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홈과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문체.. 양해 바랍니다.


지난, 3월 25일 태백준용써킷에서 있었던 폴쉐 월드로드쇼를 통해, 폴쉐 전 라인업을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트랙에서의 풀스로틀에 가까운 드라이빙이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리뷰는 이곳저곳에 만들어 놓았는데..심도있게 임프레션을 정리해볼 기회를 미루다..시간이 허락해, 정리해 보았다.

평소 FF 에 익숙한 드라이빙 스킬로 RR 차량을 다룬다는건 적지않은 부담이 가는 일이지만, 그립한계 내에서는 엄청난 운동성차이를 보이는건 아니라..이론적인 상상력 안에서 나름대로 운전방법론을 정리하고 있었다.

FR 은 다양하게 접해보았고, 하드코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한계치에 가까운 운전을 경험해봐서, 큰 위화감은 없으리라는 예상.. 더구나 폴쉐에겐 얘기치못한 슬라이딩을 제어하는 PASM 이 든든히 받치고있지 않은가..

400 마력 오버 모빌로의 풀스로틀 경험이 있어, 폴쉐의 300 마력대 중반 출력은 폭발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자연흡기 특유의,꾸준히 리니어하게 등뒤에서 밀어붙히는 기분좋은 발진력이여서 위화감을 주지않고, 로드리딩.. 횡G의 버팀력이나 샤프한 코너링등의 새로운 경험을 보태주었다.



997 Carrera 4S 매뉴얼 밋션

로드투어때 수동 카레라 4S 를 몰았는데, 350 마력의 출력에 하체튠이 보강되어있어 폴쉐특유의 강성감과 코너링 안정성의 스탠다드를 맛볼 수 있었다. 시트에 앉으면 더도 덜도 아니게, 차와 일체되는 느낌을 받는다. 특별히 타이트 하다던가 하드코어 머신에 앉은 위화감이 들지않고.. 여유있거나 안락하지도 않다.

정성껏 핸드메이드된 시트의 박음질이나 대쉬보드의 질감은,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이렇게 정성껏 만들었으니 감히 평가하지 마라.' 라는 듯, 디자인적인 쿨함은 없었다. 휴먼터치 감성으로 인체를 휘감아 아늑한 느낌을 주거나 완벽하게 보이진 않지만.. '폴쉐이니 뭔가 저렇게 한 이유가 있을거야.' 라는듯, 드라이버를 주체가 아닌..평가객체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건..우리 머릿속에 막연히 자리잡은 폴쉐만의 범할수없는 전통적 아이덴티티 임이라.. 마치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놓고, 코가 못생겼네 얼굴이 각졌네 할수없는것 처럼..

클러치 페달은 푸쉬와 업단계에서 3단정도로 구분되는 정점이 느껴진다. 한번에 무단계로 밟히고 놓이는 일반 클러치 감성과 달리, 중간에 두단계정도, 클러치 온오프의 유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는.. 강한 코너링 중 양무릎이 허공에 떠있는 상태에서 강한 횡G를 받으며 드라이버의 몸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어느정도 클러치웍을 써야하는지 인지하는데 도움이 될듯 싶었다. 푸쉬웍중(클러치오프)에 마지막 단계에선 종아리와 허벅지에 꽤 힘을 주어야하며 체감상은, 다리의 세미 웨이트운동도 충분히 되겠다 싶을정도의 단단한 느낌..

기어노브를 감아쥐고(꽤 힘껏 감아쥐어야 한다.) 1단으로 밀어넣을때는 위치가 혹시 틀린게 아닐까 할 정도로 뻑뻑하다. 힘껏 밀어넣어야 좁은 통로를 지나 기어가 체결되며, 이는 각단 수 마다 비슷한 느낌으로, 폴쉐 수동을 운전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있어야 함을 암시한다. 도심주행이 잦은 오너가 막연한 스피드마인드 룩을 동경해 폼잡으려 차를 구입한다면.. 수동기어를 선택하면, 머지않아 차를 바꾸고 싶어 할 듯..

출발시에도 충분히 알피엠을 일정레벨 이상 올리고 확실하게 클러치페달을 떼지않으면 연신 앞뒤로 꿀렁이며, 매끈한 출발을 기대할 수 없게된다. 또한 시프트업 시에도, 분명한 변속과 알피엠 보상없이는.. M3 의 SMG 스포츠모드에서 처럼, 등을 콱콱 치는 변속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이 느낌을 즐기는 이도 있겠지만, 고속코너링 중이라면 얘기가 다름) 이또한 일정량의 하체근력과 폴쉐의 기계적 감성에 몸을 일치시켜야 함이다.

