는 자동차,

마땅히 추구해야할 자동차 다운 자동차의 의미.

그것이 Volkswagen 의 철학이자 기본정신이며 힘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모티브를 지닌 정통 자동차 매니아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는 폭스바겐에겐 'GTI' 뿐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에서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아무리 대중성을 기반으로한 메이커라지만 아쉬운 점은 어쩔수 없다.

특히나, 가까운 친구 'AUDI'의 최근의 강해진 모터스포츠 이미지는 폭스바겐에게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게 한다.

좀더 다양한 프로모션과 원메이크 레이스 성향의 모터스포츠에서 본격적인 무대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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