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체데스 벤츠의 주력모델인 E280의 시승소감을 적고자 합니다.

벤츠 E클래스는 벤츠의 주력모델로 특히 E280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벤츠입니다.
E200K가 KOBD 규제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단종된 상태에다가 그 대안으로 들여온 E220 CDI가 디젤엔진에 대한 선입관과 부족한 옵션으로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이 주 원인인 듯 싶습니다.
같은 배기량으로 출력을 달리 해서 구분하는 BMW와는 달리 3.0리터 가솔린 엔진버젼이 1개 밖에 없는데 왜 E300으로 하지 않았는지는 심히 의문입니다.

현재의 E클래스는 코드네임 W211으로, 작년에 마지막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습니다.
변화의 포인트는 곡선 일면도였던 이전 모델에 비해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댐 등에 직선을 살린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디자인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만, 그래도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일관하는 다른 여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에 비해서는 엘레강스한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내의 디자인도 외관과 마찬가지로 일관성이 있어서 좋은 편이고 특히 블랙 우드그레인이 주는 감성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벤츠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대쉬보드를 빼곡하게 채운 수 많은 버튼들은 왜 BMW가 I-Drive를 개발해야 했고, 아우디와 벤츠가 이를 라해야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나, 정작 매뉴얼을 뒤지면서 기능을 찾게 되면, 정작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버튼의 그래픽이나 위치 등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나 스티어링에 달려있는 다기능스티어링휠 버튼은 기능 자체가 직관적이지도 않고, 제공되는 기능에 비해서 지나치게 복잡해서, 여러 번 사용해도 헷갈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터치스크린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통합멀티스크린이나, 그래픽이나 성능 모두 떨어지는 네비게이션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느껴집니다.

실내 크기는 중형 세단으로서 무난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다른 차들보다 빼어나다고 느낀 시트조절 스위치는 형상이나 조작감 뿐만 아니라 아주 정밀하게 시트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완벽한 운전자세와는 달리, 쉬프트 레버와 암레스트의 설계는 제게는 좀 불편했습니다.
쉬프트레버 자체가 뒤 편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암레스트의 높이도 높아서 약간 백핸드로 손을 틀어야 수동변속기능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크루즈컨트롤 기능 때문에 8시 방향까지 내려와 있는 방향지시기는 사용 시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주행을 해보면,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 여타 브랜드의 차와는 다소 다릅니다.
원래 벤츠는 안전지향적인 세팅, 어떻게 보면 운전자의 순간반응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엑셀러레이터의 반응도 약간 늦고, 브레이크의 초기 답력도 높지 않습니다.
BMW처럼 자극적인 드라이빙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답답할 수도 있는 세팅입니다.
실제로 차의 중량 자체도 1.7톤이 넘어가니 동급의 BMW 5씨리즈에 비해서도 6-70kg 정도 더 무겁기도 합니다.
그러나, 엑셀러레이터를 좀 더 지긋이 깊게 밟아주면 저rpm부터 플랫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은 주행능력을 보여줍니다.
제동력 또한 초기 반응은 그다지 민감하지 않지만, 실제로 지긋이 눌러보면 제동력은 매우 우수하고, 안정적입니다.
정차시에 풋 브레이크를 꾹 눌러 밟으면 EPB가 작동하는데, 작동감도 이질적이지 않고 동작도 확실해서 시내 운전 시에는 상당히 편리합니다.
7단 AT인 7G 트로닉은 나긋나긋하게 주행하면 거의 2천rpm을 넘기지 않게 차를 이끌어 가고, 명성답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쉬프트 히스테리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수동변속은 Deive 모드에서 왼쪽으로 바로 옮기면서 쓰여지는데, 변속 속도도 빠르고, 충격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7G트로닉의 신뢰성이나 성능에서는 큰 불만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고속에서 가속을 해보면, 폭발적인 가속력을 맛보기는 어렵습니다.
E350과는 제법 차이가 나고, BMW 528i보다는 좀 빠릅니다. 258마력 버젼의 530i와 528i의 중간 정도의 가속력이라고 보여지는데, 시승자에 따라서 그 느낌은 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벤츠답게 속도감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운전의 자극은 좀 덜한 면이 분명 존재합니다.
속도계의 오차는 시속 100km에서 약 2km정도부터 나기 시작해서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그 오차는 자연스럽게 커집니다.
대략 시속180km에서 오차는 6-7km로 벌어집니다.
고속에서 스티어링의 반응은 안정적이고, 노면추종성도 안정적이어서 그다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고속주행이 가능합니다.
엔진의 소음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고, 급가속을 하면 평소보다 듣기 좋은 배기음과 함께 제법 스포티하게 올라가는데,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고, 진동은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고속 주행능력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다른 독일차에 비해서 상당히 컴포트한 승차감입니다.
245/45R17 싸이즈라는, 결코 승차감에 유리하지 않은 휠과 타이어 싸이즈이지만, 전반적인 써스펜션 스트로크가 긴 편이고, 댐퍼 자체도 부드러운 편입니다.
국산차에 비교한다면, 에쿠스보다는 하드하더라도 TG와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써스펜션의 세팅은 벤츠답게 절묘한 구석이 있어서, 고속으로 속도를 높여도 그 안정감은 비슷한 크기의 어떠한 차보다도 우수합니다.
제가 몰아본 차 중에 고속주행감에서 이 정도 안정감을 주던 차는 페이튼 정도를 손에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France제 245/45R17 미쉐린 파일럿 프라이머시 타이어와의 매칭인데, 적당히 승차감도 좋고, 노면 소음도 적은 편이며, 꽤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도 스키드음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타이어도 좋지만, 써스펜션과의 매칭이 매우 뛰어난 편이라 하겠습니다.
연비는 시내주행만 하게 되면 리터당 6km가 빠듯하다고 합니다만, 그다지 정체되지 않는 시내주행과 약간 과격한 고속주행을 합쳐서 대략 리터당 7.5km정도가 나오는 걸로 봐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듯 합니다.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우스개 소리로 '튜닝의 끝은 순정이고, 매니아의 끝은 벤츠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돈이 있다고 해서 E280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벤츠 나름의 매력이 충분한 차종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할 컴포트한 승차감과 함께 우수한 주행안정성은 가히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렉서스처럼 주행안정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거나, BMW나 아우디처럼 안락함을 어느 정도 포기하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론 노면을 섬세하게 느끼고, 즉각적인 반응을 선호하는 편이라 벤츠의 세팅이 마음에 와 닿지는 않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면 꼭 한 번 구매해 보고 싶은 차종이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매비용과 유지비용을 얘기 안 할 수 없습니다.
8890만원이라는 가격은 BMW가 528i의 가격을 대폭 인하한 상태에서는 분명 경쟁력이 좀 떨어져 보입니다.
옵션으로 따지면, 528i와 530i의 중간 정도로 보이고, 530i보다는 약간 저렴하긴 하지만, 528i보다 2천만원 이상 비싼 가격은 납득하기 힘든 가격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벤츠 코리아가 BMW코리아에 비해서, 한국 시장에서의 적극성이 떨어지므로, 가격인하 수준은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엔진오일 교환에 20만원이 넘어가고, 범퍼 도색에도 50만원이 넘는 유지보수비용 역시 꼭 개선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