등 뒤에서 그르렁 거리는 리어엔진의 미세한 진동과 오로지 핸들링만을 위한 프론트 휠타이어 느낌이 발진하는 순간부터 '퓨어스포츠'의 진수를 등줄기에 선사한다. 스티어링은 뻑뻑해서 논파워 핸들에 가깝고, 직진 주행이든 깊은 R의 코너이든..끊임없이 드라이버가 긴장하도록 만든다.

PASM 이 받치고있어 든든한 빽그라운드를 의식해, 깊은 코너에서 자신있게 파고들어도 정확한 트레일라인을 만들어, 예측한 슬립앵글을 그려준다. 부드럽고 정교한 핸들링에 익숙한 중상급의 드라이버라면 코너링에서의 그립한계는 매우 높은횡가속까지 커버할 수 있다.

전 영역을 통해 풍부한 토크감은, 200 마력 전후의 차로 2단주행을 해야만 추진력있게 치고나갈 범주를 카레라S는 3단에서 충분히 커버한다. 또한 150 km이상까지 거침없이 치고나가주는 덕분에, 여유를 두는 공도 로드투어시에는 잦은 변속이 멋적게 느껴질 정도다.  

몰아치는 가속 후, 코너진입전의 힐앤토 다운시프팅 시에는 정확하게 강하고 짧은 페달웍이 아니면 이내 꿀럭이며 쓰지않느니만 못한 반응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지간히 힐앤토에 익숙치않은 오너는, 운전을 아는 동승자를 태우지 않는게 좋을 듯..챙피 당할 수 있으니..

그러나, 브레이크 페달이 액셀페달에 비해 꽤 높게 셋팅되어 강한 브레이킹 시가 아니면 힐앤토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고, 되지도 않는다. 억지로 발꿈치를 뒤틀어 꾸겨넣지않는 한..   정확한 기어비를 체크하지않았지만, 3단에서 170 정도까지 가속이 가능하고, 4단 으로 넘어가면 이내 200 키로에 도달..7대가량이 달린 로드투어에서 일부러 선행차를 떼어놓은 후 가속해봤을때, 아무런 스트레스없이 200 키로 영역을 마크한다. 국산 티뷰론으로는 한참을 밟아야 도달하는 속도..

트랙에서 폴쉐 카레라는, 예상한대로 신뢰감있는 코너링 성능을 발휘하는데.. 적당한 롤링은 허락하고, 횡G가 강하게 걸리면 이내 좌우 인도어 암레스트에 드라이버와 동승자의 팔꿈치를 강타한다. 어지간히 부드러운 주행에도 마치 레일위를 달리는것처럼 가차없이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이는..필요한 만큼의 횡G와 그립.. 핸들링을 매칭시킨 얄미운 카이맨과는 다른 감성으로, '지금 코너를 돌고있다..'는 움직임의 피드백을 드라이버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강한 샷시와 써스펜션 강성은, 운전 중.. 휠타이어의 움직임을 드라이버가 정확히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산만한 움직임이 아니라 300 이상의 넓은 타이어가 지금..무엇을..어떻게 밟고 지나가는지를 정확하게 피드백 해준다. 노면의 굴곡이 느껴지고, 횡G와 속도를 엉덩이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놀라울정도로 솔직한 인폼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PASM 없이도, 리어의 흐름과 차의 움직임을 읽고 컨트롤하기 좋다는 증거가 되는데, 끊임없이..'지금은 안전해 속도를 올려!! 지금은 니 한계를 벗어나고 있으니 주의해~!!' 등등.. 우직하고 강직한 친구처럼 코치해줄 듯 했다. 인공지능의 PASM 이 없어도 이미 샷시와 하체가, 드라이버를 매니지먼트 하고있다는 느낌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기준잡기 어려운 말이지만) 파워에 강력하고 샤프한 운동성..리니어해서 컨트롤이 용이한 PCCB 세라믹 브레이크의 설정까지.. '폴쉐는 이래서 좋다' 가 아니라, '이것이 퓨어스포츠의 기준이구나.'라는 도도한 베이직 감성을 온몸에 전해준다.

카레라로 태백의 와인딩과 트랙을 풀스로틀로 달리던 그 순간부터..어지간한 다른 스포츠모빌들은 모두.. '폴쉐에 비해 이것이 부족해..'라는 평가밖에 받지못할것이란 사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Boxter S 매뉴얼 & Cayman S 매뉴얼 밋션.

