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를 무척 오랜만에 쓰게 되네요.
그 동안 몇몇 차종들을 간단하게 시승했었는데, 간략한 느낌만 써 봅니다.

1) 아우디 A6 3.0Q
   잠깐의 시승으로 차의 진가를 파악하는 데에는 애로가 따르게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왠만큼 있었기에 실망도 가장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쎄그먼트 차답지 않게 전장이 너무 길지 않나 싶기도 하고, A8의 멋 있고 간결한 디자인에 비해서는 기교를 많이 부렸음에도 덜 멋 있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가장 실망한 부분은 동력성능이었는데, 3.0리터급 차종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경쟁차들에 비해서 가속력이 떨어지더군요.
콰트로 시스템 자체가 무게도 무게지만, 가속력을 상쇄시켜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2.7-8리터 정도의 차를 운전하는 느낌이며, 객관적인 힘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간단한 시승으로 주행성능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3.0리터급 차종으로 시속 200킬로미터정도 찍고 지나가는 데를 185킬로미터 정도로 지나가게 되더군요.
뭐 수치를 차치하고, 가속감도 확실히 둔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핸들링, 주행안정감은 무난하게 좋았던 듯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특별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나쁘지 않은 차이지만, 구매가치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콰트로의 매력을 아직 못 느끼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2. 아우디 A8 3.2Q

A8은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쓰기 떄문에,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A6와 실제 중량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시승계획에 없었지만, 시승차가 있는 관계로 흥미삼아 동일코스를 시승해 보았습니다.
A6와는 달리 FSI엔진 시승차에는 고급유를 넣는다고 영업사원이 얘기해 주더군요.
그래서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엔진의 회전반응이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실제 차가 가볍다고는 해도, 큰 차체와 그에 비해 크지 않은 엔진 배기량을 생각해서 그리 동력성능에는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저속 영역에서도 힘이 모자라지 않고, 고회전까지도 토크가 뿌듯하게 올라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전반적인 체감성능은 A6 3.0Q보다 더 나았고, 나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굳이 V8으로 넘어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롱 휠베이스 버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밸런스가 참 좋았던 차량이었습니다.

3. 혼다 레젼드

예전에 아버지가 소유하셨던 아카디아에 대해 좋은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도 레젼드는 시승이 기다려지는 차였습니다.
더욱이 SH-AWD에는 어느 정도 성능일 지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레젼드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시트나 운전석의 버튼 등의 배치가 참 인체공학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통합디스플레이 창은 딱 좋은 위치에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공식적으로는 네비게이션이 지원이 되지 않더군요.
뭐 사제로 달아서 연결하는 방법은 어렵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확실히 뒷좌석의 거주성은 좁고, 어코드와 대략 비슷한 실내공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주행을 해 보면, 300마력에 육박하는 출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코드 3.0이 가볍게 뻗어나가는 느낌이라면, 레젼드는 결코 더 빠르지 않으면서, 고급차스럽게 약간 묵직하게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엔진음의 처리나 승차감 등에서 제법 무게를 느낄 수 있고, 전반적으로 고급차에 기대하는 수준을 잘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3.5리터 엔진은 다분히 저회전의 토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100-120km/h 영역에서 5단으로 크루징을 하다 기어를 5단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상당히 토크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토 모드에 넣게 되면, 킥다운과 함께 괜챦게 뻗어나가지만, 일반적으로 3.5리터 정도의 배기량을 갖춘 차들에 비해서는 저회전에서의 토크의 여유는 확실히 부족해 보입니다.

SH-AWD의 디스플레이는 워낙 작게 계기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식별이 쉽지 않고, 그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짧은 시승에다가 그다지 과격하게 몰아붙일 기회가 없기는 했지만, 고속 코너링 시의 뉴트럴한 반응은 괜챦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혼다의 이미지가 고급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과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연비(트립미터를 보니 5km/l대의 연비가 기록되어 있더군요)를 감안할 때 큰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꾸준한 판매를 보이는 데는 어려움은 없어 보였습니다.

4. 혼다 어코드 2.4

아버지 차가 3.0인지라 워낙에 어코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시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마이너 체인지 이후의 2.4에는 썬루프가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뒷 모습 이외의 사소한 내외관의 변화가 있습니다.

어코드 2.4를 시승하면서 느꼈던 것은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한 부분 두드러지게 빼어나지도 않지만, 특별히 부족함을 느끼기도 어려웠습니다.
쏘나타 F24S와 비교하자면(참고로 제가 시승했던 모델은 4단 AT), 엑셀레이터는 쏘나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속영역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어코드 쪽이 확실히 더 나은 반응을 보입니다.
비슷한 배기량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엔진소음의 질, 회전의 부드러움 등에서 아직은 쏘나타보다 어코드가 한 수 위인 것은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전반적인 라이드 성능은 무난함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제동력도 가속력도 핸들링도 무난한 편입니다.
3.0에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미쉐린 에너지 MXV4(트레드웨어가 무려 440)도 2.4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아도 비교적 무난한 반응을 보입니다.
국산차 대비 빼어난 성능을 지닌 차도 아니고, 약간은 어중간한 가격 때문에 실제 어코드 판매의 80%정도가 3.0으로 알고 있습니다.
2.4는 무언가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지만, 여러모로 모범적인 차 만들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5. 폭스바겐 파싸트 2.0 FSi

수입차 치고는 중저가라 할 만한 4천만원 안팎의 가격에 꽤 괜챦은 옵션과 작지 않은 차체.
이러한 점이 파싸트의 판매 포인트이고 잘 팔리는 이유라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실제 판매에서 핵심인 베이스 모델 2.0 FSi를 시승해 보았습니다.

실제 5세대 파싸트는 경쟁차에 비해서 작았던 4세대와는 달리 당당한 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큰 차체에 국산 중대형차의 풀옵션 모델과 거의 다름 없는 장비를 빠짐 없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이 가격대의 수입차 중에는 어코드나 파이브 헌드레드 정도가 경쟁차종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차종들의 편의장비는 국산 중형차의 베이스 모델에 가까운 단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편의장비에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닌지라 그 부분에 대한 매력이 크지는 않습니다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조금 기대에 비해서 실망했습니다.
인테리어의 일부 재질은(도어 손잡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윗부분 등) 충돌 안전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딱딱한 재질이었습니다.
뭐 큰 문제가 없기에 그렇게 했겠지만서도 좀 의아하긴 했습니다.

국산 중형차가 부럽지 않은 체구에 2.0리터급 엔진을 얹었기에 사실 동력성능은 크게 기대는 안 했습니다.
중속 영역에서 약간 가르릉 거리는 느낌을 2.0 FSi 엔진은 주고, 엔진소음은 국내의 어느 중형차보다도 큰 수준입니다.
소음 자체는 듣기 싫은 유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동스러울 정도의 음색 역시 아닙니다.동력성능은 딱 쏘나타 2.0과 2.4의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FSi엔진답게 전반적인 영역에서 무난한 토크가 나오지만, 차중을 감안해 보면 여유 있다라고 보기에는 한참 부족하긴 합니다.
6단 아이신 미션은 일상적인 모드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연비 위주의 세팅을 보여주는데, 80km/h 정도에서 나긋하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어느새 6단으로 쉬프트다운을 시켜버립니다.
그런 점은 좋지만, 크루징 모드에서 킥 다운을 하면, 스킵쉬트트의 반응이 한참 늦어서 추월타이밍을 놓치기 쉽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수동기능으로 미리 변속을 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롤이 상당히 크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태 시승한 어떤 독일차보다도 롤이 억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국산 중형차보다 약간 하드하게 세팅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써스펜션은 고속 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을 해 보면, 불안할 정도 휘청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EF쏘나타에 비해서도 롤링의 정도는 나을 게 없어 보이는데, 유럽 모델과는 좀 다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골프와는 달리 파싸트는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컴포트 쪽에 많이 치중한 차종이라고 판단됩니다.
어느 쪽이 좋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제 취향은 일단 아니고, 큰 엔진소음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좋아하는 세팅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인 가치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 차가 대중차치고 비싸다고 볼 수도 있고, 독일차치고 싸다고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