280 마력의 박스터S 는 2시터에 바로뒤에서 카라랑거리는 날카로운 엔진음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있다. 2+2의 카레라보다 한층더 등줄기를 통해 아드레날린 분비를 부추기는..

실내공간은 카레라보다 타이트하고,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는다. 단지 조금더 작은공간에 있고.. 어떤 의미에선 좀더 퓨어한 감성마저 느낄 수 있다. 캔버스탑을 닫은 채 달렸는데, 풍절음과 엔진음.. 노면을 박차고 달리는 타이어 주행음에 톤높은 배기음까지.. 써라운드로 휘감는 사운드에, 드라이버의 존재감이 더욱 생동감있게 꿈틀거린다.

350 마력 카레라 S 를 범퍼투 범퍼로 따라붙기에는 부족한 출력이지만, 박스터의 풀에너지를 쥐어짜듯 뽑아내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다. 스티어링과 클러치..브레이크와 시프트첸져의 느낌은 카레라와 비슷했지만, 한결 경쾌했고.. 드라이버와의 피지컬한 일체감이 밀접했다.

최고속과 순간가속의 유혹만 조금 양보한다면, 조깅화를 신고 달리다 스프린터용의 가벼운 런닝화를 신은 듯한 기분.. 큰 러기지를 싣고 장거리 크루징을 자주 떠나야할 경우가 아니라면, 카레라보다  더도 덜도아니게, 몸에 꽉 맞는 박스터에 오르고 싶은 생각이다.
잘 다듬어진 스킬의 드라이버라면, 팁트로닉 카레라 정도는 얼마든지 어깨 나란히 하고 모든 도로에서 달릴수 있어보인다. 텅빈 하이웨이가 아니라면 카레라에 비해, 절대로 부족한 돌파능력이 아님이다.

카이맨 S 수동은 트랙에서 풀스로틀 해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깊은 코너R 이 있는 트랙에서 카레라를 능가하는 랩타임을 보인다는 말처럼, 카이맨은..무척 운전하기 용이한 차였다.  슬림한 시트와 이지적인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처럼, 카이맨 S 는 마치 카레라가 적당히 다이어트하여 한체급내려 파이팅을 향상시킨 복서처럼, 기민하고 군더더기없는 주행성을 보였다.

비슷한 핸들링에서 과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카레라S와 달리, 카이맨은 오버액션이 없고, 생각보다 드라이버의 흥분된 가슴을 쓸어주듯 달린다. 뉘르부르그링에서 카레라S 보다 7초정도의 랩타임이 앞선다는 얘기가 첫랩을 도는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복합코너를 빠져나갈때, 카이맨의 느낌은 카레라보다 결코 빠른듯 하지않다. 빠른 속도임에도 드라이버를 덜 긴장하게 하고, 차가 받쳐주는 한계가 높다. 이는 특별한 전자적 미캐니즘이라기 보다는, 스티어링과 하중..타이어와 써스펜션의 매칭이 황금비에 가깝다는 듯이고, 출력과 이들..제반 미캐니즘의 조화가 이상적이라는 반증이라 할수있다.

클러치와 브레이크..액셀, 기어감각의 매칭은 폴쉐 고유의 그것을 벗어나지 않으나, 좀더 정교한 느낌이고.. 10 마력밖에 차이나지않지만 박스터에 비해선 분명 추진력을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쫄깃한 느낌.. 달리는 동안 295마력의 출력을 모두 뽑아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사하고, 스티어링을 잡은 손목에 우월감을 부여한다. 헤어핀 코너에서 의외로 롤링이 적어, 왼팔꿈치는 인도어 암레스트에 부드럽게 기대어지며, 강력한 우코너에서 왼바깥 무릎을 인도어에 기대는 느낌도, 자연스럽다.

어떻게 횡G의 체감을 이렇듯 절제시킬 수 있는가..
카레라 S 의 스파르탄한 감성과는 꽤많은 차이를 느끼게 만들고, 같지만 다른차로 인식하게 한다. 써스펜션 감성 또한, 카레라S 에 비해 수축 인장에 있어 쫀득한 느낌을 주고, 연석을 치고 나갈때의 쇼크도 순화되어 있어 보인다.

카레라 S 가 궁극의 퓨어스포츠를 추구하여, 드라이버가 달리는 동안 '지금 난 달리고 있고..살아있다..' 란 느낌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면.. 카이맨 S 는, ' 잡소리는 치우고, 누가 더 빠른지 두고봐..' 라고 응큼하게 속삭이고 있는 듯 했다.


written by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